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시기심과 처세론
인간의 시기심과 처세론
  •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 승인 2021.02.2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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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인은 청요직, 나아갈 때와 물러날 때를 알아야"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법조인을 비롯해 모든 사람은 삶 속에서 승승장구만 하거나 실패만 거듭하지 않는다. 누구나 어려움에 봉착해 일이 잘 안 풀리거나 고통을 겪기도 하고, 계획한 대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성취의 기쁨을 맛보기도 한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혼자 살아갈 수는 없고, 다양한 사람과의 의미있는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게 된다. 한자의 사람 인(人) 자는 서로 의존하는 형상을 보여주므로, 인간은 '함께 사는 사람'(Mitmensch)일 수밖에 없다.

우리 격언 중에 '잘나갈 때를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득의하여 크게 역량을 발휘할 때일수록 덕(德)을 널리 베풀어 신망을 두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德不孤 必有隣). 고위직에 있으면서 덕을 베풀지 않고 매정하고 야박하게 처신할 경우 주위 사람들의 시기심이 작동하여 '르상티망'(ressentiment)을 표출할 수 있다. 르상티망은 니체가 말한 철학 개념으로, 잘나가는 사람에 대하여 험담하거나 깎아내리는 것으로 약자가 강자에 대해 갖는 질투와 분노, 시기 또는 질시와 같은 감정을 말한다. 이러한 부정적 감정을 벗어나는 묘책은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미덕을 함양하는 것이다.

평소 득세하여 잘나가던 사람이 그 지위를 잃거나 일이 순조롭지 않아 역경에 처할 경우 주위 사람들이 애써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로 권세가 있을 때는 문전성시를 이루다가 권세가 없으면 썰렁해지는 염량세태(炎凉世態)를 들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평소 인덕을 베풀지 않았거나 오만하였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이와 관련하여 주변 사람의 실패나 고통해 대하여 측은지심이나 동병상련의 마음을 갖기보다는 다른 사람의 실패나 고통에 대하여 기쁨의 감정이 표출되기도 한다. 이러한 쌤통 심리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고 한다. 독일어로 피해를 의미하는 ‘샤덴'(Schaden)과 즐거움을 의미하는 ‘프로이데'(Freude)의 합성어로, 낭패를 본 주변 사람에 대하여 느끼는 희열감이나 기쁨의 감정을 말한다.

이와 같은 인간의 시기심은 다른 사람이 누리는 지위, 명성 등에 대해 느끼는 악감정이라고 할 것이다. 시기심의 근원이 되는 인간 본성의 양대 축은 명리(名利)라고 할 것이다. 사람이 명예를 좋아하는 호명지성(好名之性)과 이익을 좋아하는 호리지성(好利之性)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이 명리에 눈이 멀면 인지상정에 반하는 행태를 보이거나 무리를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인간의 시기심이 인간의 근원적 본성에 속하는지 논란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하여 작가 로버트 그린은 '인간본성의 법칙'이라는 책에서 인간 본성의 하나로 시기심의 법칙을 들고 있다. 그는 상대의 분노에는 시기심이 자리잡고 있어, 자신을 낮추는 겸손의 미덕이 시기심에 휩싸일 수 있는 상대방의 분노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른 직업인과 마찬가지로 법조인의 삶은 희비(喜悲)와 궁달(窮達)이 교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맹자(孟子) '진심상(盡心上)' 편에는 "궁즉독선기신(窮則獨善其身) 달즉겸선천하(達則兼善天下)"라는 표현이 있다. 이는 일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에는 홀로 자신을 수양하고, 잘나갈 때에는 사람들과 함께 천하를 위하여 큰 뜻을 펼친다는 의미다. 또 굴원(屈原)의 '어부사'에 나오는 "창랑지수청혜 가이탁오영(滄浪之水淸兮 可以濯吾纓), 창랑지수탁혜 가이탁오족(滄浪之水濁兮 可以濯吾足)"이라는 표현은 창랑의 물이 맑을 때에는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릴 때에는 나의 발을 씻는다는 자세로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고 상황에 맞추어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이와 같은 동양의 지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외부적 환경이나 여건을 탓하지 않는 긍정적 삶의 자세를 일깨워 준다.

사법부나 검찰은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이 요구되는 청요직(淸要職)에 해당한다. 법조인은 다른 품성과 더불어 정직과 겸손의 덕목을 갖출 필요가 있다. 법조인은 입신출세를 위해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도(正道)에 입각한 선비와 군자의 삶을 지향해야 한다. '예기'에 '삼읍일사(三揖一辭)'라는 문구가 있다. 군자는 세 번 읍하여 어렵게 출사하고, 한 번 사양하고 물러난다는 의미이다. 법조인을 비롯해 누구나 벼슬길인 공직에 나아갈 때에는 신중하게 임하고, 잘못이 있을 때는 스스로 그 자리를 빠르게 물러나는 품격있는 전통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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