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여성 원룸 출입문에 '음란 편지'... 성폭력처벌법 '음란행위'로 처벌 못하는 이유는
짝사랑 여성 원룸 출입문에 '음란 편지'... 성폭력처벌법 '음란행위'로 처벌 못하는 이유는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1.02.04 1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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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처벌법,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 일으켜야 처벌"
"문 앞에 꽂아두고 간 것은 해당 안 돼... 주거침입 등 다른 혐의로는 처벌"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 속 알쏭달쏭한 법률 문제를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4일)은 '성희롱 편지' 얘기해 보겠습니다. 장한지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어떤 상황인지부터 좀 볼까요.

▲기자= 가명입니다. 남성 '엄탕해'는 짝사랑하는 여성 '어굴애'에게 3주 동안 6차례에 걸쳐 성적으로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만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그녀의 원룸 방 출입문에 꽂아두었습니다. 어굴애는 엄탕해의 행위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3조에 따른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엄탕해를 고소하기로 하는데요. 과연 엄탕해는 처벌을 받을 수 있을까, 이런 상황입니다.

▲앵커= 당연히 처벌받을 것 같은데, 처벌받을 수 '있다'와 '없다', 논리나 근거가 각각 어떻게 되나요.

▲기자= 일단 관련 법조문을 보겠습니다. '성폭력처벌법' 제13조는 통신매체를 이용한 음란행위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데요.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거나 만족시킬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 그 밖의 통신매체를 통하여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 음향, 글, 그림, 영상 또는 물건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습니다.

검사 측은 엄탕해가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편지를 피해자 어굴애에게 6차례에 걸쳐 보냈기 때문에 처벌받아 마땅하다는 입장이었습니다.

▲앵커= 처벌할 수 없다는 엄탕해 측의 논리는 어떻게 되나요.

▲기자= 저질스럽고 음란한 표현이 담긴 편지를 보낸 것은 맞다고 했습니다. 다만, 해당 법 조항이 '통신매체를 통하여'라고 적혀 있는 점에 주목했는데요.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글을 상대방에게 도달하게 한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따라서 처벌도 통신매체를 이용한 경우로 한정해야 한다는 게 엄탕해 측의 주장이었습니다.

"자신은 단지 편지를 어굴애의 방 출입문에 직접 꽂아 둔 것뿐이지, 우편 등 통신매체를 이용한 적이 없다. 그러므로 처벌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앵커= 얘기가 안 되는 건 또 아닌 것 같은데, 우리 법원 판단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우리 법원은 엄탕해의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대법원 판례입니다.

"해당 규정은 자기 또는 다른 사람의 성적 욕망을 유발하는 등의 목적으로 '전화, 우편, 컴퓨터나 그 밖에 일반적으로 통신매체라고 인식되는 수단을 이용하여' 성적 수치심 등을 일으키는 말, 글, 물건 등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행위를 처벌하고자 하는 것임이 문언상 명백하다",

"따라서 통신매체를 이용하지 않고 '직접' 상대방에게 말이나 글, 물건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까지 포함해서 처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법문의 가능한 의미의 범위를 벗어난 해석으로써 실정법 이상으로 처벌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된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6년 3월 10일 선고, 2015도17847)입니다.

결론적으로 해당 법조항으로는 엄탕해를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입니다.

▲앵커= 그럼 이렇게 음란한 편지를 직접 마구 전달해도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건가요.

▲기자= 그건 아닙니다. 대법원에서도 그렇게 판단하긴 했지만, 이건 엄탕해의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상의 처벌조항에 해당하지 않아서이지 그 밖에 다른 범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라는 게 법제처 설명입니다. 가령 예를 들어, 편지를 꽂아 넣기 위해 어굴애의 원룸 문 앞까지 들어간 행위가 인정되면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 있는 등 다른 법 조항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다는 설명인데요.

따라서 편지의 내용이나 사건과 관련된 다른 사정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범죄가 될 수 있으므로, 어굴애 사례와 같거나 유사한 행위로 상대방의 인격권을 침해해 불쾌함을 주거나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법제처는 강조했습니다.

▲앵커= 직접 전달하는 경우도 성폭력처벌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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