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기 위주, 로스쿨 '변시 학원'화, 공정성도 문제... 전담기구 만들어야"

[법률방송뉴스] 오는 22일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가 발표 되는데, 꼭 열흘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적정 합격자 수를 두고 대폭 줄여야 한다는 쪽과 유지 또는 확대해야 한다는 쪽의 의견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로스쿨협의회에서는 합격률 논쟁과 논란 이면에 불합리한 변호사시험 제도가 있다고 보고, 개선책을 강구하기 위한 학술 심포지엄을 어제(12일) 개최했습니다. 

어떤 말들이 나왔는지, 심포지엄 현장을 왕성민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앞에 걸려있는 현수막입니다. 

'후배들 짓밟는 전문자격사, 법조인들 말고 또 있습니까' 라는 성토 문구가 눈에 띕니다. 

앞서 변협은 지난달 26일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천200명 이내로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서를 법무부에 전달한 바 있습니다. 

[최지수 대한변협 부협회장] 
“작년에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는 1천768명, 1천800명에 육박했는데요. 우리 대한변협은 1천200명 이내가 적정 규모라는 골자의 의견을 법무부에 제출했습니다."

작년 대비 합격자 수를 3분의 1가량 줄이라는 변협 요구에 로스쿨 학생들은 '사다리 걷어차기'라고 강력하게 반발하며 항의 현수막을 변협회관 앞에 내건 겁니다.

"여기 보시는 이 현수막은 로스쿨 학생들이 변협의 변시 합격자수 감축 요구에 항의하며 걸어둔 겁니다. 로스쿨 학생들뿐 아니라 로스쿨협의회도 학생들과 전반적으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데 관련 심포지엄이 어제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렸습니다."   

전국 25개 로스쿨 모임인 로스쿨협의회가 주최한 심포지엄 제목은 '변호사시험 제도의 바람직한 개선방안'입니다.

변호사시험이 애초 취지와 목적에 부합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마련된 심포지엄입니다. 

[한기정 로스쿨협의회 이사장] 
"현재 변호사시험 제도는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목표와 유리된 채 학생들로 하여금 수험교육을 선호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오늘 심포지엄은 변호사시험 제도의 공과 과를 분석하고..."  

심포지엄 발제는 서울대 로스쿨 천경훈 교수가 맡았고, 이동형 영남대 로스쿨 원장, 정진아 사법연수원 교수, 김민규 대한변협 교육이사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습니다. 

발제를 맡은 판사 출신 천경훈 교수는 ▲변시 문제 출제 전담 인력 및 기구 미흡 ▲단기 합숙 방식의 출제 ▲판례에 경도된 출제 ▲피상적 암기 위주의 출제 ▲수기만 허용되는 답안지 작성 등을 현행 변호사시험의  문제로 꼽았습니다.

한마디로 법조인 배출의 유일한 통로가 된 변호사시험이 그때 그때 임기응변과 주먹구구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 
"문제은행이 있지만 그 양, 품질, 비밀이 충분히 관리되고 있는지는 다소 의문이 있고요. 전문 인력이 부족하고, 또 출제 및 채점 과정에서 생긴 경험이 출제위원 개인의 경험에 그치고 조직적으로 관리 및 전달되지 못하는..."  

이런 식의 변시 문제 출제가 신뢰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냐는 지적인데, 멀리 갈 것도 없이 올해 치러진 변시에서 공법형 기록형 문제 유출 등을 둘러싼 논란이 단적인 예라는 겁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
"공정성 문제가 우려되고요. 법무부에서 굉장히 노력하고 계시긴 하지만 이 일만을 전담하는 전문가 내지 전문 인력은 부족하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그리고 이런 주먹구구와 피상적 암기위주 변호사시험은 필연적으로 로스쿨 교육 부실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천경훈 교수의 진단입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
"이처럼 현행 변호사시험은 학생들에게 법적인 사고를 연마하기 보다는 판결요지를 얇고 넓게 암기해서 아는 척 답안지에 표출하라는 메시지를 매우 강력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고요. 필연적으로 다른 목표, 다른 교육이 부실하게..."

천경훈 교수는 이에 ▲문제 출제·관리 전담기구 설립 ▲문제 풀의 구성 및 관리 ▲기본판례 활용 ▲지식이 아닌 추론능력·사고력 측정 문제 확대 ▲변호사실무에 부합하는 서면작성 ▲컴퓨터를 활용한 CBT 방식 답안 작성 등의 개선책을 제시했습니다. 

민사법과 형사법, 공법 과목만 해도 주요 수험서에 언급된 학습대상 판례만 무려 8천700개가 넘는데 이걸 달달 외우고 또 손으로 쓰게 하는 현행 변호사시험은 시대에 뒤떨어져도 너무 뒤떨어졌다는 겁니다. 

[천경훈 서울대 로스쿨 교수]
"이 모든 방대한 답안을 손으로 작성하고 손글씨를 읽고 채점해야 되는데 요즘학생들이 손글씨를 써본 적도 없고 응시자와 채점자 모두가 대단한 스트레스와 비효율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20여년 전부터 원하는 학생들은 랩탑 컴퓨터를 이용해서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법조계의 ‘뜨거운 감자’인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도 도마에 오르며 언급됐습니다. 

지난해 제9회 변시 합격자 수는 1천 800명에 육박하는데, 우리나라 법률시장 규모로 이정도 속도로 증가하는 변호사 수를 감당할 수 있겠냐는 문제의식입니다.

[정진아 사법연수원 교수] 
"변호사시험이 어떠한 내용이건 그러나 우리나라 법률시장의 규모가 매년 배출되는 1천500명가량의 변호사들을 모두 수용할 수 있을지 여부를 논외로 하더라도..."

현행 로스쿨과 변시 제도가 암묵적으로 로스쿨 서열을 고착화시키고 로스쿨 및 변호사 업계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 가속화 같은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 정진아 교수의 우려입니다. 

[정진아 사법연수원 교수] 
"그래서 별다른 정보 없이 법전원의 네임밸류에 의존해서 변호사들 채용해서 중소형 법전원이나 지방 법전원의 경우에 정말 학교에서 우수한 성취를 하는 졸업생들도 좀 취업에서 불리한 상황에..."    

변호사 과잉배출이 이른바 직역갈등의 단초를 제공하며 변호사 직역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축사를 위해 참석한 국회 법사위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로스쿨의 고시학원화 문제를 지적하며 적정 변호사 배출 수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송기헌 의원 / 더불어민주당] 
“동시에 너무나 많은 청년변호사들이 배출되면서 그 변호사 직역 자체가 이렇게 좀 변질되는 그런 것은 피하는 쪽으로 가야되겠다. 그러면서 너무 많이 나오면서 다른 직역과의 갈등도 자꾸 생기는데 그런 부분도 우리가 좀 많이 고민해야 되겠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민규 대한변협 이사도 직역 문제를 언급하며 변호사 업계를 둘러싼 여러 문제들이 이제 좌시할 수 있는 수준을 한참 전에 넘어섰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민규 변호사 / 대한변협 교육이사] 
"법조 유사직역은 지속적으로 변호사들이 기존에 했던 업무영역에서 밀어내는 데 성공하여 로스쿨 도입취지와는 다르게 변호사의 업무영역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습니다. 법조계는 늘 위기였지만 현재의 위기는 그 전과는 차원을 달리 합니다./ 현재는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월급을 받는 자리도 없다’는 그런 위기입니다."  

객관적인 평가를 통한 함량미달 로스쿨 인가 반납, 로스쿨 통폐합 등 민감하다고 더 이상 미루고 외면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적극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김민규 변호사 / 대한변협 교육이사]
“지역균형이라는 정치적인 이유로 인가반납이나 통폐합에 대한 논의는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역균형이라는 가치도 중요한 가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도 여러분께서 같이 고민해 주십시오."

관련해서 김민규 이사는 로스쿨 교육 내실화를 위해 변협이 실시하고 있는 변시 합격자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로스쿨 정규 과목으로 편입해 줄 것을 제안했습니다. 

교육비용도 변협이 부담하겠다는 건데, 로스쿨 입장에선 비용절감과 재학생 역량 강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는 것이 김민규 이사의 제언입니다.  

[김민규 변호사 / 대한변협 교육이사] 
"그리고 변협이 이제 로스쿨에 교수를 파견한다면 비용은 변협이 부담하는 것으로 저희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로스쿨에 재정적인 부담을 덜어주는 면도 있고요."  
  
김민규 이사의 이런 제안엔 변협이 현재 배출되는 변시 합격자 연수를 감당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합격자 수를 감축해야 한다는 취지도 내포돼 있습니다. 

여러 지적과 발언에 대해 안효질 고려대 로스쿨 원장은 변호사시험 개선엔 공감하면서도, 합격자 수 감축 주장에 대해선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변시 합격자 수를 통제할 게 아니라 자격시험화해야 한다는 게 안효질 원장의 말입니다.  

[안효질 고려대 로스쿨 원장]
"현재 변호사시험은 종래의 사법시험처럼 양적 통제수단으로 전락된 것이 사실입니다."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열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변호사시험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모색이 실질적인 대안 마련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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