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거리두기 개편' 공개토론회... 전문가들 "단계에만 매몰돼"
"국가가 방역 책임 다하지 않은 걸 '국민 전체 규제 강화'로 돌려"
"자영업자들 문 닫으라 해놓고 보상은 해주지 않는 불공정" 비판

2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린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방역지침 끝장토론과 영업시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가 열린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 앞에서 자영업자들이 1인 시위를 벌이며 방역지침 끝장토론과 영업시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국내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원칙 없는 거리두기로 시민의 기본권을 경시하는 '단체기합'과 다를 바 없는 방식에 매몰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부가 2일 서울 중구 LW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 개편을 위한 공개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한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정부의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은 어떤 시설 유형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고위험시설로 규정하고 문을 닫게 하고 있는데 이건 단체기합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소수가 지키지 않아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다수의 선량한 시설이 문을 닫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는 원칙에 근거해야 한다"며 "여러 종류의 시설들에 대해 문을 닫으라고 하고, 9시 이후에 영업하면 안된다고 하고, 8㎡당 1명의 손님을 받으라고 하고 있는데 이런게 얼마나 근거가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김 교수는 발표문에서 현재까지 많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은 회사(20%), 가족·지인(18%), 종교시설(15%), 의료기관(10%), 요양복지시설(8%), 교육시설(7%) 순이라며 "사회적 거리두기로 규제를 하고 있는 식당, 카페, 실내체육시설은 전체 집단감염의 2% 정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용실은 10만개 중 1개, 카페는 10만개 중 3개가 집단감염이 발생했는데 확진자 수가 많다는 이유로 나머지 9만9천997개가 문을 닫아야 하는 게 과학적 접근방식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또 "방역지침을 안 지키는 교회나 요양병원이 거리두기와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라며 "국가가 제대로 관리해야 할 시설에 방역지침을 강제할 책임을 다하지 않아 생긴 확진자 수 증가를 나머지 국민들이 단계를 올려 더 강화된 규제 속에서 삶을 사는 것으로 메꿔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거리두기를 하면 문을 닫는 소상공인들의 경제적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국가가 문을 닫으라고 했는데도 보상은 해주지 않는 불공정한 거리두기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며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부 명령에 의해 문을 닫는 자영업자 호주머니는 화수분이 아닌지 묻고 싶다"고도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주요국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재정지원 지수는 영국 95, 스페인 82, 덴마크 80, 벨기에 76, 프랑스 70, 이탈리아 66, 네덜란드 59, 포르투갈 58 등인데 한국은 47에 그쳤다.

권순만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확진자 규모에 따라 2단계와 2.5단계, 3단계 격상만 바라보는 거리두기 단계에 매몰돼 있다"면서 "그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만약 거리두기 2단계에서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다음 단계로 격상을 고민할 게 아니라 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속가능한 코로나19 대응을 위해서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획일적인 정책이 아니라 위험에 따른 차별화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권 교수는 "예컨대 평균 이동량이 감소하는 것이 노인 요양시설과 같은 고위험 시설에서 확진자 수를 줄이는 데 기여했는지,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영세 자영업자 참여도는 어떻게 달라질지 등의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며 "확진자 수가 아니라 중증 환자 수와 보건의료체계 역량에 기반한 정책, 거리두기로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에 대한 손실보상이 필요하고 이를 사회적 비용에 포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인회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그동안 코로나19 감염 확산 차단에 모든 집중이 이뤄지면서 시민들의 기본권, 기본적 욕구 충족은 다소 경시된 면이 있었다"며 "사회적 협의나 협력을 통해 기본권 유지를 추진하려는 부분이 미흡했다"고 진단했다. 구 교수는 "일시적인 감염 상황에서는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게 성공적일 수 있겠지만, 감염병과 상당기간 살아야 할 때는 기본권과 서비스 노동자의 노동권을 훼손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결정 과정에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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