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피난 인정 안 되면 재물손괴죄 성립... 과잉피난 경우에는 형 감경 또는 면제"
"묶어놓은 개가 달려들어 아이가 놀라서 다쳤다면 개 주인에 손해배상 책임 있어"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법률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11일)은 반려견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일단 어떤 상황인지 볼까요.

▲기자= 나준호씨는 8살짜리 딸 나세희양과 산책을 하던 중 울타리에 묶여 있던 이웃집 개와 마주쳤습니다. 덩치가 큰 개를 보고 나세희양은 겁에 질려 울기 시작했는데, 나양이 울자 흥분한 개 ‘눈치’가 마구 짖으며 달려들려고 했는데요. 이에 행여 목줄이라도 끊어져 자신의 딸을 해칠 것을 걱정한 나씨는 주변에 있던 나무 몽둥이로 개를 때렸는데, 개가 그만 죽어버린 겁니다.

이에 개 주인인 김모씨가 500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개라며 변상할 것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앵커= 양측 입장은 뭐 어떤가요.

▲기자= "우리 개는 울타리에 묶여 있었다. 줄 길이도 1m밖에 안 된다. 달려들려고 해도 달려들 수가 없다. 피해 가면 되는데 때려죽였으니 500만원을 변상하라"는 게 개 주인 김씨의 입장입니다.

반면 “코앞에서 개가 내 딸에 달려들려고 했다. 다급한 마음에 옆에 있던 나무 몽둥이로 때린 것뿐이다. 죽으라고 때린 것도 아니고 죽을 줄도 몰랐다. 변상 못 한다”는 게 나씨 입장입니다.

나씨가 변상을 거부하자 이에 화가 난 김씨가 나씨를 남의 개를 때려죽였다며 형사고소 했습니다.

▲앵커= 이게 형사적으로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먼저 개도 엄연한 재물에 해당하고 500만원이나 하는 개를 때려죽였으니 법적으로 재물의 가치를 훼손, 재물손괴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나 개가 딸을 위협해 다급한 마음에 개를 때린 것은 결과적으로 개가 죽긴 했지만 아버지로서 딸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긴급피난행위다. 따라서 처벌할 수 없다는 반론도 나옵니다.

▲앵커= 재물손괴죄나 긴급피난 관련한 법조항이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재물손괴죄에 대해 형법 제366조는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전자기록 등 특수매체 기록을 손괴 또는 은닉 기타 방법으로 그 효용을 해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타인의 재물을 손괴한다고 해서 언제든 처벌되는 것은 아니고 형법 제20조 내지 24조에 따라 그 행위가 정당행위, 정당방위, 긴급피난, 피해자의 승낙, 자구행위 등의 요건을 갖추면 처벌받지 않게 됩니다.

▲앵커= 그러면 이번 사안은 긴급피난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겠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위 사안은 긴급피난과 관계돼 있는바, 긴급피난이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위난을 피하기 위한 행위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형법 제22조 제1항과 민법 제761조에 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위난을 피할 다른 수단이 있거나 적절한 방법이 있었다면 형법 제22조제3항과 제21조제2항에 따라 과잉피난행위가 돼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을 뿐입니다. 또 그러한 위난이 없음에도 있다고 오인한 때에는 이른바 '오상피난'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래서 이번 건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기자= 제반 사정을 종합하면 일단 재물손괴죄는 성립한다는 게 법제처 유권해석입니다.

“위 사안의 경우 갑자기 물려고 덤벼드는 개를 몽둥이로 때려죽이지 않고서는 객관적으로 딸을 보호할 다른 수단이 없는 유일한 수단이었다면 긴급피난으로서 처벌받지 않을 것이나, 만일 개를 몽둥이로 때려죽이지 않고도 피할 방법이 있었던 상황인 경우에는 과잉피난행위가 되어 재물손괴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법제처 설명인 건데요.

다만 과잉피난행위의 경우에도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상황 등을 종합해 형이 감경 또는 면제될 수도 있다고 법제처는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앵커= 이것과 별개로 얼마 전에 묶여 있는 개가 아이한테 달려들어 아이가 놀라 다친 사건에서 개 주인한테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오지 않았나요.

▲기자= 그렇습니다. 2019년 6월 21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 단지 안에서 화단 나무 기둥에 묶여 있던 개 한 마리가 8살 아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개가 아이에게 직접적인 해를 가하진 않았지만, 깜짝 놀란 아이가 넘어지는 바람에 팔꿈치 골절 등 전치 4주 부상을 당했는데요. 당시 개 주인은 볼일을 본다고 개를 묶어두고 자리를 뜬 상태라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창원지법 민사5단독 김초하 판사는 아이를 위협한 중형견 개 주인에게 566만1천700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고요. "개 주인이 개가 타인을 위협하거나 물리적 피해를 주지 않도록 그 위험을 사전에 방지할 의무가 있으나 이를 게을리했다. 아무런 이유 없이 일방적으로 아이를 공격한 개와 주인에게 전적인 책임이 있다"는 게 재판부 판시였습니다.

개주인의 위험 방지 의무를 폭넓게 인정한 취지의 판결입니다.

▲앵커= 아무튼 나한테는 사랑스러운 반려견이지만 다른 누구한테는 맹수처럼 무서운 존재일 수 있으니 서로서로 배려하는 게 필요하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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