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쿨 문제 유출 의혹에 '법전 밑줄긋기' 논란까지... 시험 안 끝났는데 답안지 걷어가기도

[법률방송뉴스] 앞서 제51대 변협회장 선거가 산으로 가고 있다는 보도 전해드렸는데요. 갈피를 못 잡고 산으로 한참 올라간 게 또 있습니다.

바로 지난 5일부터 닷새간 치러진 제10회 변호사시험입니다.

코로나 고위험군 응시 여부 논란에서부터 '문제 베끼기' 의혹에 '법전 밑줄긋기' 논란까지.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데요. 이 내용은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오늘(12일) 오전 대검찰청 앞. 서울대 로스쿨 졸업예정자 등 제10회 변호사시험 응시생 6명이 이번 변시 관련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습니다.

피고발인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외 1인, 혐의는 '직무유기'입니다.

[이원석 / 서울대 로스쿨 10기]
"이번 변호사시험에서 법무부는 절대 상식이 될 수 없는 규칙으로 예비 법조인들의 양심을 시험했습니다. 공정한 규칙을 수용하고 집행해야 하는 법무부가 직무를 유기한..."

이들이 문제를 삼고 있는 것은 이른바 '법전 밑줄긋기'입니다.

변시 논술형 시험엔 법전이 제공되는데 응시 준수사항엔 "법전에 낙서나 줄긋기 등을 해서는 안 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주어진 시간에 문제에 적정한 조문을 찾는 것 자체가 시험과정의 일부로, 미리 밑줄을 긋는 등 표시를 해놓는 것은 통상 부정행위로 간주됩니다.

때문에 행정고시나 입법고시 등 다른 국가고시 법학 서술형 시험도 마찬가지로 법전에 밑줄을 긋는 등의 표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박유준 / 서울대 로스쿨 10기]
"엄청 많은 법조문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주관식 시험에 빈출되는 조문들이 있습니다. 빈출되는 조문들에 미리 표시를 해놓는다면 빠르게 찾아서 볼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컨닝 페이퍼'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럼에도 이번 제10회 변시엔 시험장마다 밑줄긋기 등 법전 관리에 혼란과 혼선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어떤 시험장선 예전처럼 시험 시작 전 법전 열람과 밑줄긋기가 모두 금지된 반면, 다른 어떤 시험장들에선 시험 시작 전 법전 열람과 형광펜 밑줄긋기가 허용된 겁니다.

촌각과 1~2점에 당락을 다투기도 하는 변호사시험.

"형평성이 현저하게 결여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시험을 쳤다"는 것이 밑줄긋기가 금지된 시험장에서 시험을 친 응시생들의 주장입니다.

[박유준 / 서울대 로스쿨 10기]
"지난 3년 동안 저희 로스쿨 내 학교 중간고사, 기말고사, 변호사시험 모의시험까지 단 한 번도 법전에 밑줄이 허용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법전을 이용하는 시험을 보는 응시생들에게는 당연한 상식입니다."

논란이 불거지며 항의가 쇄도하자 "변시를 주관하는 법무부는 슬그머니 애초 모든 시험장에서 밑줄긋기를 허용한 것처럼 사실을 은폐, 호도까지 하려 했다"는 것이 고발인들의 주장입니다.

[방효경 변호사 / '변시 밑줄 사건' 법률대리인]
"1월 5일 일부 시험감독관들이 '밑줄을 그어도 된다'고 잘못 알린 자신들의 실수를 덮기 위해 처음부터 법전에 밑줄이 가능했던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1월 6일에는 '법전에 밑줄 가능하다. 그렇지만 학생들에게 알리지 마라'고 지침을 내렸고, 학생들이 모두 알게 되고 항의하자 1월 8일부터는 '쉬는 시간에도 형광펜으로 밑줄을 그으라'며 적극적으로 말도 안 되는 안내방송을..."

이번 제10회 변시를 둘러싼 논란은 이게 다가 아닙니다.

이화여대 시험장에선 시험감독관들이 시험 종료 시간을 착각해 종료 2분 전 미리 답안지를 걷어가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습니다.

[방효경 변호사 / '변시 밑줄 사건' 법률대리인]
"시험감독관들이 알람소리를 시험 종료 부저로 착각하고 시험 종료 약 2분 전에 미리 OMR 답안지를 걷어버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감독관들은 수험생들의 시간 부족을 만회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대부분의 학생들은 항의하다가 포기를..."

앞서 지난 8일엔 변시 행정법 기록형 시험에서 연세대 로스쿨 문제를 그대로 베껴 출제했다는 의혹까지 제기됐습니다.

이같은 의혹에 대해 법무부는 어제 기자들에 문자를 보내 "모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2019년도에 법무부에 문제은행을 출제했는데, 이후 해당 교수가 2020년도 2학기 자신의 강의시간에 위 문제은행을 변형한 자료로 수업을 진행했다"고 밝혔습니다.

법무부는 그러면서 "법무부에서 전국 모든 법전원 교수들이 강의시간에 사용한 문제나 자료까지 제출받아 중복 검사를 하는 것은 물리적 측면에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실상 법무부 변시 문제은행에 제출된 문제로 연세대 로스쿨에서 수업이 이뤄졌다는 취지입니다.

이와 관련 문제 유출 의혹을 처음 제기한 강성민 변호사는 어제 연세대 해당 교수와 변시 출제위원 및 관리위원 등 법무부 관계자들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습니다.

[강성민 변호사 / '변시 문제 유출 사건' 법률대리인]
"이게 정말 초유의 사태이기 때문에 객관식 문제처럼 객관식 문제가 아니고 이것은 굉장히 긴 논술형 시험이기 때문에 선례가 없었던 사건이고 그래서 어떻게 처리할지 예상이 안 되는데..."

강 변호사가 제출한 고발장엔 200여명의 변시 응시생들이 정확한 사건 실체 규명과 피해구제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함께 제출했습니다.

법률방송이 입수한 제10회 변시 응시생들 3명의 탄원서입니다.

A 응시생은 탄원서에 "다수는 예측할 수 없었던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이미 노출돼 완전히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던 문제"라며 "시험의 공정성이 훼손됐다"고 지적했습니다.

B 응시생도 "정답을 이미 보고 들어온 수험생이 있다면 그렇지 못한 수험생과의 불균형은 현저하고, 시험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할 것"이라고 거듭 공정성 훼손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C 응시생은 "누구는 이미 문제의 답을 알고 있어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다. 저는 승패를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할 것 같다"며 "국가시험에서 이러한 불합리가 시정되지 않고 그저 해프닝으로 넘어가면 안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응시생들뿐만 아니라 법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여러 논란에 휩싸인 이번 변시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 훼손 우려가 나옵니다.

[정형근 교수 / 경희대 로스쿨 행정법]
"결국은 문제은행에 제출한 문제는 수업자료로 활용하거나 어디에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이거든요. 변호사시험관리위원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려서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결론이 났을 때 그것이 공신력의 문제로 이어지겠죠."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형평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해당 문제에 응시생들에게 같은 점수를 부여하거나 최악의 경우 재시험을 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벌서부터 일각에선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형근 교수 / 경희대 로스쿨 행정법]
"이렇게 되면 그 다음 단계로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이냐, 그것이 논의가 될 수가 있겠죠. 이번 시험을 무효로 하고 재시험을 볼 것이냐, 이런 것이 문제가 되겠죠."

그럼에도 실제 재시험이 가능할지, 같은 점수를 부여할 경우 문제를 푼 연세대 로스쿨 외 다른 로스쿨생들에겐 또 다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등 단순한 문제가 아닙니다.

문제 베끼기 의혹에서 법전 미리보기, 밑줄 긋기 논란, 시험 종료 전 답안지 수거까지 이번 제10회 변시가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방효경 변호사 / '변시 밑줄 사건' 법률대리인]
"제10회 변호사시험은 말 그대로 정말 총체적 난국입니다. 어떻게 국가가 주관하는 시험에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지 우리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법무부는 이 모든 사태를 수습하고 피해 보는 학생들이 없도록 최대한의 구제책을 마련해야..."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싸고 법조계 안팎에서 지난한 갈등을 빚는 가운데, 추미애 장관 사임과 후임 박범계 장관 교체기에 있는 법무부가 변시를 둘러싼 혼란과 혼돈을 수습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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