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전화 진찰은 안 돼... 대면 진찰 이후엔 상황이나 상태 따라 전화 진찰 가능"

▲유재광 앵커= 법률방송은 2021년 신축년(辛丑年) 새해를 맞아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법적 분쟁이나 법률이 필요한 상황에 대해 법제처 생활법령정보를 통해 해결책을 제시해드리는 '알쏭달쏭 솔로몬의 판결' 코너를 새로 준비했습니다. 법제처와 법률방송이 전해드리는 일상생활 속 법률 솔루션이 시청자 여러분께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첫 순서로 오늘(12일)은 이런 저런 사유로 전화로 진찰을 받고 처방을 받는 게 의료법 위반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전해드리겠습니다. 신새아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일단 어떤 상황인지부터 좀 볼까요. 

▲기자= 네, 몸이 크게 불편하거나 아파서 거동하기 힘들 때, 이럴 때 아는 의사가 있으면 병원에 안 가고 전화로 진찰을 받고 의사가 처방전을 발급해주면 가족 등이 이를 받아 약을 사오면 되지 않을까 하고 한 번쯤 생각해 본 적 있으실 것 같습니다. 실제 이런 사건이 있었는데요. 의사인 허모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에서 환자인 김모씨를 진찰하고 있는데 환자 김씨가 허씨에게 한 가지 부탁을 하게 됩니다. 

"내 친구가 몸이 불편한데 거리가 너무 멀어서 병원에 올 수가 없다고 한다. 전화로 진찰해주시고 처방전을 발급해 주시면 안 되겠냐"라고 한 것입니다. 이에 의사 허씨는 환자의 친구인 이씨와 전화 통화를 했고 이씨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기존 질환 여부 등을 확인한 후 전문의약품을 처방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했습니다. 이런 상황입니다.

▲앵커= 유명한 병원이었나본데, 이게 현행 의료법에 위반되는지 안 되는지가 문제인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실제 사건이었는데요. 검찰은 "전화 진찰은 환자를 직접 진찰한 것이 아니므로 의료법 위반"이라며 의사 허씨를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의사 허씨는 "전화 진찰이긴 하지만 최대한 자세히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진찰하였으므로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고 맞섰습니다. 

▲앵커= 관련 법조항 같은 건 어떻게 돼 있나요. 

▲기자= 일단 현행 의료법 제17조의2 제1항(처방전)에서는 환자를 직접 관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처방전을 환자에게 교부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1심에서는 이를 근거로 허씨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해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정말 아파서 꼼짝도 못 하거나 하는 등 특별한 경우가 있을 수도 있지 않나요. 

▲기자= 네. 그래서 관련법은 특정한 경우, 예를 들면 교통이 아주 안 좋은 섬 같은 격오지에 환자가 있다든가 하는 예외적인 경우엔 이른바 '원격진료'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 원격진료의 경우에도 실질적인 진찰이 이뤄져야 하는데요. 관련해서 이 사건에서 2심은 1심의 의료법 유죄를 깨고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심은 의사가 환자에게 전화로 이름과 기존 질환, 증상 등을 상세히 전해 듣고 처방전을 작성했다고 진술한 점, 환자와 의사가 2번 이상 통화했고 약을 배송하기 전에도 통화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들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의사는 처방전을 작성하기 전에 전화로 진찰하는 방법으로 직접 환자의 상태를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2심 판시였습니다. 

▲앵커= 대법원 판단은 어떻게 나왔나요. 

▲기자= 대법원은 의료법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대법원 2020. 5. 14. 선고 2014도9607 판결)했습니다. 

"의사가 단 한 차례 대면 진찰도 없이 환자와 전화만 하고 처방전을 교부한 것은 환자의 상태를 토대로 특정 진단이나 처방 등을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행위인 ‘진찰’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이었는데요. 

대법원은 이에 "전화 통화만으로 이루어지는 진찰의 경우에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하여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에 대해 이미 알고 있다는 사정 등이 전제돼야 한다. 이 사건은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 대상“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앵커= 의사와 아무리 친하고 급하고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고 해도, 처음부터 전화 진찰은 안 된다는 취지의 판결인가 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법제처는 이와 관련해서 "이 사례는 대면 진찰을 한 적이 없는 환자를 상대로 처방전을 작성해 교부했다면 의료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판단“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제처는 그러면서 “전화 통화만으로 적법한 진단이나 처방행위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그 이전에 의사가 환자를 대면하고 진찰해 환자의 특성이나 상태 등을 미리 알고 있어야 함을 보여준다”고 덧붙여 설명했습니다. 

요약하면 처음부터 전화 진찰은 안 된다, 하지만 대면 진찰을 받고 난 후에는 상황과 상태에 따라 전화 진찰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법제처 설명인 겁니다. 

▲앵커= 네, 알아두면 급할 때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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