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음주운전 동승자도 '윤창호법' 적용 기소한 첫 사례
"사회공동체 공감과 유족의 상처 생각하면 엄벌 불가피"

 

'을왕리 음주 벤츠 역주행 사망사건' 피해자의 딸이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대로 된 수사만 부탁드린다.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미꾸라지로 빠져나가지 않게라도 할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법률방송
'을왕리 음주 벤츠 역주행 사망사건' 피해자의 딸이 지난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제대로 된 수사만 부탁드린다. 살인자가 법을 악용해 미꾸라지로 빠져나가지 않게라도 할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인천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를 음주 상태에서 역주행하다 치킨 배달을 하던 50대 가장을 치어 숨지게 한 운전자와 동승자에게 검찰이 징역 10년과 징역6년의 중형을 각각 구형했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김지희 판사 심리로 25일 열린 '을왕리 음주 벤츠 사망사건'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A(35·여)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또 특가법상 위험운전치사 및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교사 혐의로 함께 기소된 동승자 B(48·남)씨에게는 징역 6년을 구형했다.

검찰이 음주운전 차량 동승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해 기소한 사례는 B씨가 처음이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처벌을 강화한 개정 특가법, 운전면허 취소 기준 등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을 함께 가리킨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시 징역 3년 이상 또는 무기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검찰은 B씨가 A씨의 음주운전을 단순히 방조한 수준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부추긴 것으로 판단하고, 두 사람 모두에게 윤창호법을 적용했다. 검찰은 B씨에게 적용한 음주운전 교사죄에 음주운전 방조죄를 예비적으로 추가했다. 음주운전 교사죄가 무죄로 판단될 경우 음주운전 방조죄로 처벌해 달라는 취지다. 

검찰은 "피고인들은 음주운전으로 소중한 한 가정의 가장을 사망하게 해 죄질이 매우 중하다"며 "피해자는 성실하게 일해왔고 생업을 위해 오토바이 운전을 하다가 사고를 당해 많은 이들이 슬퍼했다"고 말했다. 이어 "음주운전의 위험성에 대한 사회공동체의 공감과 유족의 상처를 생각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특히 B씨는 사고 후 구호조치보다 책임을 축소하려 했고, 재판에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반복 주장해 죄질이 중하다"고 구형 이유를 설명했다.

A씨는 검찰 구형 후 재판부가 최후진술 기회를 주자 미리 준비한 메모를 읽으며 눈물을 쏟았다. A씨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으며 어떤 말로도 용서받을 수 없다는 걸 안다"면서도 "깊은 반성을 하고 있기에 고인과 유족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고 말했다.

B씨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 정말 죄송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분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 법정에서가 아니라 직접 찾아뵙고 사죄를 드리고 싶고 꼭 합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A씨는 지난해 9월 9일 0시 55분쯤 인천 중구 을왕리해수욕장 인근 도로에서 술에 취해 벤츠 승용차를 400m가량 운전하다 오토바이를 타고 치킨 배달을 가던 C(당시 54세·남)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당시 A씨가 운전한 벤츠 차량은 제한속도인 시속 60㎞를 22㎞ 초과한 상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역주행했다.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로 면허취소 수준(0.08%)을 넘었다.

B씨는 사고가 나기 전 A씨와 함께 술을 마신 후 자신의 회사 법인 소유인 2억원 상당의 벤츠 차량 문을 열어주고 운전석을 조정해주는 등 음주운전을 시킨 혐의를 받았다.

이 사건 후 치킨 배달을 채촉하는 고객의 배달앱 항의 글에 피해자의 딸이 “치킨 배달을 가다가 저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참변을 당하셨습니다"라며 "치킨이 안 와서 속상하셨을 텐데 이해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라는 답글을 단 사실이 알려지면서,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사회적 공분과 함께 피해자 가족의 사연에 큰 안타까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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