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방어 유일한 방법"... 혀 절단 '정당방위' 인정, 검찰 불기소 처분 통지서 단독입수
"성폭행 방어 유일한 방법"... 혀 절단 '정당방위' 인정, 검찰 불기소 처분 통지서 단독입수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1.02.15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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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여성 대리 우희창 변호사 "정당방위 인정되면 더 적극적으로 저항"

[법률방송뉴스] 성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여성에 대해 검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해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성폭행 사건 정당방위의 지평을 넓힌 주목할 만한 결정"이라는 평가가 많은데, 이번 사건 피해 여성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우희창 변호사에게 이번 결정의 의미와 이런저런 뒷얘기들을 들어봤습니다. 장한지 기자입니다.

[리포트]

지난해 7월 친구들과 부산으로 여행을 떠난 20대 여대생 A씨는 여행 마지막날이 말 그대로 악몽이 돼버렸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술을 마시다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나왔는데, 30대 남성이 만취한 자신을 승용차에 태워 인적이 드문 산길로 데려갔습니다.

A씨는 세워둔 차 안에서 강제로 키스를 하는 남성의 혀를 깨물었고, 이 남성은 혀끝 3cm가량이 절단됐습니다.

혀가 잘린 남성은 그 길로 경찰서 지구대로 가서 A씨를 고소했고, A씨는 졸지에 '중상해 피의자'가 됐습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혀가 잘리니까 정상적인 사람이라고 한다면 그때 병원을 갔었어야 하는 건데 그 남성은 그 차를 그대로 끌고서 바로 본인이 지구대로 가서 신고를 했어요. 남자가 신고를 먼저 한 사건이에요, 이 사건은. 중상해요. 중상해로..."

으슥한 산길에 주차한 차 안의 남녀, 처음엔 동의하에 한 행동이라는 남성의 주장에 힘이 실리는 듯했습니다.

우희창 변호사 스스로 중상해 피의자를 변호한다는 생각으로 사건을 시작했지만, 차량 블랙박스 녹음이 알려지면서 상황은 반전이 됐습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처음에 제가 선임됐을 때는 저희가 피의자인 줄만 알고서 (대리)했고요. 저는 상담과정에서 여성은 만취해있었기 때문에 이게 강간인지 그 여부도 불확실했었는데 블랙박스 안에 녹음이 돼 있는데 어떤 소리가 녹음돼 있었냐면 여성이..."

강간 정황과 이에 여성이 저항하는 녹음 파일을 확인한 우희창 변호사는 곧바로 해당 남성을 강간상해로 맞고소했습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그 내용을 들어보니까 성관계 시도가 있었던 것 같은데 강제추행으로만 저희가 고소하게 되면 (강간 혐의에 대해선) 수사를 못 받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그때 제가 그 자리에서 강간상해로 죄명을 바꿔서 고소장을 그 자리에서 작성해서 다시 냈어요."

그리고 경찰 조사 결과 이 남성은 술에 취해 거리에서 잠든 A씨를 태워 가던 중 편의점에 들러 청테이프와 피임 기구, 소주를 산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당시 상황이 되게 아주 긴급한 산길이었고요. 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차 안에서 저도 기사를 통해서 봤는데 청테이프로 여성의 몸을 묶기까지 했다는 식의 기사를 봤거든요. 그 상황에서..."

이 남성은 결국 지난 4일 구속돼 강간상해 등 혐의로 기소된 상태입니다.

그리고 경찰은 A씨에 대해선 정당방위심의위원회를 열어 형법 제21조 3항에 따라 면책행위를 인정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정당방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21조 3항은 "방어행위가 정도를 초과한 경우라도 그 행위가 야간 등 불안스러운 상태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돼 있습니다.

즉, 가해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한 행위 자체는 '정당방위'를 넘어서는 '과잉방위'지만, 당시 상황을 종합하면 면책행위에 해당해 위법성이 조각된다는 것이 경찰 정당방위심의위원회 결론인 겁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경찰에서도 수사관이 직접 결정한 게 아니라 정당방위심의위원회라는 것을 열어서 변호사나 각급 전문가들이 모여서 회의를 해서 정당방위는 아니고 과잉방위인데 일정한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처벌하는 게 적절치 않다, 이렇게 결론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경찰 정당방위심의위원회 결정에서 한발 더 나아가 A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해 최근 A씨를 불기소 처분했습니다.

법률방송이 단독 입수한 검찰 '불기소 이유 통지서'입니다. 

통지서는 먼저 "A씨의 행위는 자신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해당 남성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라는 점을 적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입 안에 혀를 집어넣자 본능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피해자의 혀를 깨문 것으로, A씨 입장에서는 즉각적으로 유효하게 해당 남성의 침해행위를 방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혀를 깨무는 것"이라고 혀를 깨물어 절단한 행위를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어 "이같은 행위는 자신의 신체와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서 벗어나려고 한 행위로써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와 그 목적 및 수단, 행위자의 의사 등 제반사정에 비춰 형법 제21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혀를 절단한 것 자체는 과잉방위지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게 아니라, '혀를 깨물어 결과적으로 절단되긴 했지만, 그 자체로 정당방위가 인정된다'는 것이 부산지검 동부지청 담당 검사의 판단입니다.

혀 절단이라는 신체적 완결성 훼손이라는 법익과 강간에서 벗어나려 하는 여성이 지키고자 하는 법익, 그 사이에서 피해 여성 법익을 우선한 판단이라는 것이 우희창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단순히 여성의 신체의 완전성, 정조뿐만 아니라 생명의 위협까지 느낄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게 그렇기 때문에 법익의 측면에 있어서도 여성이 보호하려고 했던 법익이 더 우월한 법익이었기 때문에 정당방위를 인정한 게 아닌가..."

우희창 변호사는 그러면서 그동안 우리 법원과 수사기관이 성폭행 저항에 있어 정당방위를 인정하는데 상당히 인색한 점이 있었다고 지적합니다.

강간죄 침해 법익인 이른바 '여성의 정조'나 '성적 자기결정권'보다, 가해자의 혀 일부가 잘림으로써 발생하는 '신체의 완전성 훼손' 법익을 더 무겁게 판단해왔다는 지적입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법적으로만 보자면 이게 정당방위 판단에 있어서는 법익의 균형성, 침해법익이 구제하려는 법익보다 더 작아야 하거든요, 피해법익이. 그런데 항상 정당방위가 우리나라가 인정되지 않을 때 그 남자는 혀가 절단됐기 때문에 결국 신체의 완전성이..."

당장 '56년만의 미투 사건'으로 불리며 부산지법에 재심이 신청된 '최말자 할머니 사건'이 단적인 예입니다.

최씨는 지난 1965년 당시 18살이던 자신을 성폭행하려던 남성의 혀를 깨물어 절단했는데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중상해죄 유죄를 확정받았는데, 56년 만에 재심을 신청해 인용 여부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우희창 변호사는 법원이 결자해지 차원에서 전향적인 판단을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합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최말자씨 사건은 저는 충분히 정당방위가 될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이 들거든요. 그래서 (법원이) 일반인들한테 이러한 경우에 적극적인 방어행위가 정당방위가 된다는 인식을 더 새기게 만들어 준다는 의미에서..."

우희창 변호사는 그러면서 최말자 할머니 사건 법원 재심 개시와 인용 여부와는 별개로, 검찰의 이번 정당방위 인정 불기소 처분은 법적으로 용인되는 저항의 정도를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합니다.

'중상해 피의자'로 경찰·검찰 수사를 받고 피고인으로 기소돼 법원에서 무죄를 입증해야 하는 큰 부담을 원천적으로 덜어줬다는 겁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재판이) 길게는 2~3년이 걸릴 수도 있고 그 기간 동안 엄청난 고통을 받게 되겠죠. 그런데 어떤 여성이 성범죄에 노출됐을 때 본인의 몸을 적극적으로 방어해도 수사 단계부터 '이것은 죄가 안 되는 행위이기 때문에 처벌하지 않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적극적으로 더 방어를 할 거 아니에요. 수사까지도 이르지 않고..."

우희창 변호사는 그러면서 '상당한 저항'이라는 말 자체가 성폭행 위기 여성에겐 성립할 수 없는 모순된 말이라며 정당방위를 너무 협소하게 인정해선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우희창 변호사(법무법인 법과사람들) / A씨 법률대리인]
"우리나라는 정당방위를 너무 협소하게 인정하는 것 같다, 외국에 비해서. 그래서 처음에 정당방위 요건 중에 상당성 부분을 너무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는데 정당방위를 인정할 때 기본적인 사고를 '법은 불법에 피해갈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을 해하려는 게 아니라 단순히 자신의 피해를,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목적인 게 드러나면 정당방위를 조금 더 넓게 인정해줄 필요성이 있지 않나..."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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