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려준 '대여'인지, 그냥 쓰라고 준 '증여'인지, 안 갚아도 된다고 한 '대여 면제'인지 따져야"

# 2년 전부터 한 남성과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가져왔는데요. 저희는 결혼정보업체를 통해서 소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저를 현금인출기 취급을 했습니다. 신용카드 결제대금이 부족하다고 해서 700만원, 사업자금이 필요하다고 해서 3천만원을 빌려줬는데요. 그 외 자잘하게 빌려간 돈도 꽤 됩니다. 그때는 사랑에 눈이 멀어서 저를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요. 6개월 전부터 연락도 잘 안 되고 잘 만나주지도 않아 혹시 뒤를 밟았는데 다른 여자가 생긴 겁니다.

너무 억울한 마음에 현장을 덮쳤는데 그 남자는 저에게 사과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저를 스토킹으로 신고하겠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제가 돈을 갚으라고 으름장을 놓으니 갚아야 되는 돈인 줄 몰랐다며 발뺌을 하는 겁니다. 지금 누가 먼저 고소를 할지 위태위태한 상황인데요.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우울증으로 병원도 다니고 있습니다. 제 잘못보다 상대방 잘못이 커 보이는데 제가 먼저 고소를 해도 되나요.

▲양지민 변호사(법무법인 이보)= 상담자분 정신과도 다니시고 약도 복용하고 계신다고 하니 걱정이 되는데요. 변호사님께선 이 사연 어떻게 보셨나요.

▲김기윤 변호사(김기윤 법률사무소)= 돈도 잃고 사랑도 잃고 화가 많이 날 겁니다. 더욱이 사랑을 이용해서 내 돈을 뺏어갔다는 마음에 너무 상심이 클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지민 변호사= 배신감이 드실 것 같아요. 이 남성이 돈을 빌려 갔는데 갚지 않은 상황이라고 하셨어요. 그렇다면 형사와 민사로 나눠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고소와 소송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으로 보이시죠.

▲김기윤 변호사= 연인 사이에 돈을 주고받았다면 먼저 판단할 게 있습니다. 돈을 빌려줬는가 아니면 그냥 쓰라고 준 것인가. 돈을 빌려준 것은 대여고 그냥 쓰라고 준 것은 증여입니다. 예를 들어서 ‘돈을 언제까지 갚을게, 월급 받으면 갚을게’라고 하면서 남자가 빌렸다면 이 경우엔 대여라고 할 수 있죠. 그런데 여자가 ‘그냥 오빠 써. 생일선물로 줄게’라고 하면 증여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어요. 남자가 돈을 빌릴 때 ‘월급 받으면 줄게’라고 했는데 ‘안 갚아도 돼’라고 상담자분이 할 수 있잖아요. 이것은 대여이지만 면제해 준 겁니다. 이렇게 3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는데요. 사기죄는 면제의 경우엔 실무상 사기죄로 처벌되진 않습니다. 그렇지만 '돈을 언제 갚을게'라며 약속을 하고 빌렸다면 대여이므로 사기죄가 논의될 수 있어요.

그러나 반드시 대여라고 해서 사기죄가 성립되는 건 아니고요. 하지만 남자가 돈을 빌렸을 당시 변제 능력과 변제 의사가 없었을 때는 사기죄가 성립될 수 있어요. 예를 들어서 ‘월급 받으면 내가 갚을게’ 하고 빌렸지만 당시 남자는 실직 상태여서 직장이 없었던 경우 등 속이면서 돈을 빌렸다면 사기죄가 성립될 순 있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사기죄가 성립되려면 증여가 아닌 대여인 상황이 돼야 한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대여인 것도 실제로 갚을 의사가 없는, 즉 사기에 고의가 있었어야만 고소가 가능하다고 조언해 주셨어요. 상담자분이 또 궁금하신 게 있는데, 결혼을 전제로 사귀고 있었는데 혹시 혼인빙자간음죄가 성립하는지도 궁금하다고 질문을 주셨거든요.

▲김기윤 변호사= 혼인빙자간음죄는 말 그대로 혼인을 빙자해서 간음하는 범죄입니다. 예전에 형법에서 규정하고 있었는데요. 2009년 헌법재판소에서 남성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되진 않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이미 위헌이 돼서 혼인빙자간음죄는 존재하지 않는 만큼 사실상 이것으로 고소는 안 된다는 답변밖에 드릴 수 없고요. 사연 중 상대방 남성이 ‘내 뒤를 밟았어? 스토킹으로 신고하겠다’라는 말도 했다고 해요. 실제로 상담자분이 신고를 당한다고 한다면 범죄 성립 가능성 있나요.

▲김기윤 변호사= 이번 사안에서는 스토킹으로 처벌되긴 어렵습니다. 단지 요즘 국회에서 스토킹처벌법이 많이 규정되고 있어요. 지금 심의 중인데요. 예를 들어서 집 앞에서 기다리거나 또는 수차례 카톡이나 문자를 보내면 최대 징역 3년까지 처벌될 수 있는 이런 규정들이 심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이 방송을 보시는 분들 중에 돈을 받아야 된다는 채권자들이 많이 계실 수도 있어요. 아무리 돈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하더라도 직장이나 집에 수차례 찾아가거나 문자나 카톡으로 야간이나 주간이나 가리지 않고 수차례 문자를 보내면 채권추심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을 수도 있으니 주의하셔야 합니다.

▲양지민 변호사= 내가 채권자라고 하더라도 과도하게 상대방에게 연락을 하거나 밤에 찾아가는 행동은 자제하셔야 합니다. 상담자분이 정신적으로 힘들어서 병원도 다니고 계시는데요. 만약 사기죄 성립이 인정된다면 정신적 피해까지도 다 보상받을 수 있겠죠.

▲김기윤 변호사= 단지 연인 사이에 돈을 빌려줬다, 갚지 못했다 라는 이유만으로 정신적 보상에 대한 위자료 청구는 사실상 어려워요. 그런데 결혼을 전제로 사귀었고 결혼 준비도 차근차근한 상태에서 남자의 잘못으로 결혼 직전에 파혼이 됐다고 한다면 정신적 보상으로 위자료 청구는 가능해요.

▲양지민 변호사= 상황에 따라, 또 실질적으로 내가 그 사람에게 건넨 돈의 액수에 따라서 좀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만약에 상담자분이 소송을 준비하신다고 하면 반드시 준비해야 할 사항에는 뭐가 있을까요.

▲김기윤 변호사= 남자가 여자에게 돈을 갚겠다, 언제까지 주겠다 라고 한 경우 대여금이나 약정금으로 소송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럴 경우 문자나 카톡, 거래 이체 내역서를 준비하시면 됩니다. 간혹 상대방이 차용증이나 각서를 써주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것도 중요한 증거가 되기 때문에 반드시 확보하시는 게 좋습니다.

▲양지민 변호사= 말씀 주신 것처럼 소송을 진행하고 싶으시면 실제로 주고받은 문자 내역 혹은 차용증 등을 첨부하셔서 진행하시면 더욱 효율적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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