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 여부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당첨금 n분의 1씩 권리... 안 나눠주면 횡령죄"

▲유재광 앵커=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법률분쟁 상황에 대해 법제처 생활법령정보와 함께 해답을 알아보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오늘(21일)은 복권 당첨 얘기해보겠습니다. 신새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일단 어떤 상황이죠. 

▲기자= 선후배 사이로 평소 부부끼리 왕래도 잦고 친한 두 부부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만나 놀다가 심심풀이로 복권이나 사서 맞춰볼까 얘기가 나온 건데요. 이에 선배인 김모씨가 4천원을 내놓았고, 후배인 이모씨가 복권방에 가서 한 장에 1천원짜리 즉석복권 4장을 구매해 4명이 한 장씩 맞춰보게 됐다고 합니다.

▲앵커= 그 중에 당첨된 복권이 나온 모양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후배 이씨가 맞춰본 복권이 1억원에 당첨됐는데요. 그런데 문제는 돈을 김씨가 찾아오면서 발생하게 됩니다.

▲앵커= 반반씩 안 나눠서 분란이 벌어진 건가요.

▲기자= 네. 선배 김씨가 1억 당첨금 가운데 9천900만원은 자신이 가지고 100만원만 후배 이씨에게 준 건데요. 복권을 사라고 돈을 낸 사람은 자신이고, 이씨는 복권을 구매한 뒤 자신을 대신해 복권을 맞춰본 것뿐이니 복권은 본인의 것이며 당첨금도 당연히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게 김씨 입장인 겁니다.

한마디로 100만원은 안 줘도 되는데 그냥 이씨에게 수고비로 준 것이고, 복권과 복권 당첨금의 소유권은 자신에게 있다는 것이 김씨의 주장입니다.

▲앵커= 이씨 입장에선 좀 많이 억울할 거 같은데요.

▲기자= 이씨는 “단순히 김씨 대신 김씨의 복권을 맞춰본 게 아니라 자신이 사온 4장의 복권을 김씨가 사실상 자신에게 나눠준 것이다. 따라서 당첨된 복권은 내 복권으로 봐야 하므로 당첨금은 내 것이다”라고 강하게 반박했는데요. "1억 전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절반인 5천만원은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게 후배 이씨의 주장입니다.

▲앵커= 양측 주장이 팽팽하고 나름 둘 다 논리가 없진 않은 것 같은데, 법적 판단이 어떻게 되나요.

▲기자= 위 사례와 같은 일이 실제로 지난 2000년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친구 4명이서 복권을 사서 맞춰봤는데 거액에 당첨된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에도 내가 돈을 냈네, 복권을 들고 맞춰본 사람은 나네, 내가 가져야 하네, 나눠 가져야 하네, 말들이 많았고 결국 소송으로 번졌습니다.

해당 사건 결론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할 정도로 논란이 컸고, 법원 안팎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래서 법원 판단이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결론부터 얘기하면 김씨 부부와 이씨 부부가 반반씩 나눠 가져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결이었습니다. "당첨을 확인한 사람들이 평소 친숙한 사이인 점, 복권 1장의 값이 500원에 불과한 점 등 여러 정황을 볼 때 함께 복권을 나눠 당첨 여부를 확인한 사람들 사이에 당첨금을 공유하기로 하는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인데요.

대법원은 이에 “당첨금이 복권 구입대금을 낸 사람만의 소유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단지 그 당첨 여부를 대신 확인해준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 “복권을 확인한 4명이 공평하게 4분의 1씩 권리를 가진다”고 판시했습니다. (대법원 2000. 11. 10. 선고 2000도4335 판결)

돈을 누가 냈든, 누가 복권을 맞춰봤든, 그 자리에서 함께 복권을 맞춰본 사람들이 공평하게 n분의 1씩 나눠 가지라는 것이 대법원 판결입니다.

▲앵커= 그래도 안 주고 버티면 어떻게 되나요.

▲기자= 민사적으로 소송을 제기해 받아내는 것과는 별도로, 나눠줘야 할 복권 당첨금을 나눠주지 않으면 형사적으로는 횡령죄가 적용돼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상대에게 줘야 할 복권 당첨금 n분의 1을 상대 의사에 반해 불법 점유하고 있는 만큼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이 법제처 설명인데요.

실제 이 사건은 형사사건으로까지 비화했는데 복권 당첨금을 4분의 1씩 나눠주지 않은 데 대해 1심은 횡령죄 유죄, 2심은 횡령죄 무죄로 1·2심 판결이 정반대로 엇갈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횡령죄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는데요.

덧붙이자면 여럿이 복권이나 로또를 함께 맞춰볼 때 당첨되면 당첨금을 어떻게 하기로 한다고 미리 정하고 맞춰봤다면 다른 모든 것에 우선해 정한 대로 당첨금을 나눠 갖게 된다는 것이 법제처 설명입니다.

▲앵커= 의 상하기 전에 백만에 하나 당첨될 수도 있으니 미리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것도 나름 재미고 방법이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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