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확정판결 사안, 대검 부장들이 밀실에서 다수결로 결정할 일 아냐"
"나는 장관이기 앞서 여당 의원" 박 장관 발언 들며 수사지휘권 발동 비판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18일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18일 대구지검 상주지청을 방문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박범계 법무부장관의 '한명숙 모해위증' 의혹 수사지휘권 발동에 반발하는 검찰 내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18일 "수사지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대검 부장회의를 신속히 열어 재심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조 대행은 대검 부장검사들만의 회의로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부족하다는 검찰 내‧외부의 우려 등을 이유로 들면서 일선 고검장들을 대검 부장회의에 참석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장관이 '검찰이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한 데 대해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일선에서는 더 강한 반발 기류가 나오고 있다. 대검 부장회의를 생중계하는 등 논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재인(사법연수원 39기) 수원지검 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망에 "대검 의사결정 과정의 공개를 요청드린다"는 글을 올렸다. 천 검사는 "(한명숙 전 총리 사건) 대법원 확정판결 사안에 어떠한 문제점이 있는 것인지, 검찰이 공소유지 과정에서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 검찰의 구성원으로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종민(21기) 변호사는 SNS를 통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된 사건이고, 2차례나 법무부장관 지휘권이 발동됐던 사건이어서 밀실에서 대검 부장들끼리 논의해 다수결로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며 "부장회의를 검찰 내부통신망으로 생중계해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투명하게 처리하고 결론 내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을 수사했던 양석조(29기) 대전고검 검사는 내부망에 "이 사건을 함께 수사했던 후배 검사가 10년이 넘도록 고생하고 있다. 미안하고 안타깝다"는 글을 올렸다.

양 검사는 자신이 과거 담당했던 피의자가 재판정에서 "검사가 본인에게 지방자치단체장 뇌물 사건을 불라고 회유 협박했다"는 거짓 증언을 하는 바람에 고생한 적이 있다는 사연을 소개한 뒤 "그 후로 재소자분들을 멀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전 총리 사건 수사에서) 재소자 조사를 맡았던 후배 검사를 위해 '제가 하겠습니다'라고 해야 마땅했는데, 그리하지 못했다"며 "말석 검사가 재소자 조사를 담당하게 됐고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양 검사가 언급한 후배 검사는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해 모해위증교사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박 장관과 그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직접 비판하는 글도 올라왔다.

신헌섭(40기)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내부망에 '장관님은 정치인? 국가공무원? 정치적 중립은 저 너머 어디에?'라는 글을 올렸다. 신 검사는 박 장관이 최근 "저는 법무부 장관이기에 앞서 기본적으로 여당 국회의원"이라고 한 발언에 대해 "상급자로서 장관님의 본 모습을 정치인으로 봐야 할지, 국가공무원으로 봐야 할지 큰 고민에 빠져있다"고 했다.

신 검사는 또 박 장관이 지난 2015년 한 전 총리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대법원이 권력에 굴종한 판결"이라고 발언한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최종 판단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의 수사지휘권을 이례적으로 발동하니 정치인 입장에서 지휘한 것인지, 국가공무원의 입장에서 지휘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을 지낸 이완규(22기) 변호사는 SNS에 글을 올려 박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 "대검 부장회의가 그 사건에 관해 결정할 수 없고 법적 근거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장관은 검찰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으면 근거를 들어 기소하라는 지시를 해야 했고, 그 기소에 무죄가 선고되면 장관이 책임지는 것"이라며 "이번 지시는 스스로 지휘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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