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調停)제도 활성화를 위한 입법적 과제
조정(調停)제도 활성화를 위한 입법적 과제
  •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 승인 2021.01.19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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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형 조정제도' 통할하는 행정조정기본법 제정 필요
민간조정 활성화 위한 조정인 교육·양성 제도 마련해야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조정(Mediation)은 판결을 보충하거나 대체하는 분쟁해결절차인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중 하나이다. 조정은 중재와 더불어 ADR의 양대 축을 형성한다. 조정은 결정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중립적 제3자인 조정인이 관여한다는 점에서 판결이나 중재와는 구별되는 자율적인 분쟁해결절차이다.

분쟁이 발생한 경우 당사자나 그 대리인인 변호사는 곧바로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 ADR의 방식을 먼저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ADR의 경우에는 상생(win-win)의 원리에 따라 당사자 간에 서로 양보하여 분쟁을 해결하게 되는데 반해, 법원의 판결은 완승주의(all or nothing)가 지배하여 재판이 끝나면 당사자 간의 관계도 복구하기 어렵다. 더구나 법원의 판결은 과거에 발생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법적인 판단을 내리는데 반해, 조정은 법적인 측면을 넘어 다양한 관점에서 미래지향적인 관계 설정을 고려해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정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시간과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다. 분쟁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게 되면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과 에너지를 소진해 일상적 삶이 파행을 겪게 될 수 있다. 소송에 이기고도 상처뿐인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에 비해 조정은 양 당사자 간의 양보를 통하여 신속하고 원만한 분쟁해결을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원의 판결보다 우위에 설 수 있다. 이러한 면에서 조정제도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각종 입법적 필요성이 대두된다.

조정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입법적 과제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로, 개별법에 따라 우후죽순 식으로 설치된 각종 분쟁조정위원회에 의한 행정형 조정제도를 통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칭 행정조정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행정형 조정의 기본원칙, 절차 및 조정의 효력, 시효중단 등 공통적 원리를 행정조정기본법에 담는 것이 필요하다. 행정형 조정의 경우 의료분쟁조정위원회 등 일부 분쟁조정위원회에서만 조정비용을 징수하는 근거조항을 두고 있다. 대다수의 행정형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조정비용을 징수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를 두지 않고 있어 아무런 비용도 받지 않고 조정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조정에 관한 법률이나 콘텐츠산업진흥법에서 규정하고 있듯이 조정비용의 징수근거를 행정조정기본법에 명문화하여 저렴한 수준의 비용을 받는 것을 통해 조정위원 등에게 적절한 수준의 대우를 해주면 행정형 조정제도가 내실있게 운영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 행정조정기본법에 조정인에 관한 규정을 마련하여 해당분야의 전문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조정능력이나 조정교육을 이수한 전문가 중에서 조정인을 위촉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민간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 조정인의 교육과 양성을 위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조정의 성공 여부는 신뢰할 수 있는 조정인에 달려있다. 민간형 조정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엄격한 변호사법 규정이 자리하고 있는데, 변호사법 제109조는 변호사가 아니면서 금품 등을 받고 중재·화해 그밖의 법률사무를 취급할 수 없도록 하면서 위 규정을 위반한 경우 처벌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변호사법의 장벽을 넘고 민간조정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조정인을 양성하는 시스템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조정에 의한 국제화해합의에 대한 승인과 집행에 관한 국제연합협약'(일명 싱가포르 조정협약)이 2020년 9월에 발효됨에 따라 조정인의 윤리성 확보 방안 마련과 국제화해합의에 집행력을 부여하는 절차 등을 규율하는 국내법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다. 

셋째로, 조정제도에 있어 변호사의 역할과 관련하여 조정절차의 대리인으로서 활동하는 변호사와 조정인으로서 조정절차를 주재하는 변호사의 지위가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전자의 지위에서는 특정인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지만, 후자의 지위에서는 공평성과 중립성 등의 의무를 준수하여야 한다. 우리의 경우에는 변호사가 분쟁해결에 소송이 아닌 조정에 의할 경우, 실제로 소송을 통한 착수금과 성공보수를 받는 경우에 비하여 노력과 시간을 별로 들이지 않았다고 판단하여 의뢰인으로부터 다액의 변호사비용을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조정을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변호사가 의뢰인을 위해 조정 등 ADR의 방식으로 해결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여 무리하게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억제하는 내용의 규율을 우리의 변호사법이나 변호사윤리장전에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끝으로, 조정을 통해 분쟁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만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조정시스템을 통해 스스로 분쟁해결을 시도하는 교육의 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조정제도에 관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요망된다. 조정에서는 양 당사자가 주도적으로 분쟁의 해결을 도모하고, 조정인은 양 당사자가 원만히 합의하여 분쟁을 해결하도록 권고하거나 촉진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뢰할 수 있는 민간조정 시스템을 조속히 법제화하여 민사소액 사건 등을 조정인의 조력을 받아 양 당사자가 스스로 해결하는 ‘조정의 시대’를 열어나갈 필요가 있다.

김용섭 전북대 로스쿨 교수 webmaster@lt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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