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한동수·조남관 등 거론, 제3인물 가능성도... 법과 직분 지킬 수 있는 총장 임명해야"

[법률방송뉴스] 정권과 파열음을 내온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에 남은 수사권을 떼 가는 중수처 신설 추진에 반발해 사퇴하면서 후임 총장 인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오늘(5일) ‘뉴스 사자성어’는 ‘법을 받들고 맡은 바 직분을 다해 지키다’, 봉법수직(奉法守職) 얘기해 보겠습니다. 유재광 기자입니다.

[리포트]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사의를 수용했습니다”

정만호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한 24자 건조한 사의 수용 발표엔 청와대의 불쾌감이 강하게 묻어납니다.

뭘 더 언급하지 싶지도 않다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후임 총장 인선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법과 정해진 관련 절차를 밟아 진행될 것”이라고 짤막하게 원론만 언급했습니다.

일단 검찰청법에 따르면 당연직 5명, 비당연직 4명 등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서 3명 이상 후보를 법무부 장관에 추천합니다.

여기서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에 총장 후보자를 임명 제청하고, 대통령이 1명의 후보자를 지명하면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게 됩니다.

관심은 누가 차기 검찰총장이 되느냐 인데, 가장 많이 거론되는 인물은 사법연수원 23기 윤석열 총장 동기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로 현 정권 들어 대검 반부패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중앙지검장 등 이른바 검찰 ‘빅 4’ 가운데 3자리 요직을 꿰차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정권과 결을 같이 하며 차기 총장은 따 놓은 당상처럼 여겨졌는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이라는 돌발변수가 생겼습니다.

사건을 무마한 혐의로 이성윤 지검장의 통제권 밖인 수원지검 수사 대상에 오른 건데, 현재 피의자 신분입니다.

공수처 이첩 여부 정리 등 변수가 있지만 기소돼 재판에 넘겨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현직 검찰총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정에 서게 됩니다.

총장 임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검찰 내부 반발을 감수하고 정권과 결을 같이 해온 이성윤 지검장을 일종의 ‘보험’처럼 문재인 정권 마지막 검찰총장으로 임명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전히 상존합니다.

이성윤 지검장이 흔들 하면서 연수원 24기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급부상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이 퇴임 직전 대검 감찰부장에 임명 제청한 한동수 부장은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 등과 관련해 대검 안에서 윤석열 총장과 각을 세우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한동수 부장은 특히 윤석열 총장 징계 과정에서 논란이 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불상의 경로로 입수해 법무부에 전달하는 등 윤 총장 견제에 적극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판사 출신인 한동수 부장이 임명된다면 사상 처음으로 검찰 출신 인사가 아닌 외부 인사가 전국 모든 검사들의 수장인 검찰총장 직을 수행하게 됩니다.

여당인 더불민주당이 공수처 설치에 이어 중수처 설립을 통한 검찰 수사권·기소권 완전 분리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 판사 출신 인사가 검찰 수장에 임명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그밖에 검찰 조직 안정 측면에서 검찰총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조남관(24기) 대검 차장, 박상기·조국·추미애 장관과 모두 호흡을 맞추었던 김오수(20기) 전 법무부 차관, 윤석열 총장 징계 과정에서 역할을 한 심재철(27기) 서울남부지검장 등의 이름도 거론됩니다.

물론 거론되는 인사들 외에 제3의 인물, 파격적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봉법수직(奉法守職). 법을 받들고 맡은 바 직분을 다해 지키다. 사마천의 사기 ‘골계열전’에 나오는 말입니다.

춘추시대 초나라 장왕 때 우맹(優孟)이라는 궁중 예술인이 있었습니다. 풍자에 능했다고 하는데 여러 고사가 전하고 있습니다.

하루는 장왕이 아끼는 말이 죽자 장왕은 신하들의 반대에도 “감히 말에 대해 간하는 자가 있다면 죽음으로 다스리겠다”며 ‘대부의 예’로 장례를 치르라는 명을 내립니다.

이에 우맹은 임금 앞에서 하늘을 우러러 크게 곡을 하는데, 놀란 장왕이 이유를 묻습니다.

우맹은 “왕께서 총애하던 말이 죽었는데 대부의 예는 초라합니다. 초나라가 강대국인데 무엇을 못하겠습니까”라며 "왕의 예로 장례를 치르기를 청하옵니다“라고 말합니다.

병사들로 하여금 무덤을 파고, 노약자들로 하여금 흙을 져 날라 무덤을 쌓고, 제나라와 조나라, 한나라와 위나라의 사신들을 호위로 세우고, 사당을 세워 태뢰로 제사를 지내고...

줄줄줄줄 쏟아지는 우맹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장왕은 명을 거두고 죽은 말을 삶아 사람들이 먹게 하는 ‘가축의 예’로 장례를 대신합니다.

그런 우맹이 어질고 현명했던 재상 손숙오가 죽은 뒤 그 처자식이 입에 풀칠도 하지 못할 정도로 어렵게 산다는 얘기를 듣고, 손숙오의 의관을 입고 손숙오의 몸짓과 말투를 흉내 내 연회에서 장왕에게 지금으로 치면 일종의 ‘손숙오 코스프레’를 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초나라 재상 손숙오는 죽을 때까지 청렴을 지켰건만 지금 처자식은 송곳 하나 꽂을 땅 없이 곤궁하여 땔나무를 팔아먹고 사니 초나라 재상도 할 만한 것이 못 되네”

왕은 느낀 바가 있어 손숙오의 아들을 불러 침구(寢丘)의 땅 400호를 봉해 후대까지 손숙오의 제사를 받들게 합니다.

이 고사에 등장하는 문구가 봉법수직(奉法守職) 경사불감위비(竟死不敢為非), ‘법을 받들고 직분을 다 지켜, 죽어도 감히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 한다’ 입니다.

직을 다 지키다. 여당의 중수처 설치 추진 움직임에 윤석열 총장이 “직을 걸어 막을 수 있다면 백번이라도 걸겠다"며 검찰총장 직을 던졌습니다.

이와 관련 검찰 ‘선배’인 홍준표 무소속 의원이 오늘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을 ‘니들’로 지칭하며 한마디 남겼습니다.

‘윤석열 검찰’의 이른바 '전 정권 적폐수사'를 언급하며 “검찰조직의 속성과 무서움을 경험한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후 돌변한 검찰로부터 비리로 단죄 될 것이 두려워 그 안전장치로 이렇게 수사권 분산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 홍준표 의원의 말입니다.

홍 의원은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검찰조직을 하이에나와 같은 속성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니들은 수술을 당하고 있는 거다. 자업자득“이라고 쓴소리를 보탰습니다.

홍준표 의원은 “백번이라도 직을 걸겠다”는 윤석열 총장의 발언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해진 그제도 페이스북에 “사냥개를 이용해 사냥을 해 본 이들이 자기들이 사냥 당할 수 있다는 것을 왜 모르겠나. 그래서 검찰 조직을 해체하는 거다. 이제 와서 니들이 후회하고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 있나. 다 자업자득이고 업보”라고 ‘업’을 여러 차례 언급했습니다.

바람이 불기도 전에 먼저 눕고, 바람이 그치기도 전에 먼저 일어난다. 이것이 검찰이 지난 70년간 권력을 누려온 비결이다. 알아서 눕고 서고 한다는 건데, 홍준표 의원의 말입니다.

홍준표 의원의 ‘사냥개’ 발언을 접하니 “짐승을 쫓아가서 죽이는 것은 개이지만, 개를 풀어 쫓도록 하는 것은 사람”이라는 십팔사략(十八史略)의 글이 생각납니다.

사냥개와 봉법수직(奉法守職) 사이. 문재인 대통령이 후임 검찰총장으로 누구를 인선할지 사뭇 궁금합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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