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주권 침해 아냐... 다른 나라에 책임 부담 못 지우는 '국가면제' 예외로 인정해야"

▲유재광 앵커= 오늘(14일)부터 LAW 투데이에서는 '이윤우 변호사의 시사법률' 코너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대한변협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이윤우 변호사, 스튜디오에 모셨습니다. 이 변호사님, 먼저 법률방송 시청자분들에게 간략하게 인사 말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윤우 변호사(IBS 공동법률사무소)= 안녕하세요. 저는 IBS 공동법률사무소에서 구성원변호사 역할을 하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대한변호사협회에서 수석대변인 직책을 맡아 수행하고 있는 이윤우 변호사라고 합니다. 이렇게 '시사법률'이라는 막중한 코너를 맡게 돼서 책임감이 무겁지만 앞으로 풍성한 내용을 준비해서 잘 전달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앵커= 오늘 첫 시작인데, 어떤 내용 가져오셨나요.

▲이윤우 변호사= 오늘은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서 세계 법률가들이 지난 7일 우리 법원의 판결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는데요. 이와 관련된 내용을 말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앵커= 일단 우리 법원 판결 내용부터 볼까요.

▲이윤우 변호사= 네, 배모씨 등 위안부로 동원된 피해자 당사자와 사망한 피해자 유족 등 총 12인이 2016년 1월경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일본국을 상대로 각 1억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는데요. 오랜 시간의 재판 끝에 2021년 1월 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고, 패소한 피고 일본국이 항소하지 않음에 따라서 결국 2021년 1월 23일에 해당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사실 이 판결 외에도 현재 다른 위안부 피해자 곽모씨 외 19인 또한 2016년 12월경에 일본국을 상대로 동일한 내용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습니다. 곽모씨 외 19인의 소송은 몇일 뒤인 4월 21일에 선고가 예정돼 있습니다.

▲앵커= 세계 법률가 성명서, 이것은 어떤 내용인가요.

▲이윤우 변호사= 세계 법률가, 즉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변호사와 법률 연구자들은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의 판결을 지지하고 일본 정부가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조속히 손해배상액을 지급할 것을 촉구하는 세계 법률가 성명서를 발표한 것입니다. 특이한 점은 성명서에 참여한 법률가가 총 400여명인데요. 이중 일본 변호사와 연구자가 무려 190여명으로 참여자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결국 일본 내 법률가 사이에서도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도적 차원에서 반드시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 법률가 성명서는 아까 말씀드렸듯이 선고가 예정돼 있는 곽모씨 외 19인에 관한 서울지방법원 제15민사부에 제출됐습니다.

▲앵커= 이게 배상판결은 내려졌는데 우리나라 법원 판결이 일본에 효력을 미칠 수가 있는 건가요.

▲이윤우 변호사= 네, 사실 한 국가의 재판부가 다른 국가에 대해 책임을 지운다는 판결에 관하여는 국제법적 쟁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바로 '국가면제'인데요. 국가면제란 국제법의 기본원칙에서 파생된 것인데요. '대등한 자는 대등한 자에 대해 지배권을 갖지 못한다'는 주권평등 존중 원칙에 따른 이론으로, 국제관습법으로 인정돼 왔습니다.

실제로 ‘유엔 국가면제 협약’의 내용으로 포함돼서 유엔총회에서 채택된 바도 있습니다. 위 논리대로라면 대등한 한 국가의 재판부가 다른 국가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판결, 즉 지배권을 행사할 수는 없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거의 국가면제 논리는 절대적 국가면제로만 받아들여졌거든요.

그래서 우리 대법원에서도 1975년에 '절대적 국가면제'를 인정한 바 있지만 사실 이게 20세기 들어와서는 국제적 거래가 증가함에 따라서 비권력적, 상업적 행위에 대해서는 면제가 인정돼서는 안 된다는 상대적 면제 이론이 널리 받아들여졌습니다. 이에 우리 대법원 또한 1998년 전원합의체로 상대적 면제를 인정하는, 즉 비권력적·상업적 행위에 대하여는 국가면제가 인정될 수 없다는 것으로 태도를 변경했습니다.

▲앵커= 뭐 일본정부도 이런 태도를 받아들이고 있나요, 일본 정부 입장은 어떤가요. 

▲이윤우 변호사= 그렇죠. 일본정부는 역시나 서울중앙지방법원 제34민사부 판결은 국가면제를 위반한 판결이라며 비난의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바와 같이 일본 정부의 이러한 입장은 절대적 국가면제만을 기초로 한 것이거든요. 현재 상대적 국가면제 이론이 지배적인 현시대와는 다소 안 맞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국가면제에 관한 유럽협약 제11조에서는 법정지 내에서 발생한 사망, 상해, 훼손 등에 따른 보상 절차 시 국가면제를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고요. 유엔국가면제협약 제12조 또한 법정지 내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면제를 배척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본 또한 외국 등에 대한 우리나라의 민사재판권에 관한 법률, 아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일본의 법률입니다.

여기서 사람의 사망이나 상해 등에 따른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국가면제를 예외적으로 배제하는 조항을 두고 있고요. 일본 최고재판소 또한 2006년에는 명시적으로 상대적 면제 이론을 인정한 바도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세계 법률가 성명서 또한 이런 점들을 지적하였습니다. 절대적 국가면제가 아닌, 상대적 국가면제를 적용하여 일본 정부가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승소판결에 따라 조속히 손해배상액을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것을 촉구한 것입니다. 

덧붙여 성명서에서는 서울중앙지방법원의 승소판결이 아시아 최초로 국가면제의 예외, 즉 상대적 국가면제를 적용한 것으로 인권 외의 요건을 논증하였음은 물론 국제법 발전에 기여하는 판결이라는 점 또한 밝혔습니다. 

▲앵커= 위안부 손해배상 판결이 국내는 물론 국제법적으로도 상당히 의미 있는 판결인 것 같은데 다른 유사한 사례 같은 게 있나요. 

▲이윤우 변호사= 네 2차 대전 중 강제노역과 관련한 '페리니 사건'이 있었습니다.

페리니 사건은 독일이 이탈리아를 점령하던 1944년에 독일군에 의하여 강제 노역을 당한 페리니가 독일을 상대로 이탈리아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판결을 받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 독일이 다시 이탈리아를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 ICJ에 제소했고, ICJ가 이탈리아가 국제법을 위반했다며 독일의 손을 들어준 사건입니다. 

ICJ는 사안에서 상대적 국가면제가 적용돼야 한다는 법적 확신이 있어야 하는데, 국제법위원회의 국가면제에 관한 작업이나 유엔 조약의 채택과정에서 관습국제법 국가면제는 그런 경우에 대해서 말이 좀 어려울 수 있는데, 즉 독일의 점령당시 강제 노역을 한 사항과 같은 경우 면제되어선 안 된다는 의견이 각국에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하나의 주요한 논거로 제시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독일의 손을 들어줬죠. 

▲앵커= 이게 그럼 우리 위안부 배상 판결에는 불리한 거 아닌가요. 

▲이윤우 변호사= 그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ICJ 판결은 2012년 것이고요 아직 상대적 주권면제 논리가 정착되지 않은 시점의 판결입니다. 하지만 현재는 법정지의 불법행위에 관하여 국가면제가 적용될 수 없다는 이론이 지배적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볼 때는, 페리니 사안과 위안부 사안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국제적으로 위안부와 같은 폐해는 인도적 차원에서라도 국가면제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깊이 정착될 필요성은 있다고 보입니다. 이에 우리 정부도 또한 적극적인 국외 활동을 통해서 위안부의 피해사례를 더욱 널리 알리고 문제점을 부각시켜서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가 아니라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보입니다. 

하루 빨리 일본 정부가 위안부들에게 정당한 손해배상액을 지급하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앵커= 말씀하신대로 일본정부가 전향적으로 과거 잘못을 인정하고 배상해줬으면 좋겠네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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