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스토킹 해야 조치 가능... 수사기관 태도와 의지 중요"

▲유재광 앵커= '이호영 변호사의 뉴스와 법' 오늘(7일)은 노원구 세 모녀 살해사건, 김태현과 스토킹 얘기 해보겠습니다. 이 변호사님, 김태현 신상이 공개됐는데, 이 사람 범행도 그렇고 범행 이후의 행각도 그렇고 사이코패스 아닌가요.

▲이호영 변호사= 이 정도면 사이코패스로 보는 시각이 다분합니다. 김태현은 피해자가 본인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사실에 앙심을 품고, 지난달 23일 오후에 피해자가 거주하던 아파트에 택배원을 가장해서 주도면밀하게 침입을 한 다음 당시 집에 혼자 있던 둘째 딸과 이후에 들어온 피해자의 모친을 연이어 살해하고 결국에는 본인을 만나주지 않았던 피해자까지 다 살해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 살해의 방법이 너무나도 처참했고, 무엇보다 살해한 이유도 경악스럽습니다. 피해자들의 시신 옆에서 3일 동안 밥과 술을 먹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벌였거든요. 범행동기, 범행수법, 범행정황을 놓고 봤을 때는 도저히 일반인으로 보기는 어렵고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아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앵커= 소시오패스 얘기도 나오는 데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는 어떻게 다른 건가요. 

▲이호영 변호사= 여러 가지 심리학자들의 견해가 있는데 가장 큰 차이는 주도면밀함입니다. 사이코패스 같은 경우에는 충동적으로 본인의 감정을 절제하지 못하고 범행을 저지르는 경항이 크고요. 반면에 소시오패스는 주도면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고 범행을 실행한 이후에 본인이 어떻게 빠져나갈 것인지도 염두에 둡니다. 

그래서 흔히 소시오패스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 법조인이나 정치인 중에 많고, 사이코패스 같은 경우에는 살인범이나 강력 범죄자 중에 많이 나타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앵커= 김태현이 사이코패스로 판명이 나면, 가령 이 사람은 심한 정신병자다, 이걸 양형에 참작해서 형을 깎아줄 수도 있나요. 

▲이호영 변호사= 그건 좀 어렵습니다. 사이코패스는 범죄인의 성향과 관련된 것이어서 말씀하신 정신병과 조금 다릅니다. 정신병이라고 하면 흔히 형법에서 심신미약과 심신상실, 다시 말해서 심신장애가 있는 정신병자를 지칭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은 본인이 뭘하는지 잘 모르거나 아예 모를 수도 있어요. 본인이 어떤 범죄를 저지르는지 인식조차 못하는 사람을 처벌하긴 어렵죠.

예를 들어 특정한 장애가 있는 분들이 있지 않습니까. 이런 분들이 지나가는 사람을 때린 경우 폭행죄로 처벌하는 건 다소 가혹하거든요. 그런 경우 형을 면제해 주거나 감경해 줄 수는 있는데, 김태현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뭘하는지 알고 계획도 세웠고. 그런 면에서 심신장애로 인한 감경사유가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앵커= 스트킹 범죄를 하다가 흉악한 범죄로 이어진 건데, 관련해서 최근 스토킹처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았나요. 

▲이호영 변호사= 스토킹 행위에 대한 처벌 이야기가 나온 게 1999년도부터에요, 그때는 경범죄 처벌법이 있었는데 지난 3월 말에 이르러서야 스토킹범죄 처벌 특례법이 제정돼서 올 9월부터 시행될 예정입니다. 법이 통과되기 까지 무려 22년이 걸렸습니다. 20대 국회 때까지 법안 발의가 14차례 됐었는데 전부 통과가 안 됐고, 21대 국회 때 다시 6건의 법안이 발의돼서 이번에야 겨우 통과됐습니다.

문제는 이게 너무 늦었다는 점입니다. 지금 김태현 범죄 같은 경우도 김태현이 피해자를 스토킹하고 있었고 그로 인해서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를 느껴서 주위에 이같은 사실을 토로 했거든요. 이런 스토킹 범죄로 인해, 더 잔혹한 2차 범죄를 막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운데, 지금 시행 예정인 스토킹처벌법도 문제인 것이 잘 보면 피해 당사자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스토킹 행위를 해야만 처벌할 수 있거든요.

그러면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지 않은 일회성 스토킹은 처벌이 안 돼요. 예를 들어 김태현 같은 경우도 범행 장소에 한 번 찾아갔는데 만약 피해자가 이를 경찰에 신고한 경우 이 법이 시행중이라고 하더라도 수사기관에서는 “한 번 밖에 안 왔어요? 이건 범죄가 안 됩니다" 라고 말하며 돌려보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스토킹처벌법이 너무 협소하게 규정하고 있다는 문제가 있고, 다른 하나는 피해자도 스토킹 범죄를 당하고 있는 당사자만 피해자로 규정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실제로 스토킹 범죄는 피해자의 주변인을 괴롭히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어서 피해자가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고 하면 너의 인생을 파멸시키겠다면서 피해자의 친한 친구나 가족에게 접근해서 SNS 메시지를 보낸다든지 이런 식으로 피해를 겪는 스토킹 범죄도 많거든요. 그런데 그런 범죄는 지금 이걸로 처벌 안 되겠죠.

마지막으로, 스토킹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처벌하고 있어요. 이게 무슨 뜻이냐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하지 못한다, 다시 말해 피해자와 합의가 되면 처벌할 수 없습니다. 이게 피해자의 입장에선 좋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합의를 봐야 하니까요.

그런데 스토킹 범죄의 특성이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괴롭힘 아니겠습니까. 이걸 반의사불벌죄로 두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냐면 신고가 돼서 수사를 받거나 아니면 재판을 받는 가해자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합의를 봐야 할 것이고, 그래서 또 피해자에게 연락을 해야 합니다.

피해자에 대한 2차 합의로 이어질 수 있고 합의 안 되면 보복 범죄 우려도 있죠. 앙심을 품고 처벌을 받고 나서 보복 범죄를 저지를 수 있습니다. 스토킹 범죄를 반의사불벌죄로 두는 것은 2차 가해나 합의를 종용하는 문제, 보복 범죄, 이런 것의 우려를 높인다는 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고 걱정스러운 지점입니다. 

▲앵커= 법이 아직 시행도 안됐는데 말씀 들어보니 한계점이 있네요.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이 변호사= 법이라는 게 시행 예정인 것을 바로 뜯어 고치고 그런 것에 대해서도 너무 법을 이랬다저랬다 바꾸는 것은 법적 안정성, 법치주의의 양대원칙을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있어서 일단 법을 시행하되, 수사기관에서 참 중요하다고 봅니다.

법이라는 것은 결국 수사기관의 법집행을 통해서 우리 사회에 집행이 되는 거잖아요. 이렇게 법을 만들었으면 법의 한계를 차치하고라도 법에 좋은 내용도 있어요. 수사기관이 수사 초기에 바로 임시조치를 할 수 있는 그런 방안들이, 근거 규정이 있거든요. 다시 말해서 가해자로 하여금 피해자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거 규정들이 있어요.

현행법 하에선 법원에 접근 금지를 신청해서 가해자의 가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을 우회적으로 했는데, 이걸 앞으로는 수사 단계에서 바로 할 수 있는 근거들이 도입이 됐기 때문에 수사기관에서 이런 스토킹 범죄를 경미한 범죄로 취급할 게 아니라 이런 김태현 사건처럼 중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습니다. 

또 피해자가 오죽하면 경찰서에 신고하겠습니까. 웬만큼 피해가 있지 않고선 경찰서에 신고 안 하거든요. 경찰서까지 와서 보호해 달라는 피해자의 신고를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적극적으로 법집행을 하는 수사기관의 태도, 문화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게 스토킹이나 스토킹으로 인한 2차 피해를 막으려면 팁 같은 게 있을까요. 

▲이 변호사= 피해자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선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신고하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어요. 그런데 피해자들이 신고를 망설이는 이유가 뭐냐, 결국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수사기관의 엄정한 법집행 이런 게 없으면 오히려 신고하는 게 가해자를 자극하거나 보복할 우려가 발생할 수 있거든요.

그러니까 피해자 입장에선 신고를 하고, 수사기관 입장에선 적극적으로 수사하고 수사 초기에 가해자로 하여금 피해자 근처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적극적으로 명령하는 식으로 운영이 돼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앵커= 말씀대로 시행되면 운영의 묘가 상당히 중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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