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가의 역할은 인공지능 같은 '계량화'를 넘어서는 어떤 지점에 있다"

[법률방송뉴스] 21세기 이후 인류는 아마도 코로나 전과 후로 나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는 말 그대로 우리 일상생활의 모든 것을 뿌리에서부터 흔들고 바꿔놓고 있는데요.

‘코로나 시대-일상이 법’이라는 책을 기획하고 공동 집필한 법무법인 자우 이희관 변호사를 만나 관련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책과 사람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서초동 법무법인 자우 사무실에서 만난 이희관 변호사는 코로나19의 습격을 “우주에서 유성이 날아온 듯한 느낌”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우주로부터 유성이 날아온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딱 코로나를 처음 맞이했을 때 '아 이게 속수무책이구나‘, 문득 그러다가 주변을 살펴봤더니 우리 사회 공동체가 그래도 되게 현명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더라고요.”

코로나와 관련한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도 모두가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데 법조인으로서 뭔가를 해야겠다는 의무감 같은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연수원 동기의 인연으로 만난 8명의 필진들이 법조인의 책무라고 할까요. 우리도 한번 그런 책무를 다해보자. 그 생각이 문득 든 다음에 그날부터 첫걸음을...”

그렇게 사법연수원 동기 8명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7월 펴낸 책이 ‘코로나 시대-일상이 법’입니다.

책이 출간된 시점은 코로나 1차 대유행을 지나가던 시절이었습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코로나 초창기 때 우리 인류에게 첫 경험이지 않았습니까. 그때를 다시 떠올리면 사실 전인미답이나 전대미문, 이게 말이 좋아서 그렇지 막상 그 상황이 닥쳐서 어두운 상황을 물리치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려면...”

그 전에 한 번도 겪어보지 못했던 미증유의 사태를 이겨나가는 데 법률가로서 뭔가 도움이 되고 싶었다며 ‘코로나 시대-일상이 법’이라고 책 제목을 정한 배경을 설명합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처음 해보는 온라인 수업, 그래도 재판은 진행돼야 하니 처음 해보는 화상재판, 그래도 우리 회사는, 경제는 돌아가야 하니 처음 해보는 재택근무, 이런 모든 것들을 잘 할 수 있을까. 그래서 그런 현실을 분석하고 법제도나 법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고 그런 두려움을 극복하는...”

책은 크게 3단락, 11개의 소주제로 구성됐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화두로 선거제도 같은 정치문제부터 뉴노멀 재택근무나 상가임대차 관계 같은 경제문제, ‘코로나 시대와 사회보장’ 같은 사회문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송제도’ 같은 법률문제에 이르기까지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를 압축적으로 망라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소주제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전인미답의 길에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입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각 주제의 내용과 더불어 책 전체의 행간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딱 두 가지가 있는데요. 뭐냐면 두려움의 극복, 이를 통한 경험의 선점 이겁니다. 무슨 얘기냐면 전인미답은 한 발을 내디딘다는 참 어려움은 있죠, 왜냐하면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런데 나름의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눈 오는 날, 아무도 밟지 않은 눈을 밟아나가는...”

11편의 소주제 가운데 이희관 변호사는 ‘온라인 시대의 학교폭력’을 주제로 잡았습니다.

코로나 시대 ‘학교폭력’은 ‘학교’라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어떻게 보면 시공간을 초월해 어디에나 편재한다는 것이 이희관 변호사의 진단입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돼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이 일상화돼 있다는 얘기는 뭐냐면 등교하지 않아도 학교에 다니는 것이고 수업을 듣고 있다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기존에 전통적인 교육제도는 등교 출석을 전제로 해서 모든 것이 규율이...”

이희관 변호사가 ‘온라인 시대의 학교폭력’ 주제에 ‘등교수업 시대의 학교폭력 예방제도는 여전히 유효한가?’라고 ‘물음표’를 찍은 다소 도전적인 부제를 붙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코로나로 인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이 패러다임의 변화는 학교 현장도 예외가 아니라는 겁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코로나 이전엔) 온라인을 전제로 해서 우리가 교육 활동의 개념 표지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온라인 수업, 온라인 학교가 점점 더 광범위해지고 확대된다고 하면 이것에 대한 교육적 표지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온라인 공간에서의 사이버 따돌림 같은 학교폭력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고, 다시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따돌림으로 확대 재생산되는 이희관 변호사가 ‘따따정’이라고 이름 붙인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법제도 정비가 필수적으로 따라가야 한다는 겁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온라인상에서 비접촉·비대면의 학교폭력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요. 그렇다면 우리가 온라인 수업 시대 학교폭력에 대해서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따따정’, 따돌림과 사이버 따돌림, 특히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행위에 대한 구성요건 표시를 잘 설정해놓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지금 법에는 이것에 대한 규율 범위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희관 변호사의 학교폭력에 대한 문제의식과 지적은 사실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닙니다.

이희관 변호사는 전국 시·도교육청 재직변호사 협의체 초대회장 등을 지냈고, 학교폭력을 주제로 대한변협 변호사연수원 출강 경력까지 있는 학교폭력 전문가입니다.

그런 이희관 변호사의 눈에 최근 큰 논란이 되는 학교 운동부 폭력은 학교폭력과는 또 다른 대안을 찾아 풀어야 하는 또 하나의 숙제 같은 것입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기존 학교폭력은 폭력에서만 벗어나게 해주면 거의 대부분 문제가 해결됩니다. 운동부는 운동 자체가 그 아이의 인생의 목표이기 때문에 폭력에서 그 친구를 벗어나게 해주면 동시에 운동에서도 빠져나와야 하기 때문에 장래의 문제에 심각한 영향을 주게 됩니다. 그런 딜레마가...”

그러나 모든 문제가 그렇듯 함께 고민하고 노력하면 해결책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고 이희관 변호사는 강조합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그래서 기존의 학교폭력은 학교폭력의 문제로만 접근하면 되는데 운동부 폭력은 학교폭력 플러스 우리 학원스포츠, 스포츠계 관행과 절차, 두 개가 같이 엮여있는 접점에 있기 때문에 조금 더 어려운 문제지만 우리가 시간을 갖고 풀어야..."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누구는 정말 더 힘들어지고 누구는 오히려 더 덕을 보는 것 같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 여러 분야와 주제에 대해 지향하고 가야 할 바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이희관 변호사는 코로나 시대의 문제는 결국 불평등과 형평의 문제로 귀결될 것이라고 진단합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예를 들어) ‘사회적 거리두기’나 ‘감염병 지침’ 등의 조치가 완벽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커피숍과 식당처럼 어느 경우는 되고 어느 경우는 안 되는 그런 결과의 차이가 나타나거든요. 그 ‘결과의 차이’가 금지되는 당사자 입장에서는 형평의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죠.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고...”

심화되는 불평등 문제 해소야말로 코로나 시대 우리 사회가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풀어야 할 화두이고, 우리는 지금 그 경험치를 축적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이희관 변호사는 말합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아직 전 세계적으로나 우리사회도 마찬가지로 코로나의 경험은 다 처음이지 않습니까. 사실 지금까지 발등에 불 끄기도 바빴기 때문에 아마 경험이 축적되면 경험을 통해서 큰 틀에서 보면 이런 부분들이 차별적인 처우에 대한 여러 불만들이나 이런 것들이...”

인터뷰 말미 포스트 코로나 시대 법률가들의 역할은 무엇인지, 무엇이어야 하는지 물어보았습니다.

이희관 변호사는 ‘맞선’ 얘기를 하며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없는, 계량화를 넘어서는 어떤 지점에 법률가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을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습니다.

[이희관 변호사 / 법무법인 자우]
“맞선에서도 그 사람의 성격이 정말 중요하지만 그것은 계량화할 수 없지 않습니까. 만나봐야지만 알 수 있잖아요. 그것처럼 우리 법조직역에서도 많은 법률 현안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부분이지만 계량화할 수 없는, 즉 다시 말하면 법률 전문가들의 머리와 손을 통해서만 가능한 부분, 그 부분이 이제 법조직역의...”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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