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특정 후보 낙선 또는 당선 목적 행위는 선거법 적용 받는 선거운동"

▲앵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 기자회견을 두고 선거법 위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남승한 변호사의 시사법률’입니다. 남 변호사님, 피해자 기자회견 내용부터 좀 볼까요.

▲남승한 변호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가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박원순 전 시장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괴롭게 한다” 이렇게 토로했습니다.

A씨는 “저의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를 준 정당에서 보궐선거로 시장이 또 나오면 자리로 돌아가게 될 수 없을 것이란 두려움이 들어서 직접 나섰다. 지금까지도 더불어민주당의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다”면서 비판대상을 민주당으로 확대해 갔습니다.

“지금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도 제게 상처 줬던 사람들이 많이 있다”, 또 특정인을 겨냥해서 “그분으로 인한 저의 상처와 사회적 손실은 회복하기 불가능한 지경이다. 반드시 정치적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시장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었다. 고인을 추모하는 거대한 움직임 속에서 저란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는 걸 느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습니다.

▲앵커=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남승한 변호사= 기자회견을 한 다음날인 18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박원순 시장님 피해 주장자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습니다. 작성자는 A씨를 일단 ‘피해 주장자’로 칭했는데요. “공무원의 정치중립의무 위반이다. 특정 정당을 떨어뜨리기 위한 것이니 불법 선거운동이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에 유선상으로 신고하고 접수하고 결과를 요청했다”고 밝혔습니다.

친여권 성향의 네티즌이나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A씨와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에 대해서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정치공작을 펼치고 있다. 언론플레이를 한다”는 식의 비판이 꽤 많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서울시 선관위에도 이 기자회견과 관련해서 공직선거법 위반 신고가 여러 건 접수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앵커= 선거법 관련 조항이 어떻게 돼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공직선거법 60조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그중 4호에 '국가공무원법 2조'에 규정돼 있는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법 2조'의 지방공무원이 포함돼 있어서 이런 공무원은 '선거운동을 할 수 없는 자로 명시돼 있고요. A씨는 서울시 공무원이기 때문에 지방공무원으로서 선거운동이 금지되는 공무원에 해당합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슈는 A씨는 '공무원이'니까 A씨의 기자회견을 ‘선거운동’이라고 볼 수 있냐, 아니냐 겠네요.

▲남승한 변호사= 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유권해석을 했습니다. 중앙선관위는 일단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아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힘들다” 이렇게 결론을 내렸는데요. "신고 된 기자회견은 행위자가 공직상의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해서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선관위 판단입니다.

▲앵커= 공무원으로 기자회견을 한 게 아니라 피해자로 기자회견을 해서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판단을 한 건가요. 선관위 유권해석 취지를 좀 더 설명해주시면요.

▲남승한 변호사= 유권해석의 내용만 봐서는 명확히 알기는 좀 어렵긴 한데요 여러 가지로 짐작을 해보면 소위 말하는 선거운동, 공직선거법 등에서 얘기하는 선거운동이라는 것은 공직선거법 제58조를 보면 당선되게 하거나 또는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그런데 일정한 경우에는 선거운동으로 보지 않는데요. 예외조항을 보면 58조 1항 1호, 선거에 관해서 단순히 의견을 개진하거나 의사표시를 하는 것은 누구를 당선되게 하거나 당선되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니까 그렇고요. 

그 다음에 58조 1항 3호, 정당이 어떤 후보자를 추천하려고 하는데 “나는 저 사람 반대한다” 혹은 “나는 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고 얘기하는 것은 의견 개진이나 의사표시니까 선거운동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기자회견 경우에는 1호하고 3호에 딱히 부합되는지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그러다보니까 공무원으로서 무슨 지위나 영향력을 이용하려고 한 것은 아니고 본인의 의사를 표시한 것에 불과하다는 취지인 것 같은데, 그런 정도로만 파악될 뿐입니다.

▲앵커= 결국엔 이번 기자회견 같은 경우는 요약하면 ‘박영선 찍지 말아 주세요’가 돼버린 것 같은데, 기자회견을 주최한 김재련 변호사도 선거운동과는 관련히 전혀 없나요.

▲남승한 변호사= 피해자 A씨의 경우에는 공무원인지 여부도 쟁점이 되고 선거운동이 되는지도 쟁점이 되는 것 같고요. 김재련 변호사의 경우에는 공무원은 아니지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사람에 해당하진 않아서 선거운동이냐 아니냐가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A씨에 대해서 선관위가 "선거운동이 아니다"라고 했는데, 기본적으로는 두 사람이 했다는 의사표시가 동일하기 때문에 A씨가 선거운동이 아니라면 김재련 변호사도 선거운동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고요. 그 점은 아무래도 선거와 관련해서 결과적으로 누구의 당락에 관한 얘기를 한 것이 되긴 했지만 피해자로서 어떤 의견을 표시한 것에 해당한다는 점에 더 방점을 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앵커= 단순한 의견개진이나 의사표시와, 선거운동으로서 당선 되게 하거나 되게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행위, 구분이 약간 모호한 측면도 있는 것 같은데요. 기준 같은 게 정립된 게 있나요.

▲남승한 변호사= 대법원 판례가 여러 가지가 있긴 한데요. 판례를 읽어보면 원칙을 설시하는 점에 있어서는 다 비슷합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구체적인 사안에 들어갔을 때 어떤 것이 선거운동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또 그 사안을 들여다 봐야 합니다.

대법원 판례에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예를 들면 "특정 선거에서 특정 후보자의 당선 또는 낙선을 도모한다는 목적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라면 선거운동이다. 그리고 이게 선거운동이라면 이것을 하는 것은 선거법의 적용을 받는다", 약간 순환논리 같은 느낌이 들죠. 그렇지만 이렇게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다음에 어떤 부적격 후보의 낙천, 낙선을 목적으로 하는 것과 관련해서, 정확히는 낙선이겠죠. 이런 점에서 특정인의 당선을 목적으로 경쟁 후보가 당선되지 못하게 하는 선거운동, 이것과 일응 낙선운동은 구별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선거운동과 다를 게 없다. 이러면서 낙선운동에 대해서도 선거운동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4대강 사업,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소위 쟁점이 됐던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운동을 한 것과 관련해서는 이게 지방선거에서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낙선운동의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사례가 있긴 합니다. 이것과 지금 사례를 좀 비슷하게 본 것이 아닌가 싶고요.

최근엔 임미리 교수가 ‘민주당만 빼고 찍자’라는 칼럼에 대해서 일부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으로 인정돼 기소유예된 적이 있거든요. 임미리 교수는 무죄 또는 무혐의 결정을 했어야 한다고 하면서 헌법소원을 한 사례가 있긴 합니다.

▲앵커= 말 그대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데, 이번 기자회견을 두고 시점상 내용상 명백한 정치행위를 하고 있다는 쪽과 오죽 했으면 저런 기자회견을 하겠냐는 의견이 상존하는데요. 어떻게 보시나요.

▲남승한 변호사=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를 호소하는 행위, '호소'라는 표현 자체가 잘못됐을 수도 있습니다. 피해자가 자신의 피해가 어떤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로 인해서 발생하는 선거와 관련해서 의견을 내는 것, 이런 것 조차도 정치행위라고 하거나 낙선행위라고 본다면 선거운동의 자유는 지나치게 제한될 것 같습니다.

저는 기존의 낙선운동이나 임미리 교수와 관련된 그런 문제 등에 대해서 굳이 그것을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해야 하는가, 굉장히 회의적이기는 한데요. 특히 피해자가 한 기자회견 이런 내용에 대해서까지도 선거법 위반으로 신고가 꽤 많이 잇달았다는 것에 대해선 꽤 서글픈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앵커= 아무튼 여권이든 야권이든 좀 '역지사지' 해봤으면 좋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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