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김학의 사건 검찰에 재이첩하며 "수사만 하고,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
이정섭 수원지검 형사3부장 "사건 넘겼다면 더 이상 관여할 권한 없어... 핑퐁 하나"

김진욱 공수처장. /연합뉴스
김진욱 공수처장.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을 수원지검으로 재이첩하면서 "수사만 이첩한 것이며, 공소는 공수처 관할"이라고 밝힌 데 대해 검찰이 "해괴망측한 논리"라며 정면 반발하고 나섰다. 공수처 출범 후 특정 사건 수사와 기소 권한을 놓고 양측이 대립하는 양상이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1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김 전 차관 사건을 검찰에 재이첩하면서 수사·기소를 분리한 것과 관련해 적절성 논란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제 입장문에 쓰여진 대로"라고 말했다. 공수처는 전날 입장문에서 "수사 부분만 검찰에 이첩한 것으로, 공소 부분은 여전히 공수처 관할 아래 있다"며 "현재 공수처가 수사에 전념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한 것으로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했다.

김 처장은 공수처법 3조 1항과 2호, 25조 2항에 따라 공수처가 검사의 범죄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보유한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다. 그는 '검찰에서 김학의 사건 관련자 기소를 강행한다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가정에 미리 답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안팎에서는 사건을 재이첩한 공수처가 임의로 수사와 기소를 분배할 권한이 없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김 전 차관 사건을 수사해온 수원지검 이정섭 형사3부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공수처장께서 사건을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사건을 송치하라'고 수사지휘성 문구를 떡하니 기재해 놓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쏟아지는 질문에 수습이 되지 않으니 '사건을 이첩한 것이 아니라 수사 권한만 이첩한 것'이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를 내세웠다"고 비판했다.

이 부장검사는 수원지검 수사팀 명의로 된 8쪽 분량의 '공수처법 규정 검토' 보고서를 올리면서 "이첩의 대상은 '사건'이고, 이첩받은 기관은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것일 뿐이어서 '권한'을 이첩한다는 개념은 상정하기 어렵다"며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한 경우, 공수처는 더 이상 그 사건에 관여할 권한이 없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는 상당 정도 진행됐으며, 수사 대상자들의 공수처 이첩 주장으로 인해 오히려 공수처 수사에 '공정성 논란'이 있다"며 "공수처법상 제한이 없어 '재이첩' 사건도 '재재이첩'을 요청할 수 있다고 주장할 여지가 있으나 이는 수사기관 간 '사건 돌리기(핑퐁)'에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검사는 또 법무부가 지난 12일 김 전 차관 사건 수사팀에 속해있던 임세진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2부장과 김모 부산지검 소속 검사의 파견 연장을 불허한 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이 파견에서 복귀하면 수사팀에는 이 부장검사와 평검사 2명만 남게 된다.

검찰 내부에서는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해 이처럼 공수처가 '검찰은 기소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수사 검사 파견 연장을 불허한 것을 두고 '사건 뭉개기'라는 반발 기류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수원지검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면 사건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수사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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