여야 합의 청문보고서 채택... 천대엽 "대법관 자리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돼"
야당 "김명수 거짓말, 사법부 불신 원인"... 여당 "대법원장 출근 막고 정치 쇼"
야당 "이재명 무죄 판결은 '곡법아세'"... 여당 "사법부 독립, 대법원 판결 존중"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천대엽 대법관 후보자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28일 천대엽(57·사법연수원 21기) 대법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뒤 임명동의안 심사경과보고서를 여야 합의로 채택했다. 천 후보자는 29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을 거쳐 임명동의안이 처리될 것으로 보인다.

천 후보자는 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사법부와 대법원에 거는 국민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 절실히 알게 됐다"며 "국민의 기대를 늘 마음에 새겨 막중한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법관 자리가 얼마나 무거운지 알게 됐다"며 "지나온 제 삶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고 했다.

부산 출신인 천 후보자는 성도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9년 제31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해군 법무관을 거쳐 1995년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로 임관한 뒤 부산지법 부장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서울중앙지법·부산고법 부장판사,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 김명수 '임성근 탄핵 거짓말' 공방 

여야는 이날 청문회에서 사법부 불신, 김명수 대법원장 거짓말 논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한 대법원 판결, 천 후보자의 도덕성 문제 등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소병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부는 지금 정치라는 거대한 폭풍 앞에서 흔들리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낀다"며 "그 이유는 첫번째가 판사의 정치적 성향, 두번째가 전관예우와 관련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천 후보자는 이에 대해 "법관의 책임성을 강조하고 재판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야당은 국민의 사법부 불신의 원인은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성근 전 부장판사 탄핵과 관련한 '거짓말'이라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외부적 요인, 시스템 문제 다 있지만 김 대법원장의 탄핵 거래로 인한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 하나의 큰 원인이 됐다"고 비판했다. 전주혜 의원도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이 사법부의 신뢰를 굉장히 깎아내리고 있다"며 천 후보자에게 "대법관으로 취임하면 일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외부 내부 경청해 달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23일 김 대법원장 출근을 가로막은 사건을 거론하며 맞섰다.

신동근 의원은 "입법부가 오히려 사법부 독립을 해하는 방식 아니냐"며 "일부에서는 주호영 당시 당 대표 권한대행이 본인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치 쇼를 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자 유상범 의원은 "야당 의원들의 항의성 행동을 폭도처럼 오해할 수 있는 비난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반박했다.

천 후보자는 사법부 개혁이 미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많이 멀어졌다는 것을 여러모로 체감하고 있다"며 "국민의 신뢰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법관 개인의 도덕성과 책임성, 사법의 접근성, 재판의 투명성 등 모든 면이 충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재명 '대법원 무죄 판결' 공방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은 대법원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친형 강제입원' 사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를 무죄 판단한 데 대해 "곡학아세를 넘어 곡법아세, 법을 굽혀 세상에 아부하며 유력 대선 후보 이재명에게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전주혜 의원도 "대법원의 역량이 떨어졌다고 내외부 비판을 받은 대표적 판결"이라며 '기교 사법'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사법부 독립'을 들어 이 지사에 대한 엄호에 나섰다.

송기헌 의원은 "판결문의 일부만 가지고 가부를 판단하는 것은 사법부 독립에 위험하다. 대법원의 확정판결은 존중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남국 의원은 "친형을 강제입원시키려 했느냐는 질문에 '그런 적 없다'고 한 답변만 떼어놓고 허위냐 아니냐를 이야기하면 논란을 야기할 수 있다"며 "고의를 가지고 허위사실을 표현한 것이 아니면 처벌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를 폭넓게 보장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천 후보자는 여야의 공방에 "즉흥적으로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항상 헌법, 법률, 직업적 양심에 따라 재판하겠다"는 원론적 답변만 했다.

천 후보자의 자질과 도덕성에 대한 질타도 나왔다.

전주혜 의원은 스쿨존 규정속도 위반 등 천 후보자가 지난 10년간 15건의 과태료를 부과받은 데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유상범 의원은 지방세를 여러 차례 체납하고도 국회 서면질의에 '해당 사항 없다'고 답한 것을 문제 삼고 "후보자의 거짓말은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처럼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반면 소병철 의원은 "법원에서 새벽 3∼4시에 가장 먼저 출근하고, 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때 월세 6만원 옥탑방에서 혼자 거주했다는 내용을 보며 딸깍발이같은 후보자가 이 자리에 왔다는 것을 흐뭇하게 생각한다"며 천 후보자를 옹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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