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징역 2년 6개월 선고 법정구속
"삼성과 한국경제에 악영향 우려"... "사법 리스크 끝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눈을 감고 있다. /법률방송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눈을 감고 있다. /법률방송

[법률방송뉴스] 이재용(53)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이 부회장이 재수감된 것은 2018년 2월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35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지난 2017년 2월부터 서울구치소에 350여일 간 수감됐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이날 뇌물공여, 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 대한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날 공판은 약 20분 간 진행됐다. 대법원이 이 부회장의 뇌물·횡령액수를 원심과 달리 산정해 파기환송한 사건으로 유무죄 판단은 이미 내려졌던 만큼 긴 시간은 걸리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실형을 선고하자 정면을 응시한 채 침묵을 지켰다. 재판부가 "변론 기회를 부여한다"고 했지만, 이 부회장은 "할 말 없습니다"라고만 언급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지성(70)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과 장충기(67)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도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박상진(67)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59) 전 삼성전자 전무는 각각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 2017년 이후 5년 동안 구속→석방→재수감 

이재용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씨 등에게 ▲미르·K스포츠재단 204억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16억원 ▲최씨의 딸 정유라씨에 대한 승마 지원 78억원 등 총 433억2천800여만원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로 2017년 2월 구속기소됐다.

1심은 삼성의 승마 지원, 영재센터 지원 등이 뇌물이 맞다고 보고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1심이 인정한 뇌물·횡령액수는 총 89억원이다.

항소심은 승마 지원에 대해 7억3천만원만 뇌물로 인정하고, 영재센터 지원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뇌물·횡령 인정액수는 36억여원이었다. 이 부회장의 형량은 징역 2년 6개월로 대폭 줄었고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그러나 상고심에서 판단이 다시 뒤집혔다. 2019년 8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승마 지원 중 말 3마리 구입 부분과 영재센터 지원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뇌물·횡령 인정액수는 89억원으로 다시 늘어났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경가법)에 따르면 횡령액이 50억원 이상인 경우, 무기 또는 징역 5년 이상의 형에 처해진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특검은 지난달 30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은 항소심 재판부가 주문했던 '실효적인 준법감시제도'를 삼성그룹 내에서 적극 시행하고 있으며, 뇌물공여는 정치권의 압력에 의한 '수동적 행위'였다고 주장했다. 결심공판에서는 선친 이건희 회장을 거명하면서 눈물로 선처를 호소했다. 

하지만 이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밝힌 뇌물과 횡령 혐의에 대한 판단을 수용하고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에 대해서는 "피고인의 진정성과 노력은 긍정적으로 평가돼야 함은 분명하다"면서도 "양형 요소로 반영하기에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5년 가까이 끌어온 삼성 총수 재판은 이렇게 마침표를 찍게 됐다. 

■ 재판부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하라" 논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변론 시작부터 종결까지 '양형'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2019년 10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에게 "삼성이 다시는 같은 유형의 범죄를 저지르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며 특별한 당부사항을 전했다. 구체적 내용은 ▲신(新)경영 선언에 버금가는 과감한 혁신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마련 ▲재벌 체제의 폐해 시정 등 3가지였다. 

법원이 재판 당사자에게 구체적인 당부사항을 주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에 "삼성이 내부개혁을 적극 실천할 경우,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양형인자로 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편에서는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하기로 미리 정해놓고 이같은 이례적 주문을 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삼성은 지난해 1월 대법관 출신 김지형(63·사법연수원 11기) 법무법인 지평 대표변호사를 위원장으로 하는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출범시켰고, 재판부는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을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특검은 재판부의 이같은 조치는 "재벌 특혜"라며 반발했고, 대법원에 재판부 기피 신청을 내면서 변론은 10개월 넘게 중단되기도 했다.

재판부 기피 신청이 기각되고 공판이 재개된 후 재판부는 삼성 준법감시위의 실효적 운영을 평가할 전문심리단도 구성했다. 심리위원에는 헌법재판관 출신 강일원(62·14기) 변호사, 참여연대 소속 홍순탁 회계사, 고검장 출신 김경수(61·17기)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가 지정됐다. 이 과정에서 특검은 삼성 측이 추천한 김경수 변호사가 "이 부회장 측과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는 인물"이라며 이의를 제기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이날 재판부는 "이 부회장과 삼성 측의 진정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 이 사건에서 양형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결론냈다"며 "이런 모든 사정을 감안하면 피고인에 대한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삼성의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 된 위법행위 유형에 따른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으나, 앞으로 발생 가능한 행동에 대한 선제적 감시활동까지는 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효적 준법감시'를 둘러싼 양형 논란은 이렇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 삼성 파장은... 일각 "예상보다 형량 낮아, 사법 리스크 해소" 

총수의 두 번째 구속이라는 상황에 직면한 삼성은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이날 선고 직후 "판결문 등을 면밀히 검토해 재상고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유죄 취지로 판단한 부분을 파기환송심이 대부분 수용한 터에, 재상고심에서 또다시 판단이 뒤집힐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 시각이다. 

재계는 삼성이 당분간 지배구조 재편과 인수합병 등 미래사업 투자 등의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린 지난 2016년 이후부터 대형 인수합병을 한 건도 추진하지 않았다. 사법 리스크로 인해 그룹 컨트롤 타워가 언제 부재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경영상 보폭을 넓히기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계는 삼성 총수 구속이 가뜩이나 코로나로 위축된 경기에 악영향을 더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이날 논평을 통해 "삼성이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볼 때,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연합회(경총)도 입장문을 내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심화될 글로벌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 우리 글로벌 기업의 경쟁력 우위 확보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삼성의 경영 차질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정책적·행정적 배려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한편에서는 이 부회장 구속이 삼성의 앞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이날 이 부회장 선고에서도 이른바 재벌 총수에 대한 '3·5 법칙', 즉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하고 구속까지는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예상을 일부 하기도 했다. 하지만 뇌물공여와 횡령죄에 대한 양형기준상 최저 징역 3년에서 5년까지 선고될 수도 있다는 이같은 예상을 벗어나, 법원은 훨씬 낮은 형량인 징역 2년 6개월 실형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재수감됐지만 예상보다는 낮은 형량으로 이 부회장은 1심 재판에서 구속기소돼 이미 354일 간 수감됐던 기간을 빼면 사실상 1년 6개월가량 남은 형기만 채우면 석방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날 선고로 그동안 이 부회장을 둘러싸고 지지부진하게 이어져왔던 '사법 리스크'가 해소돼, 오히려 복귀 후에는 온전히 경영에만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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