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 '특정 놀이기구 이용 제한'에 소송... 법원, 현장검증 후 원고 손 들어줘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오토바이에 대한 불합리한 규제와 차별에 대해 지속적으로 보도해드리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오늘(12일)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범칙금 2만원 부과에 불복해 청구한 정식재판 4번째 공판이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렸습니다.

'현장검증' 얘기가 나왔다고 하는데, 장한지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2만원 범칙금 부과에 불복해 시작된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재판.

오늘 4차 공판에서는 '현장검증'을 놓고 검찰과 변호인 측이 공방을 벌였습니다.

먼저 검찰은 경찰이 현장검증을 한 영상과 추가의견서를 지난 8일 재판부에 전달하며 해당 영상을 바탕으로 지정차로제 위반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사건 법률대리인]
"오늘 재판에서는 최근 4월 8일에 검찰 측에서 의견서와 추가증거를 제출했는데 그것에 대해서 판사님이 피고인의 입장은 어떠냐, 이렇게 물어보셨고 저는 아직 검찰의 의견서와 추가증거를 보지 못했다고 그래서..."

"검찰 제출 의견서와 추가증거를 보고 입장을 밝히겠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전달한 이호영 변호사는 지난 9일 제출한 '현장검증 신청서'를 받아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피고인이 지정차로제 위반으로 단속됐던 서울 양평동 노들로 현장에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이 모두 직접 나가서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한지, 단속이 합당한지 등을 검증해보자는 취지의 요청입니다.

[이호영 변호사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사건 법률대리인]
"미뤄 짐작해 보건대 현장 동영상을 경찰이 오토바이 타고 가면서 찍은 거 같아요. 이 부분을 현장에서 피고인 김승완씨가 주행한 방법이 지정차로에 위반되는 주행이었는지 아니면 정당한 주행이었는지 검증해보자..."

변호인의 현장검증 요청에 재판부는 "아직 검토하지 못했다"며 "검찰 제출 추가증거와 변호인의 현장검증 신청서 등을 검토해 판단해 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재판 도중 재판부가 현장검증을 나가는 것이 흔한 사례는 아닌데, 현장검증 관련해서 의미 있는 판결이 있습니다.

놀이기구 이용을 거부당한 장애인들이 에버랜드와 합병한 삼성물산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지난 2016년 제기한 차별구제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입니다.

당시 에버랜드 측은 "시각장애인은 돌발상황 대응에 취약한 등 위험하다"는 이유로 약관으로 특정 놀이기구들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었습니다. 

[에버랜드 관계자 / 2018년 3월 13일 ‘LAW 투데이’ 보도]
"이용 전이나 이용 중에 위험 요인에 대한 인지가 어려운 상황이라서 이용에 제한이 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당시 시각장애인 변호인 측은 "시각장애인은 놀이기구 탑승이 위험하다는 것은 편견에 불과하다"며 재판부에 현장검증을 요청했습니다.

[김재왕 변호사 / 2018년 3월 13일 'LAW 투데이' 보도]
"놀이기구를 타는 이유는 놀이기구에서 오는 그런 스릴, 이런 것들을 느끼기 위함인데 지금 피고(에버랜드)의 주장은 오히려 그 스릴을 느끼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식이거든요."

변호인 요청을 받아들여 현장검증을 마친 1심 재판부는 지난 2018년 10월 "비장애인과 비교해 안전상 큰 위험을 초래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하며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에버랜드가 자사 약관을 근거로 시각장애인들의 특정 놀이기구 탑승을 제한하는 건 부당하다는 취지의 판결입니다.

양측의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할 때 현장검증은 의외로 문제를 명료하게 풀 수 있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 당시 시각장애인들을 대리해 재판부에 현장검증을 신청했던 김재왕 변호사의 말입니다.

[김재왕 변호사 / 2018년 3월 13일 'LAW 투데이' 보도]
"시각 장애가 있으면 '조금 더 위험할 것이다'라는 생각만 있을 뿐이거든요. 실제로 가서 해보니까 전혀 그러하지 않았고..."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범칙금 2만원 부과에 불복해 정식재판을 청구한 김승완씨도 재판부가 꼭 현장에 나와 불합리한 실태를 한번 직접 눈으로 봤으면 좋겠다고 강조합니다.

[김승완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사건 피고인]
"현장검증은 저 같은 경우에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실제로 보지 않으면 기존의 사람들 안에 형성돼 있는 관념에 의해서 판단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잖아요."

한번만 현장검증을 해보면 오토바이 지정차로제가 현실과 얼마나 괴리가 있는지, 단속이 얼마나 불합리한 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김승완씨는 거듭 강조합니다.

[김승완 /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위반' 사건 피고인]
"현실에서는 이러한 제도가 어떻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보시고 이 같은 현장검증을 통해서 법률 쪽에 계시는 분들도 '변화가 필요 하겠구나'라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그러한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입니다."

오토바이 지정차로제 5차 공판은 다음달 10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가운데, 재판부가 변호인의 현장검증 요청을 수용할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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