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마치 자기가 만든 것처럼 법무부 문제은행에 납품"

[법률방송뉴스] 올해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에 연세대 로스쿨 모의고사와 아주 흡사한 문제가 출제되면서 촉발된 ‘문제 베끼기’ 논란과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연세대 해당 로스쿨 교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이번엔 문제 표절, 도용 의혹까지 새롭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왕성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5일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에 출제된 공법 기록형 문제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개발을 위해 종중 소유 토지를 일부 수용했는데,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하는 종중원의 입장에서 소장을 구성하는 문제입니다. 

문제 베끼기 논란을 받고 있는 지난해 2학기 연세대 로스쿨 공법 기록형 모의고사 문제입니다. 

주위적 청구로 수용재결과 이의재결을 묶어 무효소송을 제기한다는 점, 예비적으로 보상금 증감청구를 낸다는 점, 주위적 청구의 무효사유는 보상금 공탁이 무효라는 점 등 출제 의도와 전체적인 구성이 변시 문제와 매우 유사합니다.  

이번엔 박영사에서 발간된 ‘공법기록형 공법소송실무’라는 제목의 책 제10장 ‘토지수용재결 보상금’ 장입니다.

서울시토지수용위원회 재결에 불복하고 있는 종중과 소송위임 계약을 체결하고 서면을 작성하는 내용입니다.

지자체 토지수용 결정에 불복해 종중 대표가 불복소송을 내는 점, 중앙토지수용위원회가 내린 이의재결에 대해 무효를 확인하는 점, 예비적으로 보상금 증액청구를 하고 있는 점 등 문제 베끼기 논란을 받고 있는 연세대 로스쿨 모의고사 문제와 뼈대가 유사합니다. 

해당 서적은 그러나 연세대 교수가 아닌 경희대 로스쿨 정형근 교수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초판을 발간한 공법 기록형 소송실무 서적입니다.

정 교수는 해당 문제에 대해 10여년 전 변호사들을 여럿 만나 힘들게 자료를 구해 구성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제가 서초동에 가 가지고 여러 변호사들에게 기록을 구해가지고 만들었는데 대부분은 손실보상금 적으니까 많이 받게 해달라는 그런 것이 대부분인데, 그것만 쓰라고 하면 쟁점이 없고 이상하고 해서 수용재결도 무효로 만들자 해가지고 제가..."

정 교수는 그러나 문제 난이도가 높고 지나치게 지엽적이라고 판단해 2013년 이후 개정판에서부터는 해당 문제를 삭제했습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박영사에서 제가 최초로 냈는데. 그러니까 아무래도 분량을 줄이려다 보니까 아무래도 ‘너무 어려운 문제는 빼자’ 해가지고 그렇게 한 거죠". 

그런데 2011년 초판이 발간되고 9년, 개정판에서 해당 문제를 삭제한 2013년 이후 7년이 지난 2020년 연세대 로스쿨 가을학기 모의고사 문제에 정형근 교수가 책에 실었던 문제와 뼈대가 유사한 문제가 출제된 겁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그런데 이제 연대 교수님은 그것을 가지고 자기 수업자료로 계속 사용해온 거죠. 작년 2학기까지"

그리고 그렇게 돌고 돌아 연세대 로스쿨 모의고사에 출제된 문제가 다시 올해 변시에 출제됐다는 것이 정형근 교수의 말입니다. 

연세대 로스쿨 A교수는 해당 문제를 2019년 법무부 문제은행에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정 교수는 이와 관련 자신의 문제를 참조해 법무부에 제출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원래 문제은행에다가 법무부에서 새 문제를 내주면 100만원인가 110만원인가를 줘요. 마치 자기가 만든 것처럼 납품을 한..."

변시 문제 베끼기 논란에 이은 문제 표절과 도용 논란.

관련해서 서울의 한 로스쿨 교수는 “세 문제를 모두 살펴본 결과 구체적인 부분에서는 차이가 나지만 전체적인 맥락이나 구성, 자료 등에서 정형근 교수의 문제를 많이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반면 또 다른 로스쿨 교수는 “유사한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설문에서 차이가 있어 표절이나 도용으로는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런 가운데 해당 문제의 출처를 두고 법무부와 A교수는 핑퐁 게임식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습니다.  

A교수는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문제는 10여년 전 법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자료에 기초한 것"이라는 해명을 내놨고, 법무부는 "법무부 자료가 아니라 사법연수원 강의자료"라고 A교수 주장을 반박했습니다.

법무부도 A교수도 사실을 제대로 밝히는 데 소극적이라는 것이 정 교수의 말입니다. 

[정형근 경희대 로스쿨 교수] 
"만일 그것을 어느 특정 모 로스쿨 교수의 책에서 베껴서 냈다고 하면 더 문제잖아요. 제가 그것을 보고서 약간 이 사람들이 여기서도 거짓말로 뭉개면서 속이고 있구나, 국민들을..." 

법률방송은 정형근 교수 문제를 참조했는지 답변을 듣기 위해 A교수에게 여러 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습니다.

'코로나 확진자 응시 제한'에서부터 '법전 밑줄긋기' 논란, 문제 베끼기 의혹에 표절과 도용 논란까지.

법무부가 10회째를 맞은 변호사시험 관리에 총체적 난맥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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