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목적 정당성 인정돼" vs "과잉금지 원칙 반해 표현의 자유 침해"

▲유재광 앵커= 사실적시 명예훼손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7조 제1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오늘(25일) 나왔습니다. 'LAW 인사이드' 장한지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이번 위헌확인 심판 쟁점부터 볼까요.

▲장한지 기자= 심판대상 조항은 형법 제307조 제1항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입니다. 해당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해당 형사처벌 규정이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입니다. 헌재는 이에 재판관 5:4, 합헌 5명, 위헌 4명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앵커= 합헌 다수의견부터 볼까요.

▲기자= 네, 이선애, 이은애, 이종석, 이영진, 이미선 5명의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는데요. 통상 헌법 심판에선 크게 4가지 측면을 보는데요. 먼저 입법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그리고 법익의 균형성, 이렇게 4가지 측면입니다. 이것들이 다 인정된다는 것이 합헌 의견 요지입니다.

관련해서 헌재는 먼저 "오늘날 사실적시 매체가 매우 다양해짐에 따라 명예훼손적 표현의 전파속도와 파급효과가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일단 훼손되면 완전한 회복이 어렵다는 외적 명예의 특성상, 명예훼손적 표현행위를 제한해야 할 필요성은 더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헌재는 이에 "심판대상 조항은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금지함으로써 개인의 명예, 즉 인격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입법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다른 측면들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했나요. 

▲기자= 일단 헌재는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의 우열은 쉽게 단정할 수 없다는 중립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이 중립적 입장 위에서 각각의 측면들에 대해서 판단을 한 건데요. 결론적으로 "해당 조항이 수단의 적합성이나 침해의 최소성이 인정된다"는 것이 헌재 재판관 다수의견입니다.

구체적으로 보게 되면요. 명예훼손으로 인한 피해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우리사회의 특수성, 일단 훼손되면 완전 복구가 어려운 점, 징벌적 손해배상이 없어 민사적 구제 방법만으로는 이른바 '위하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해당 조항이 '형사처벌을 통한 명예훼손 억제'라는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같은 취지로 형법 제310조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점,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해당 형법 제310조 조항을 넓게 해석하고 있는 점 등을 감안하면 침해의 최소성도 인정된다는 것이 헌재 판단입니다.

"만약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효과를 고려해서 심판대상 조항을 전부 위헌으로 결정한다면 사람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인 외적 명예가 침해되는 것을 방치하게 된다"는 것이 헌재 판시입니다.

▲앵커= 법익의 균형성에 대해선 어떻게 판단했나요. 

▲기자= 네, 헌재는 헌법 제21조 1항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제4항에서 표현의 자유의 한계로 타인의 명예와 권리를 선언하는 점, 단순히 타인의 명예가 허위의 명예, 즉 허명임을 드러내기 위해 누군가의 약점이나 허물을 공연히 적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하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된다고 판시했습니다.

해당 조항에 대해 위헌을 주장했던 쪽에선 헌재 결정 취지를 이해한다면서도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손지원 변호사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죠.

[손지원 변호사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입법활동]
"여전히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의 명예가 함부로 침해돼선 안 된다'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개인의 명예나 체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화가 반영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진실을 말한 사람이 형사처벌 되는 것 자체 과도함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판단한 것이 아닌가라는 아쉬움이..."

▲앵커= 4명의 재판관은 위헌 의견을 냈는데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석태, 김기영, 문형배 재판관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서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의견을 냈습니다. 이들 4명의 재판관은 먼저 "다양한 사상과 의견의 교환을 보장하고 국민의 알 권리에 기여하는 표현의 자유는 우리 헌법상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핵심적 기본권"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가 존속하는 한 비판 기능은 어떻게든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한 가치는 국가·공직자에 대한 감시와 비판인데, 감시와 비판의 객체가 되어야 할 국가·공직자가 표현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주체가 될 경우 국민의 감시와 비판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헌재 소수의견입니다.

위헌 의견을 낸 4명의 재판관들은 "적시된 사실이 진실인 경우에는 허위사실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인의 명예보다 진실한 사실에 관한 표현의 자유 보장에 중점을 둘 필요성이 있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허위의 명예'와 '사실의 적시' 가운데 어느 것이 더 중하냐, 후자. 결국 '진실을 드러내는 것'이 더 중하다는 취지인데요. 손지원 변호사의 말을 다시 들어보시죠.

[손지원 변호사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입법활동]
"결국 이 법이 유지될 경우 지금과 같이 미투 운동이라든지 학폭 폭로와 같이 개인의 잘못된 행동을 고발하는 표현행위들이 위축될 것이 우려가 되고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반성할 동기도 없어지게 될 것 같다는 측면에서 우려가 되는..."

▲앵커= 그래도 2016년인가요, 지난번 합헌 판결 때보다는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이 더 늘었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헌재는 지난 2016년 2월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된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에 대해 재판관 7:2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는데요. 이번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에 대해선 5:4 의견으로 위헌 의견이 더 늘었습니다. 관련해서 이번 헌법소원 사건을 대리한 김병철 변호사의 말을 들어 보시죠.

[김병철 변호사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헌법소원 청구인]
"그래도 (이전보다) 더 많은 재판관들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냈으니까 다음에 기회가 됐을 때는 위헌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옛날에 간통죄와 관련돼서 합헌이라는 결정이 났다가 나중에는 위헌이라는 결정이 나왔잖아요. 이것도 그런 추세가 있지 않을까..."

관련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입법활동을 벌이고 있는 시민단체 '오픈넷'도 "재판관 4인이 위헌 의견을 낸 것은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고 평가했습니다. 오늘 헌재 합헌 결정을 떠나 오픈넷은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실과 함께 관련 입법안 발의 활동을 계속 펼쳐나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찬반 의견이 팽팽한 거 같은데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