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경가법상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확정시 법무부가 취업제한 가능
"행정부가 사기업 취업·경영까지 관여하나"... 시행령 '위헌' 논란도

▲유재광 앵커=법무부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취업제한을 통보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취업제한 통보, 이게 뭐 어떤 내용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법무부 '경제사범 전담팀'은 지난 15일 이 부회장 쪽에 취업제한 대상자라는 사실과 취업승인 신청 절차 등을 통보했습니다. 이 부회장의 형이 최종 확정된 지 3주 만입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18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개명 이름 최서원씨에게 86억8천여 만원의 삼성전자 회사 자금을 횡령해 뇌물로 전달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이 부회장 쪽이 재상고를 포기해 지난달 25일 형이 최종 확정됐습니다. 취업이 제한되면 이 부회장은 경영활동에 관여할 수 없습니다. '부회장' 직함도 떼야 합니다. 

▲앵커= 취업제한 명령, 이런 제도가 원래 있었던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는 5억원 이상 횡령·배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해당 범죄와 관련된 기업에 취업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횡령 등으로 기업에 피해를 준 만큼 회사에서 보수 수령은 물론 경영활동 자체를 금지한다는 취지입니다.

취업제한은 징역형의 경우 집행이 종료된 후 5년간, 집행유예 때도 집행유예 기간이 종료된 후 2년간 적용됩니다. 이른바 '옥중 경영' 형식으로 경영에 관여하는 것을 차단하는 취지입니다. 취업 대상 직군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전부나 일부를 출자한 기관과 그 출연이나 보조를 받는 기관,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입니다. 

▲앵커= 이런 전례가 있었나요. 

▲윤수경 변호사= 이 조항에 따라 취업제한을 받은 재벌 총수 중엔 최태원 SK 회장과 김승연 한화 회장이 있습니다. 김 회장은 2014년 취업제한 통보를 받고 회장직을 비롯한 모든 그룹 내 보직에서 물러났습니다. 다만 최 회장은 회장직을 계속 수행하며 보수를 받지 않았는데, '무보수'라는 이유로 경영활동을 계속해 법 조항의 취지를 훼손했다는 논란이 일어난 바 있습니다. 

▲앵커= 이재용 부회장은 그럼 어떻게 되는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제14조 취업제한에 따르면 뇌물⋅횡령죄로 구속된 이 부회장이 내년 7월 만기 출소하더라도 2027년 하반기가 되어서야 경영에 복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부회장 쪽이 법무부에 취업 승인 신청을 해 심의를 받는 절차도 있습니다.

이 부회장 쪽이 취업제한 통보 후 취업승인 신청을 하면 법무부장관 자문 기구인 '특정경제사범 관리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심의하고, 이를 법무부장관이 최종 승인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초 회사자금 13억원 상당을 횡령한 경제사범에 대해 피해 금액 대부분을 변제한 점 등을 참작해 취업승인을 해준 사례도 있습니다.  

그런데 법무부의 취업제한 통보에도 불구하고 이 부회장의 경영활동이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이 부회장이 이미 무보수로 일하고 있고, 2019년 등기임원에서도 빠져 있기 때문에 ‘취업’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 규정을 위반할 경우 법무부장관이 기업체에 해임을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지만 해임요구권이 발동된 사례는 없었습니다.

▲앵커= 삼성 반응이나 입장은 나온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어제 회의를 열었지만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삼성 쪽은 이 부회장이 취업승인 신청을 할지 여부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 취업제한 명령, 어떻게 봐야 하는 걸까요.

▲윤수경 변호사= 재계 일각에서는 특경가법 취업제한 규정은 신규 취업에 국한하는 것이고 기존 지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과 함께, 사기업을 운영하는 자의 취업을 국가가 제한하는 것은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해당 조항인 특경가법 제14조는 횡령, 배임 등 유죄 판결된 범죄행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돼 있습니다. 당초 이 조항은 횡령, 배임 등 중대한 경제범죄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기업체에 대해서 취업을 제한했습니다. 그런데 2019년에 법무부가 관련 시행령 제10조를 손보면서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취업제한 대상에 재산상 손해를 끼친 회사까지 포함하면서부터입니다.

즉,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체에도 취업을 제한한 것으로서, 사실상 '오너 재취업 금지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해당 시행령은 2019년 11월 8일 이후 저지른 범죄부터 적용됩니다. 이 부회장의 횡령의 경우에는 시행령 이전에 이뤄졌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이 부회장 본인 범죄로 취업이 제한되는 것은 아닐 수 있지만, 다른 조항이 더 있습니다.

취업제한 대상에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의 공범'이 간부 직원으로 있었던 기업체라고 명시한 기존 시행령이, 개정된 시행령의 시행 시기와는 무관하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앞서 말씀하신 최태원, 김승현 두 회장도 이 조항에 따라서 취업제한을 받은 거겠네요.

▲윤수경 변호사=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이 부회장의 경우에는 법원에서 86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인정됐는데 박상진 전 사장, 황성수 전 전무 등이 공범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이들의 유죄가 확정되면서 이 부회장까지 취업이 제한되는 것입니다.

지난해 3월에는 김정수 삼영식품 사장도 이러한 이유로 법무부로부터 취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결국 김 사장은 법무부에 취업승인 요청을 했고 지난해 10월 법무부가 승인하면서 대표에 올랐다고 합니다. 이번 이 부회장 사례를 계기로 취업제한을 명시한 특경가법 시행령의 위헌 논란도 거세질 것이란 관측이 있습니다.

최준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경영 허용이나 금지를 행정부가 입법부의 통제도 없이 시행령으로 허가하는 것은 위헌의 여지가 크다"고 비판했습니다. 또 회사가 범죄 전력자를 채용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국가가 이러한 영역까지 관여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아무튼 자초한 건지 어떤 건지 모르겠지만 삼성, 바람 잘 날이 없어 보이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저작권자 © 법률방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