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 의사에 반하는 신체 접촉은 강제추행... 군형법·성폭력특례법 모두 적용"

# 현재 군복무 중인 군인입니다. 선임 때문에 고민이 많아 문의 드립니다. 선임은 제가 귀엽다며 제 엉덩이를 툭툭 치면서 자주 놀렸는데요. 너무 싫었지만 평소에 잘 챙겨주기도 해서 참고 넘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에 이상한 낌새를 느껴 잠을 깼는데 옆에서 자던 선임이 제 가슴을 만지고 은밀한 부위까지 제 몸에 붙이고 있었습니다. 깜짝 놀란 저는 소리를 질렀고 선임은 친동생 같아서 장난을 친 것뿐이라는 변명을 했는데요. 이후 저를 몰래 불러 더 이상 소란을 일으키지 말라는 이야기까지 했습니다. 너무 속이 상해서 법적으로 대응하고 싶은데요. 가능할까요?

▲양지민 변호사(법무법인 이보)= 군대 생활을 하면서 선임이 나에게 잘 대해주는 것, 정말 고마운 일인데 이런 식으로 불쾌하게 다가오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변호사님은 이 사연을 어떻게 들으셨나요.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 군대는 일반 사회와 다르게 계급사회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말하기도 어렵고 그 다음에 이런 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을 것입니다. 특히 2년 전에는 간부가 여군의 손등을 문지르다가 성추행으로 또 처벌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으니까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양지민 변호사= 군복무 중이시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심각하게 다가오는 상황인데요. 일단 상담자분의 궁금증을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일단 상담자분은 혹시 이거 강제추행당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일반적으로 우리가 강제추행이라고 하면 어떤 상황을 얘기하는 걸까요.

▲김기윤 변호사= 강제추행은 폭행이나 협박으로 추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폭행은 칼을 들어서 위협을 하거나 또는 주먹을 휘두르면서 하는 폭행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강제추행의 폭행은 상대방을 억압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리고 상대방이 그것에 대해서 위협을 느낄 필요도 없고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서 몸으로 만진다고 하면 폭행죄에 해당됩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폭행이 있어야 하는 게 아니라 내 의사에 반한다면 내가 비록 억압을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성추행에서의 폭행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많은 분들이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한다고 하면 실제 물리적인 행위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지 생각하실 수 있는데 변호사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내 의사에 반해서 내 신체 일부를 접촉한다든지, 쓰다듬는다든지 그런 경우가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강제추행이 성립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선임의 행위, 강제추행죄에 해당될까요.

▲김기윤 변호사= 강제추행에 해당됩니다. 지금 같은 상황은 유두를 만지거나 은밀한 부분에 신체접촉을 했기 때문에 강제추행이 성립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생각할 것은 자고 있을 때 이런 행위가 벌어졌잖아요. 자고 있을 때는 어떻게 대응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항거불능의 상태이기 때문에 준강제추행죄로 처벌되게 됩니다.

그래서 일반적인 강제추행보다 준강제추행이 조금 더 강하게 처벌되는데요. 지금 같은 경우에는 자고 있었으니까 준강제추행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변호사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일반적으로 우리가 강제추행,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앞에 '준'강제추행, 이렇게 붙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내가 술을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강제추행을 당한다든지 아니면 지금 같은 상황처럼 내가 잠을 자고 있는 상황에서 강제추행을 당한다든지 이런 경우를 떠올려볼 수 있을 것 같고요. 

많은 분들이 이런 생각을 하실 겁니다. 이것은 군대에 있는 상황 아닌가, 라고 생각하시면서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이 '그러면 군사재판을 받고 군형법이 적용되나' 이런 생각을 하실텐데 어느 경우에 적용이 되는지 알려주시죠.

▲김기윤 변호사= 강제추행 같은 경우 군형법 제92조의 3, 그 다음에 제92조의 4에 규정하고 있습니다. 제92조의 3은 강제추행죄, 그 다음에 제92조의 4는 준강제추행죄를 군형법에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다보면 우리가 성폭력특례법에 의해서 처벌되는 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군형법이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성폭력특례법이 배제되는 건 아닙니다.

성폭력특례법이 어느 경우에 적용되냐 하면 모든 강간, 강제추행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13세 미만의 미성년자이거나 장애인이거나 친족관계이거나 그리고 지금 같이 사연을 주신 상하관계일 경우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죄가 성폭력특례법에서 규율되고 있습니다.

군형법상에서는 신상공개에 대해 명령하는 내용이 없지만 성폭력특례법에 대해서는 신상공개에 대한 명령이 규정돼 있습니다. 군형법으로 처벌된다고 하더라도 성폭력특례법이 배제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같은 상황에 자신을 성추행 한 선임에 대한 신상공개도 명령을 내려지게 할 수가 있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그렇다면 지금 상담자분의 상황은 일단 선임에게 준강제추행을 당한 상황이고 따로 불러서 소란을 일으키지 말라, 이런 이야기까지 들은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혹시 또 다른 범죄가 성립할 가능성 내지는 실제로 이 선임을 처벌받게 할 수 있는 것은 맞죠.

▲김기윤 변호사= 상사를 처벌하려면 고소를 해야 합니다. 그럴 경우 지금 군대라는 특수계급이 있기 때문에 먼저 사단의 헌병대에서 1차 조사를 하고 그 다음에 군검찰에서 조사를 마칠 것입니다. 그래서 그러한 절차를 밟으면 충분히 처벌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양지민 변호사= 그런데 군대에서의 이런 인권 문제, 물론 모든 군대에서 이렇게 이런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을 것 같지만 이런 인권 문제 내지는 이러한 범죄행위에 대한 소식들이 종종 들려오곤 합니다. 계속해서 이런 논란은 이어지고 있는데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김기윤 변호사= 그동안 계급 문화, 계급 사회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러한 강제추행 등 성 문제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습니다. 요즘은 제대로 된 성평등 문화가 정착하는 과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위법행위를 한 상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처벌이 필요하고 또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교육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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