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양숙·박원순 미행 지시를 직권남용 무죄 판단한 원심은 잘못"
"국정원 직권남용은 형법상 직권남용죄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법률방송뉴스] 대법원이 원세훈(70) 전 국가정보원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일부 무죄 판결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11일 국가정보원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 전 원장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7년에 자격정지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심 판결 중 원 전 원장이 국가정보원 직원들을 상대로 직권남용을 해 국가정보원법을 위반했다는 혐의에 대해 무죄 및 면소 판결한 부분에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 전 원장이 권양숙 여사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해외 방문 때 국정원 직원에게 미행을 지시한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원심은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재판부는 "미행 지시는 원 전 원장이 국정원 실무자들에게 법률상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때에 해당한다"며 '직무집행의 보조 행위'로 본 원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정원법 처벌 조항의 입법 경위와 취지, 국정원의 법적 지위와 영향력 및 특수성, 엄격한 상명하복의 지휘체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직권남용죄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정원 직원의 직권남용 혐의와 관련해 국정원법이 별도로 직권남용죄를 처벌하는 점 등을 언급하며 형법상 직권남용죄보다 엄격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 전 원장은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09년 2월부터 2013년 3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하면서 민간인 댓글부대를 운영한 혐의 등으로 총 9차례 기소됐다.
그가 받은 혐의는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에 63억원의 국정원 예산을 횡령해 국고를 손실한 혐의, 우파단체 지원금으로 1억5천여만원의 예산을 횡령한 혐의, 민간단체로 하여금 진보세력을 종북으로 몰아가는 정치공작을 벌이는 데 47억여원의 예산을 사용한 혐의,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위 및 비자금 추적을 위한 이른바 '데이비드슨 사업'에 예산을 사용한 혐의,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상득 전 의원 등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 2억원 등을 뇌물로 전달한 혐의 등이다.
1심은 이런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원 전 원장에게 징역 7년과 자격정지 7년을 선고했다. 13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중 권 여사와 박 전 시장 해외 방문 때 국정원 직원에게 미행을 지시한 사실을 제외한 12개 혐의는 무죄 판결했다.
2심은 뇌물액수를 128억여원에서 156억여원으로 늘려 판단했지만 직권남용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 징역 7년과 자격정지 5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2심이 무죄 판단한 권 여사 등 미행 지시 직권남용 혐의를 유죄로 본 것이다.
원 전 원장은 이외에도 국정원 직원들을 동원한 댓글을 통해 각종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2018년 4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건설업자로부터 억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도 2016년 징역 1년 2개월이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