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라인 선 김태현 "뻔뻔하게 숨 쉬는 것도 죄송... 어머니 볼 면목이 없다"

[법률방송뉴스] ‘노원구 세 모녀 살인사건’ 피의자 김태현이 “어머니를 뵐 면목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머니... 머리카락을 잘라 술과 바꾸다. 오늘(9일) ‘뉴스 사자성어’는 절발역주(截髮易酒) 얘기해 보겠습니다.

김태현은 오늘 오전 9시쯤 검찰에 송치되면서 서울 도봉경찰서 포토라인에 섰습니다.

검은 옷에 흰 마스크를 착용한 김태현은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단 기자님들 질문에 일일이 다 답변 못 드릴 것 같은데 이 부분에 대해선 정말 양해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말투는 또박또박했고, 표정은 딱히 변화나 읽을 게 없는 무덤덤한 얼굴이었습니다. 

“유가족에 하고 싶은 말이 없는가”라고 취재진이 묻자 김태현은 “지금 하겠다”며 옆에서 자신을 붙들고 있는 경찰에게 “잠깐만 팔 좀 놔주시겠어요”라고 말했습니다.

경찰이 팔을 놔주자 김태현은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고개를 푹 숙인 뒤 “이렇게 뻔뻔하게 눈 뜨고 있는 것도 숨을 쉬고 있는 것도 정말 죄책감이 많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살아 있다는 것도 정말 자신이 뻔뻔하게 생각이 들고 유가족분들, 저로 인해서 피해 입은 모든 분들께 정말 사죄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정말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현은 그러면서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취재진 요청에 “네”라고 답한 뒤 바로 마스크를 벗고 맨얼굴을 드러내기도 했는데, 잠시 뒤 경찰 요구로 마스크를 다시 착용했습니다. 

“왜 죽였나”, “피해 여성 스토킹한 혐의를 인정하느냐”, “범행을 언제부터 계획했느냐”는 등의 취재진 질문엔 별다른 답변없이 “죄송하다”는 말로 일관했습니다. 

입술을 앙 다물고 담담한 어조로 또박또박 답변하는 김태현의 모습에 현장에 나온 시민들 사이에선 “와” 하는 경악과 “하아”라는 탄식, “사형하라”는 외침이 동시에 교차했습니다. 

호송차에 타기 직전 “화면 보고 있을 어머니께 할 말이 없는가”라는 질문에 김태현은 “솔직히 볼 면목이 없다”고 역시 큰 감정 변화 없이 말했습니다. 

김태현은 앞서 큰 딸 A씨가 자신과의 만남을 거부하는데 앙심을 품고 지난달 23일 근처 슈퍼에서 흉기를 훔친 뒤 세 모녀가 거주하는 아파트에 침입해 작은 딸과 어머니, 큰 딸을 잔혹하게 차례대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맨 마지막에 집에 들어온 큰 딸이 “엄마와 동생은 어디 있느냐”고 묻자 김태현은 “보냈다”고 말한 뒤 큰 딸마저 살해했고, 시신 옆에서 사흘간 머무는 등 엽기적 행태를 보이며 피해자 휴대폰 정보를 일부 삭제하는 등 증거인멸 시도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김태현에 대해 살인과 절도, 주거침입, 경범죄처벌법 지속적 괴롭힘, 정보통신망 침해 등 5개 혐의를 적용해 서울북부지검에 구속 송치했습니다.            

김태현의 잔혹한 범행은 새삼 더 언급할 게 없지만, “솔직히 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다”는 김태현의 말을 듣고 여러 생각이 듭니다. 

세상 모든 부모 마음이 다 그렇겠지만, 자식에 대한 모정의 지극함을 이르는 말로 ‘절발역주’(截髮易酒)라는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직역하면 ‘머리를 잘라 술과 바꾸다’입니다.

중국 동진의 무장 ‘도간’이라는 사람의 어머니에서 비롯된 고사로 당나라 방현령 등이 엮은 진서(晉書) ‘도간전’에 전해집니다.  

도간은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아래서 컸는데, 어머니 담(湛)씨는 어렵고 가난한 가운데서도 도간을 반듯하고 올곧게 키우기 위해 온 정성을 다합니다.

그런데 도간이 젊은 시절 아직 벼슬길에 나가기 전, 이미 벼슬에 나간 범규라는 도간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도간의 집을 불쑥 찾아옵니다.

이에 대접할 게 아무 것도 없던 도간의 어머니는 아끼던 양 갈래 머리카락을 잘라 술과 안주로 바꿔 아들의 친구를 대접합니다.    

어머니의 지극정성과 도간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있던 범규는 후에 도간을 중앙에 천거했고, 강직한 성품의 도간은 40년 간 장상의 자리에 있으면서 충과 효를 다합니다.     
  
이 고사에서 ‘절발역주’는 자식을 위해 기꺼이 모든 걸 다 내어주는 지극한 모심을 이르는 말로 쓰이게 됩니다.     

‘어머니를 볼 면목이 없다’는 김태현. 김태현의 어머니도 자식에 대해선 여느 어머니와 그것과 다르지 않을 텐데, 지금 자식이 ‘희대의 살인마’가 된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김태현의 어머니 심정은 어떨까요.

‘피해자의 피도 덜 말랐는데 살인자의 가족 심경까지 헤아리자는 것이냐’ 그런 취지는 아니고, 김태현이 어머니의 마음을 한번이라도, 조금이라도 미리 헤아렸다면 혹시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어떤 후회는 다시는 그 후회 전으로 영원히 돌아가지 못하는 것도 있습니다. 그런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습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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