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판 적 없다"... 28년 지나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 법원 판단은
"땅 판 적 없다"... 28년 지나 '소유권 이전등기 말소 청구' 소송, 법원 판단은
  • 왕성민 기자
  • 승인 2021.02.17 18: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도자 "인감증명 위조돼, 매매대금도 못 받았다" 주장... 매수자, 법률구조공단에 도움 요청
법원 "30여년간 별다른 분쟁 없다가 갑자기 채무불이행 주장, 제척기간도 도과" 기각 판결

▲유재광 앵커= 28년 전에 땅을 샀는데 판 사람이 자신은 판 적이 없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법률구조공단 사용설명서' 왕성민 기자와 얘기해 보겠습니다. "땅을 판 적이 없다, 돌려달라" 어떻게 된 일인가요.  

▲왕성민 기자= 경북 경산시에 살고 있는 정모씨 이야기입니다. 정씨는 지난 1988년 4월 경산시의 한 작은 마을로 이사를 와 김모씨와 이웃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김씨는 이듬해 정씨를 찾아와 본인 소유의 토지 일부분이 정씨의 집 담장 안으로 넘어와 있으므로, 넘어간 만큼의 땅을 매수해 가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래서 정씨는 자신의 집 안으로 들어온 토지를 측량해 특정하고, 해당 부분만큼 매수해 1990년 4월 12일 소유권지분이전등기를 마쳤습니다. 그런데 무려 28년이 지난 2018년경 김씨는 돌연 자신은 땅을 판 적도 없고, 매매대금을 받은 적도 없으니 소유권 이전등기는 무효라고 주장하며 이전등기 말소를 청구한 겁니다.   

▲앵커= 통상 소유권 이전등기를 하려면 인감증명이 첨부된 매매계약서가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 게 없었나요. 

▲기자= 있기는 있는데 김씨는 인감증명이 위조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자신은 1991년 11월 12일 최초로 인감신고를 했는데, 이 부동산 계약은 이보다 이전인 1990년 4월 12일 이뤄졌기 때문에 인감증명이 위조된 것이라는 게 김씨의 주장입니다.

▲앵커= 땅을 산 정씨는 이에 대해 뭐라고 주장했나요. 

▲기자= 정씨는 김씨가 1991년 11월을 최초 인감 신고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1991년 1월 14일 임감증명법이 개정된데 따른 재신고일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농사일을 하는 정씨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률구조공단에 도움을 요청했고, 공단 측에서 무료 법률구조에 나섰습니다.  

▲앵커= 앞서 김씨는 인감증명이 위조됐다고 주장했는데, 재판에선 뭘 갖고 다툰 건가요.

▲기자= 크게 3가지입니다. 김씨는 '이 사건 부동산에 대해 매매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없다', '매매계약서에 첨부된 인감증명은 본인의 것이 아니다', '설혹 매매계약이 있었다 하더라도 매매대금을 받은 바 없으므로 매매계약은 채무불이행으로 성립되지 않는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앵커= 공단 측은 뭐라고 반박했나요.

▲기자= 일단 김씨의 인감증명 관련해서 공단은 관할 주민센터 사실조회를 통해 정씨가 최초로 인감을 신고했다고 주장하는 1991년 11월 보다 훨씬 이전인 1978년과 1980년, 1984년에도 인감신고를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매매계약 체결 부존재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 매매계약서의 기재 내용을 배척할 만한 반증을 김씨가 제시해야 한다, 쉽게 말해 해당 매매계약서가 허위라는 걸 김씨가 입증하라, 입증하지 못하면 매매계약서는 유효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공을 김씨에 던졌습니다. 

매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매매계약서 지급기일로부터 10년이 훨씬 지나 채무 소멸시효가 완성되었거나, 해제권 행사가 가능하더라도 10년의 제척기간이 이미 도과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세월이 너무 많이 흘러 매매대금을 줬는지 입증이 어려운 상황에서, 채무 소멸시효나 해제권 행사 제척기간이 도과됐음을 주장하며 김씨가 법적으로 매매대금을 달라고 이제 와서 주장할 수 없다는 취지로 맞선 겁니다.            

▲앵커= 법원은 어떻게 판단했나요.

▲기자= 재판부는 일단 "지분이전등기를 하려면 인감증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등기를 위한 인감증명이 정상적으로 첨부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부동산에 관하여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진 경우 그 등기 원인과 절차가 적법하게 마쳐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시했습니다.

"김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등기 추정력을 뒤집어 매매계약이 체결되지 않았거나 계약서가 위조되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것이 재판부 판시입니다.

매매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김씨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30년 가까이 정씨 앞으로 지분이전등기가 이뤄진 것에 대해 별다른 분쟁이 없다가 갑자기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계약 해제를 주장하기엔 소멸시효뿐만 아니라 제척기간까지 도과되었다"며 김씨 주장을 기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김씨의 지분이전등기 말소 청구는 기각됐고, 해당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앵커= 몇십년 지나 '난 매매대금 받은 적 없다, 땅 내놔라' 그러면 정말 황당하고 당황스럽겠네요.

▲기자= 네, 관련해서 해당 사건을 대리한 법률구조공단 대구지부 이기호 변호사도 "이미 30년 가까이 지나버린 오래된 매매계약에 관한 상대방의 주장을 반박할 증거를 찾기가 매우 어려웠다. 처음에는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습니다.  

이기호 변호사는 그러면서 "공무소에 대한 사실조회나 감정조회 등 여러 방법을  통해 김씨의 최초 인감 신고일에 대한 주장을 철회시키고 등기 추정력 등 기본적인 법리 주장에 충실해 승소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세상엔 참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는 것 같네요. 진짜 뭐든 잘 챙겨놔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왕성민 기자 sungmin-wang@lawtv.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