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근 탄핵안' 발의에 의원 161명 동참... 가결 정족수 훌쩍 넘겨

[법률방송뉴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농단'에 연루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서 직권남용 무죄를 선고받은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오늘(1일) 발의됐습니다.

형벌을 면하니 부끄러움이 없다,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면이무치'(免而無恥) 얘기해 보겠습니다.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대표발의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안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포함해 범여권에서 모두 161명의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공동발의 인원만으로 탄핵안 의결 정족수인 재적 과반을 훌쩍 넘겨 돌발변수가 없다면 모레 본회의에서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안이 가결될 전망입니다.

이탄희 의원 등은 기자회견에서 "4개 당 국회의원들은 재판에 불법적으로 개입한 '헌법 위반 판사'를 걸러내고, 반헌법 행위자가 다시는 공직사회에 발을 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고 탄핵안 발의 배경을 말했습니다.

이탄희 의원이 말하는 '반헌법 행위'는 임성근 부장판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판사로 있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7시간 의혹을 제기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지국장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를 말합니다.

임 부장은 판결문 초안을 미리 받아 "청와대에서 서운해할 수 있다"며 '이건 넣고 저건 빼라'는 식으로 이른바 '빨간펜 첨삭'을 하는 등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판결 전이이라도 기사의 허위성을 밝힐 것, 법정에서 가토 다쓰야 지국장을 훈계할 것 등 깨알 같은 '지시성 조언'을 담당 재판장에 했고, 실제 실행이 됐습니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직권남용 혐의 1심 재판부는 하지만 "애초 다른 법관의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며 임 부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쉽게 말해 임성근 부장판사가 권한도 없이 다른 재판부 재판에 감 놔라 배 놔라 했지만, 애초 권한에 없는 일을 했기 때문에, 즉 남용할 직권이 없어 직권남용은 무죄라는 판결입니다.

임성근 부장판사 1심 재판부는 다만 직권남용 무죄 선고를 내리면서도 임 부장의 재판개입이 법관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임은 분명히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헌법에 위배되는 위헌적 행위지만 형사적으로 직권남용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법리는 법원 안팎에서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발의된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안에 대한 여야의 반응도 극명하게 엇갈립니다.

신영대 민주당 대변인은 "임성근 판사 1심 판결문에는 6차례나 ‘위헌적 행위’임을 강조하고 있다"며 "반헌법 행위자에 대한 탄핵은 국회의 엄중한 책무"라고 강조했습니다.

같은 당 김종민 의원은 "탄핵 절차를 밟지 않는 것은 국회의 직무유기"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전용기 의원은 "사법부 길들이기가 아닌 공정한 순리"라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국민의힘 배준영 대변인은 "곧 법정을 떠나는 일선 판사에 대한 탄핵이 어떠한 실익이 있냐"며 "오만한 여당이 법관들 숨통을 움켜잡으려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같은 당 윤희석 대변인도 "헌재에서 각하될 가능성이 큰 부관참시형 탄핵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성일종 의원은 "거대여당의 망나니 칼춤"이라고 원색 비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6년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 당시 법관 수사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기록을 상부에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1심에 이어 지난달 29일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은 신광렬 전 부장판사도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습니다.

항소심 무죄를 받고 기자들의 탄핵 관련 질의에 "무죄 판결을 받았는데 탄핵을 한다는 것은 곤란하지 않느냐. 이 사건은 기소돼서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형사판결에 따라 하는 게 좋지 않겠냐"고 말한 겁니다.

일단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관련 복기를 해보면 이렇습니다.

지난 2018년 11월 전국법관대표회의는 "국회가 사법농단 판사들의 탄핵소추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대법원도 같은 해 자체조사를 통해 "사법행정권의 정당한 범위를 벗어나 사법행정을 담당하는 법관으로서의 직무상 처분을 위반했다"며 견책 징계 처분을 내렸습니다.

징계의 경중을 떠나 '직무상 처분을 위반'한 점은 대법원도 인정한 겁니다.

헌법 제65조 1항은 "법률이 정한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해 직권남용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도 "재판 관여 행위로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위헌적 행위"라고 판결문에 적시했습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부터 대법원, 심지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까지 모두 임성근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을 촉구하거나 의결할 수 있는 근거를 남겨두고 있는 겁니다.

그럼에도 '그러면 2018년 그때 했어야지, 이제 와서, 왜 지금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습니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김경수 경남도지사, 조국 전 법무부장관 측에 불리한 법원 판결을 거론하며 "탄핵은 부관참시 보복 아니냐"는 야당의 비판이 그것입니다.

그렇게 비판할 수 있는 여지도 충분하고, 민주당이 자초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복기해보면 탄핵 얘기가 법원에서부터 나왔던 2018년엔 민주당에선 탄핵을 하고 싶어도 국회 의석 과반을 장악하지 못해 탄핵에 필요한 의결 정족수를 채울 수 있는 상황이 못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하고 싶어도 못한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그렇게 공수처니, 뭐니 하고 여야가 다투다 어떻게 보면 탄핵 실기를 한 거고, 임성근 부장판사가 이달 말 임기만료로 퇴임을 한다고 하니 어떻게 보면 쫓기듯 부랴부랴 탄핵안을 발의한 측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면이무치(免而無恥). 형벌을 면하니 부끄러움이 없다. 수치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오는 말입니다.

"법으로 규제하고 형벌로 다스리면, 백성들이 형벌을 면하는 것을 수치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는 구절에서 나온 사자성어입니다.

여기서 유래한 면이무치는 법을 어겼음에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이나, 법을 어기고도 부끄러워하거나 반성하지 않음을 가리키는 말로 쓰이게 됐습니다.

야당은 정치적 공세로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시기에 법관 탄핵안을 발의한 여당을 비판할 순 있어도, 사법농단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는 전직 고위 법관이 형사 무죄가 났다고 탄핵을 부인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생각해 볼 일입니다.

기왕에 탄핵안이 발의되고 가결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헌법재판소가 임성근 부장판사의 임기만료를 사유로 탄핵안을 각하하는지, 아니면 사안의 중대성 등에 비추어 임기만료와 무관하게 심판을 진행해 기각 또는 인용 판단을 내리는지 여부를 차분히 지켜봐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유치차격(有恥且格), 면이무치에 대응하는 말로, 수치가 있어야, 잘못을 수치로 알아야 바르게 된다, 공자의 말입니다. 죄와 형벌, 잘못과 수치, 바름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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