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상해 고의 없었어도 차량 감금과 상해 사이 인과관계 인정"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부딪칠 수 있는 법률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은 감금치상죄 얘기 해보겠습니다. 박아름 기자 나와있습니다. 오늘 사연은 어떤 내용인가요.

▲박아름 기자= 30대 초반 남성 고주형씨는 같은 회사 최고 미인으로 소문난 이하늘양을 평소 연모했습니다. 오랜 고민 끝에 고씨는 이양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기로 결심하고 남몰래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그리고 이벤트 당일 퇴근하는 이양에게 “어디까지 가냐, 태워드리겠다”고 제안했지만 이양은 “고맙지만 괜찮다”고 완곡하게 거절했습니다. 

그러나 고씨는 계속해서 “사람 호의를 이렇게 무시하면 안 된다. 드릴 말씀도 있으니 같이 가자"라며 이양의 손목을 잡고 자신의 차에 태워 출발했습니다. 이에 이양은 마음이 내키진 않았지만 회사 상사인 고씨와의 관계 때문에 “어디까지 태워달라”고 목적지를 말했고, 두 사람은 안전띠를 매고 함께 출발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는 드라마 같은 데서 어떻게 보면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인 것 같은데, 다른 사단이 더 벌어진 모양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고씨가 이양이 말한 목적지가 아닌 전혀 엉뚱한 반대 방향으로 운전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에 이양은 “이 길은 제가 말씀드린 방향이 아니다.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고 물었고, 고씨는 “제가 오늘 하늘씨를 위해 준비한 것이 있으니 거기로 가시자”며 운전을 계속했습니다.

이양이 이에 다시 “무슨 말씀이냐, 여기서 내려달라”고 몇 번이나 요청했지만 고씨는 이를 무시하고 계속 60~70킬로미터의 속도로 운전을 계속했습니다. 이에 덜컥 겁이 난 이양은 안전벨트를 풀고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렸고, 뼈가 부러지는 등 6개월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해를 입었습니다. 이 경우 고씨를 감금치상죄로 처벌할 수 있느냐가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감금죄는 될 것 같은데 감금치상까지는 우리 코너 제목처럼 알쏭달쏭합니다. 

▲기자= 말씀하신대로 이양이 차에서 뛰어내려 상해를 입은 것은 고씨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해도, 일단 싫다는 이양을 자신의 차에 강제로 태우고 내려달라고 여러 차례 요구했는데 이를 무시하고 계속 차를 달렸으니 감금죄가 성립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이에 대해 고씨는 “이하늘양이 다친 것은 매우 유감이다. 하지만 차에 탄 이양이 목적지를 스스로 말했고, 안전벨트도 맸다. 차에 억지로 감금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항변했습니다.

반면 이양은 “무슨 소리냐. 싫다는데 차에 억지로 태웠고, 내려달라는 요청도 무시하고 못 내리게 계속 달렸다. 무슨 험악한 일이라도 당할까봐 무서워서 차에서 도망가다가 크게 다쳤으니 고씨가 감금치상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반박했습니다. 

▲앵커= ‘감금’이 법률적으로 어떻게 정의되나요. 

▲기자= 법적으로 감금은 사람을 특정한 장소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을 요건으로 합니다. 특정한 장소 밖으로 나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뿐만 아니라 사실상 심히 어렵게 하는 것까지도 포함합니다. 그 방식은 제한이 없고, 물리적, 유형적 수단뿐만 아니라 심리적, 무형적인 방식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관련해서 「형법」제276조 제1항은 “사람을 체포 또는 감금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합니다. 또 같은 법 제281조 제1항은 체포 또는 감금으로 인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을,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으로 가중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감금과 ‘체포’의 차이는 감금은 유무형의 수단으로 특정 장소를 이탈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체포는 사람의 신체에 직접적인 물리력과 구속을 가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앵커= 그래서 고씨는 감금치상죄가 성립하나요. 

▲기자= 일단 감금죄가 성립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설령 승용차를 탈 때 자의로 탔다고 해도 이후 내려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차를 계속 달렸다면 ‘승용차’라는 특정한 장소를 벗어나지 못하게 한 것이므로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보는데 어려움이 없다“는 게 법제처의 설명입니다. 

문제는 감금치상 부분인데 일단 고씨 입장에선 이양이 뛰어내릴 것이라고 예상을 못했다, 이양에게 상해를 입힐 어떤 의도, 즉 상해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할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에 대해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습니다.

“피해자를 차량에서 내리지 못하게 한 행위는 감금죄에 해당하고, 피해자가 그와 같은 감금상태를 벗어날 목적으로 차량을 빠져 나오려다가 길바닥에 떨어져 상해를 입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르렀다면 감금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감금치사죄에 해당한다”라는 게 대법원 판시입니다. 

가해자의 의도를 떠나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인데, 이는 당연히 감금치상에도 적용될 수 있고, 나아가 강간을 피해 도망가다 다치거나 숨지는 등 강간치상이나 폭행치사, 상해치사 등의 다양한 범죄에 대한 판단에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 법제처 설명입니다. 

▲앵커= 앞서 김태현 사건도 그렇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이런 생각은 이젠 정말 버려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법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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