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 밀리자 홧김에 회사 차량 몰고 나왔다 면허취소된 화물차 운전자 위헌 소송 재판관 7대 1 "제반 사항 고려 없는 무조건적 면허 취소는 과도한 권리 침해"

 

 

[앵커]

회사가 밀린 월급을 주지 않자 화가 난 화물차 운전자가 회사 화물차를 마음대로 타고 나왔습니다.

이 운전자는 차량을 훔친 혐의가 인정돼 면허가 취소됐는데,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차량을 훔치면 무조건 면허가 취소된다고 합니다.

이 조항이 위헌인지 아닌지 헌재가 판단을 내렸는데, 석대성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오늘 오후 서울 강남역 사거리입니다.

개인 승용차부터 택배 오토바이, 택시나 버스 같은 영업용 차량까지 차량들이 쉴 새 없이 거리를 오갑니다.

일반 승용차도 마찬가지지만 버스나 택시 기사 등 차량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운전자들에게 면허증은 말 그대로 ‘밥줄’입니다.

[구관시씨 · 62세 / 택시 운수업]

"면허증이 없으면 굉장히 우리 같은 경우에는 먹고 살기가 막막하니까 굉장히 힘들어지죠. 그러면 살아가는데 배운 게 이거밖에 없는데" 

화물차 운전자 김모씨는 지난 2012년 회사가 밀린 월급을 주지 않자 홧김에 공장에 세워져 있던 화물 차량을 회사 허락 없이 몰고 나왔습니다.

김씨는 차량 절도죄에 대해선 2014년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스탠드업]

일반인들은 잘 모를 수도 있지만 버스나 택시 같은 영업용 차량은 물론 자가용과 오토바이 등 종류에 상관없이 남의 차량을 허락 없이 운전하면, 즉 훔치다 적발되면 운전면허가 무조건 취소됩니다.

운전면허의 취소와 정지를 규정하고 있는 도로교통법 93조 1항 12호는 ‘다른 사람의 자동차 등을 훔치거나 빼앗은 경우‘를 면허 취소 사유로 적시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법원에 운전면허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후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이에 대해 재판관 7 대 1 의견으로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고 판단했습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이 “운전면허 소지자의 직업의 자유 내지 행동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고 있어 법익의 균형성 원칙과 헌법에 위반된다”고 밝혔습니다.

훔친 차량으로 도로 안전을 위협했다거나 범죄에 사용했다든지 하는 정황과 경위 등 제반 사항에 대한 고려 없는 무조건적인 면허 취소는 과도한 권리 침해라는 겁니다.

헌재가 ‘제반 사항에 대한 고려 없는 기계적이고 무조건적인 면허취소는 위헌‘이라고 판단함에 따라 이른바 생계형 운전자들의 비슷한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법률방송 석대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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