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지원 0원... 변시 합격자 수,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줄여야"

▲유재광 앵커=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신규 변호사들 교육의 한 주체인 대한변호사협회가 스스로 수습 변호사 연수가 파행적이고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어떻게 보면 자아비판을 했습니다. 어떤 얘기인지 왕성민 기자와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왕 기자, 변협의 자아비판이라고 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왕성민 기자= 대한변협이 변호사시험 합격자 실무수습 및 연수실태를 조사해 그 결과를 분석했더니 문제가 많다는 보고서를 스스로 냈습니다.  

▲앵커= 일단 변호사시험 합격자 연수, 이거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건가요. 

▲기자= 변호사법 제21조의2는 "6개월 이상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종사하거나 연수를 받지 아니하면 단독으로 법률사무소를 개설하거나 법무법인 등의 구성원이 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변시에 합격하고 6개월은 실무 연수를 받아야 변호사로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겁니다.      

변호사법은 그러면서 변시 합격자들이 연수를 받을 수 있는 법률사무종사기관으로 법원, 검찰, 헌법재판소, 국회, 법률구조공단, 법무법인 등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앵커= 대한변협은 변시 합격자 연수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빠져있네요. 

▲기자= 원칙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이는 법원이나 검찰, 법무법인 등 실제 법률사무가 이뤄지는 곳에서 최소 6개월은 실무교육과 연수를 받으라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예외조항이 있습니다. 변호사법에서는 법원이나 검찰, 로펌 등에 가지 못하는, 일종의 미취업 변시 합격생의 경우 변협에서 별도 교육을 받는 것으로 연수를 갈음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게 부실하다는 건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이 문제는 변시 합격자 수와 연관돼 있는데, 일단 연원을 보면 로스쿨 변호사시험 제도 도입 전엔 사법시험 합격자들이 사법연수원에서 2년간 교육받았기 때문에 연수와 관련돼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문제는 변시 출신 예비 법조인들이 배출되면서 시작됐는데, 작년 기준 변시 합격자는 1천768명입니다. 이 가운데 검찰이나 법원, 법무법인 등 법률사무종사기관에서 연수를 받는 합격자는 979명, 그러니까 1천명이 안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법률사무종사기관 취업하지 못한 789명의 교육을 변협이 떠맡아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2012년의 경우 변협 연수를 신청한 변시 합격자 수는 436명이었는데 등락폭이 있긴 하지만 2015년 513명, 2018년 606명, 작년엔 789명으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대략 1천명 정도는 검찰이나 법원, 법무법인 등에서 연수를 받을 기회를 얻고 있는데, 이 기회를 얻지 못하는 변시 합격자들은 변시 합격자가 늘어나는 만큼 변협이 교육과 연수를 떠맡아야 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겁니다. 

/법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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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숫자가 늘어나고 있긴 한데, 변협에서 제대로 연수를 시키면 해결되는 것 아닌가요. 

▲기자= 물론 그렇게 하면 됩니다. 하지만 실제론 그게 어렵다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다는데 딜레마가 있습니다. 법조시장의 수용 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무리하게 변호사 공급을 늘리다 보니, 연수 기회를 얻지 못한 변시 합격자들은 변협으로 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변협이 이걸 다 떠안을 역량이 안 되다 보니 연수가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변협의 입장입니다.  
 
▲앵커= 부실하다고 하는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부실한 정도가 아니라 민망하지만 불법적이고 파행적으로 연수가 진행돼 왔다는 것이 변협의 자기고백입니다. 일단 변호사법 시행령은 연수 관련 변호사 연수에 대해 "법률사무종사 변호사를 제외한 변호사의 수가 법률사무종사 변호사의 수 이상일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작년 기준 변협에 연수를 신청한 789명의 변시 합격자들을 제대로 가르치고 교육하려면 교육생 1명당 기존 변호사 1명씩 적어도 789명 이상이 '변호사 연수 관리지도관'으로 배정돼야 하는데 그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앵커= 왜 부족한가요. 

▲기자= 가장 큰 건 역시 예산 문제입니다. 1년에 1천명을 교육시켰던 사법연수원의 1년 교육 편성 예산은 220억원 정도였다고 합니다. 1인당 2천만원이 넘는 액수인데, 변호사시험 합격자에 대한 실무연수 관련 국고보조금은 변시 합격자가 처음 배출된 2012년 기준 불과 5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정상적으로 교육을 시키려면 당연히 예산과 인력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요. 그나마도 해마다 줄다가 지난해 법무는 아예 관련 예산을 전액 삭감해 버렸습니다. 1천명은 어찌어찌 법원이나 검찰, 법무법인에 들어가 월급을 받든, 못 받든 실무 연수를 받는다 해도 여기 들어가지 못한 나머지 800명에 가까운 변시 합격자들은 어찌됐든 변협 연수를 받아야 되는 건데, 예산이 0원인 상황이 전개된 겁니다. 

그 결과 변협 연수를 받는 신규 변호사는 자비를 60만원씩 내면서 연수를 받는 초유의 상황에까지 처해졌다는 것이 이번 조사 결과입니다.   

/법률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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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연수에도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원래는 교육을 담당하는 관리지도관이 1:1로 되어야 하는데, 관리지도관 1명당 9명까지 연수변호사가 배정된 경우도 있고, 관리지도관은 변호사 경력 5년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연차가 안 되는 변호사가 관리지도관을 맡는 사례도 발생했다고 합니다.   

여기에 변호사 사무소에 수습변호사를 상주 시킬 공간이 없어서 수습변호사를 출근시키지 않은 채 감상문을 쓰는 것으로 대체하는 등 파행적, 불법적인 연수 실태가 다수 확인됐습니다. 

▲앵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변시 합격자 교육비 예산을 왜 꼭 법무부가 지원해야 하냐는 반론도 있을 것 같은데요.    

▲기자= 이 부분에서 오해가 있을 수 있는데, 로스쿨 체제로 전환됐다고 재정 부담을 오롯이 개인이나 로스쿨 등 민간이 지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면 우리나라는 변호사 배출 수나 로스쿨 정원 등을 국가에서 통제하기 때문에 시장논리에만 맡길 수 없거든요.  

만일 변호사 양성을 위한 비용을 각자 알아서 책임지라는 식으로 가려고 하면, 국가에서도 로스쿨 정원이나 합격자 수 등의 제한을 다 풀어줘야 합니다. 어쨌거나 국가에서 정원 등을 철저히 통제하는 만큼, 그로인해 발생하는 재정 결손은 국가가 부담하는 게 맞습니다. 

관련해서 변호사법 제21조의2 10항도 "법무부장관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가 실시하는 연수과정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앵커= 법무부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변협 관계자 등에 따르면 법무부는 세무사나 변리사 등 다른 자격사들과 비교를 하면서 변호사들이 받는 연수만 국가지원을 하는 것은 부당하다, 피교육자의 교육비는 자기부담이 맞다, 이런 식으로 주장을 했다고 합니다. 

당시 변협도 국회에 예산삭감이 부당하다는 의견서를 냈지만, 이미 예산이 깎인 상황에서 신청조차 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전임 변협 집행부가 너무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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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그럼 지금 상황에서는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기자= 일단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2016년부터 매년 관리지도관 수가 적게는 370여명에서 많게는 570여명 가까이 부족했습니다.

지금 변시 합격자가 1천800명에 육박하는데 지난 몇 년간 추이를 보면 법원과 검찰, 법무법인 등에서 소화할 수 있는 연수생 수자는 최대치가 1천명 정도, 여기에 변협이 커버할 수 있는 건 최대 200명 정도. 따라서 한해 변시 합격자를 1천 200명 정도로 축소해달라는 것이 변협의 요구입니다.

제대로 교육도 받지 못하는 변호사들이 시장에 풀리면 그 피해가 어디로 가겠냐, 결국은 국민 피해로 돌아간다, 합리적으로 고려해 달라는 것이 변협의 주장입니다. 

▲앵커= 단순히 밥그릇 챙기려는 주장만은 아닌 것 같은데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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