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근로자 본인 아닌 태아의 건강 손상, '업무상 재해' 인정될까
여성근로자 본인 아닌 태아의 건강 손상, '업무상 재해' 인정될까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1.03.03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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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복지공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상 업무상 재해는 ‘근로자 본인’의 질병·사망 등만 의미"
대법원 "임신한 여성근로자의 업무에 기인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은 업무상 재해에 포함"

▲유재광 앵커= 일상에서 부딪칠 수 있는 법률 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3일)은 태아의 건강손상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관해 얘기해 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어떤 상황인지부터 볼까요

▲기자= 수도권 한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 나선영(가명)씨 얘기입니다. 나씨가 아기를 출산했는데 선천성 심장질환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이 병원에선 그 전에도 다른 간호사들 역시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경우가 더러 있었고, 유산을 한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하는데요.

이에 나씨는 임신 초기 병원 내 유해한 요소들에 노출돼 태아의 심장 형성에 장애가 발생했으므로 선천성 심장질환아 출산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습니다. 과연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간호사 나씨의 업무상 재해가 인정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인 겁니다.

▲앵커= 나씨는 받아야 된다, 근로복지공단은 어렵다, 이런 입장일 텐데 각각 내세우는 근거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임신 중 작업환경의 유해 요소에 노출돼 선천성 심장질환아를 출산한 것이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게 나씨의 입장인데요. 반면 이런 나씨의 주장에 대해 공단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 업무상 재해란 ‘근로자 본인’의 부상·질병·장해·사망만을 의미하며, 출산한 자녀는 산재보험법의 적용을 받는 근로자로 볼 수 없으므로 업무상 재해로 인정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앵커= 양측 입장이 팽팽한데 업무상 재해 관련한 법령 규정들이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일단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는 "업무상 재해란 업무상의 사유에 따른 근로자의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을 말한다“고 업무상 재해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같은 법 제40조1항은 “요양급여는 근로자가 업무상의 사유로 부상을 당하거나 질병에 걸린 경우에 그 근로자에게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고요.

또 제88조 ‘수급권의 보호’ 조항에서는 “근로자의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는 퇴직해도 소멸되지 아니한다”고 돼 있습니다. 이 정도가 이 사건 관련 적용 가능한 법 규정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 사안은 임신한 여성 근로자 업무에 기인한 ‘태아의 건강 손상’ 또는 ‘출산아의 선천성 질환’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5조제1호의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된 겁니다.

▲앵커= 이게 법조항은 '근로자의 질병'이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그래서 태아의 건강손상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이 되는 건가요 어떤가요.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게 대법원 판결입니다. (대법원 2020. 4. 29. 선고 2016두41071 판결)

"산재보험제도와 요양급여제도의 취지, 성격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해석상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발생한 ‘태아의 건강 손상’은 여성 근로자의 노동 능력에 미치는 영향 정도와 관계없이 산재보험법 제5조제1호에서 정한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에 포함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인데요.

“임신한 여성 근로자에게 그 업무에 기인하여 모체의 일부인 태아의 건강이 손상되는 업무상 재해가 발생하여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성립하게 되었다면, 이후 출산으로 모체와 단일체를 이루던 태아가 분리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요양급여 수급관계가 소멸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대법원은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여성 근로자는 출산 이후에도 모체에서 분리되어 태어난 출산아의 선천성 질병 등에 관하여 요양급여를 수급할 수 있는 권리를 상실하지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단입니다.

▲앵커= 말이 좀 어려운데, 근로자 본인의 신체에 대한 손상이 아니어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취지의 판결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법제처는 “여성 근로자는 열악한 근무환경의 영향으로 태아에게 선천성 질환 등의 질병이 생긴 경우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여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법제처는 “임신 중 작업환경으로 인해 발생한 '태아의 건강 손상'은 업무상 재해에 포함되며, 이와 같은 사실은 출산 후에도 인정된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태아가 숨지거나 사산한 경우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태아의 건강 손상을 출산 이후에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한 것이 대법원 판결 취지인 만큼, 사산한 경우는 태아가 극단적인 건강 손상을 입은 것으로 따라서 업무상 재해가 당연히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입니다. 

유산이나 사산의 경우에는 원래부터 산재로 인정된다는 건데요. 관련해서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권동희 노무사는 "유산이나 사산은 모(母)의 질병으로 보기 때문에 태아가 극단적인 건강 손상을 입은 이런 경우엔 업무상 재해가 당연히 인정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 아무튼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일 자체가 생기지 않는 게 최선일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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