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변호사회 "지금까지 증거자료만 보더라도 살인죄 의율 무리 없어"
소아청소년과의사회 "췌장 절단... 고의 또는 미필적 고의 살인죄 마땅"

'정인이 사건' 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입양모 장모씨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정인이 사건' 학대치사 혐의를 받는 입양모 장모씨가 지난해 11월 1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은 뒤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생후 16개월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의 양부모에 대한 재판이 13일 시작된다. 재판의 최대 쟁점은 이들에게 살인 혐의가 추가 적용될지 여부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3일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정인양의 양모 장모씨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등 혐의를 받는 양부 안모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정인양 사망 원인에 대한 전문의의 재감정 결과를 토대로 첫 공판 이전에 혐의 판단을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이정우 부장검사)는 최근 전문 부검의 3명에게 의뢰한 정인양 사망 원인 재감정 결과를 통보받았다.

장씨는 지난해 6월부터 10월까지 정인양을 상습 폭행·학대하고, 10월 13일에는 등 부위에 강한 충격을 가해 정인양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안씨는 장씨의 학대와 점점 악화되던 정인양의 건강상태를 알고도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정인양의 등 쪽에 강한 충격이 가해져 이로 인한 복부 손상으로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긴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충격이 가해졌는지가 특정되지 않아 '살인'이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만 적용해 기소했다는 입장이다.

살인죄를 적용하려면 죽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는 것 즉 '고의'를 입증해야 하는데 수사기관은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씨는 "정인이가 밥을 먹지 않아 화가 나 배를 손으로 때리고, 들어올려 떨어뜨렸다"면서도 살인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임광훈 형사전문 변호사(법무법인 영우)는 "고의라는 부분은 본인이 아니라고 한다면 여러 정황에 따라서 추정될 수밖에 없다"며 "검찰은 목을 조른다든지 흉기를 사용한다든지 심한 구타를 한다든지 등 통상적으로 죽이는 방식이 과연 있었는지 등 구체적 행위를 살펴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동학대 사망 사건에서 피고인이 피해 아동이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가해 행위를 한 경우 살인의 고의가 충분히 있다고 보고 살인죄를 적용한 대법원 판례가 있다.

대법원은 2017년 4월 13일 계모인 피고인 김모씨의 상습적 아동학대와 친부인 피고인 신모씨의 묵인 등으로 당시 7세였던 피해자 신모양이 사망하고 시신이 야산에 암매장된 사건에서, 살인의 고의 등을 부인하는 피고인들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이 사건은 김씨가 신양을 난방이 되지 않는 집 화장실에 감금한 채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 학대행위를 하고, 신씨는 김씨의 학대행위를 묵인해 결국 기아와 탈진 상태에서 화장실에 방치된 신양이 머리부위 등 손상, 영양실조, 저체온증 등의 원인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원심은 혐의사실을 인정한 김씨는 물론 신씨에 대해서도 "피해자 신양의 건강 상태가 극도로 악화되어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사실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였음에도 신양을 구호하기 위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아니하였으므로, 피고인 신씨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살인죄를 유죄로 판단했고, 대법원은 원심을 확정했다.

한국여성변호사회는 정인양 사건과 관련해 지난 4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의 가해 부모에 대하여 살인죄로 의율할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언론에 보도된 정인이의 피해, 현출된 증거자료만 보더라도 살인죄로 의율하는 데 무리가 없다고 판단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검찰은 정인이가 '췌장 절단'으로 복부가 손상돼 숨졌다는 부검 결과에 주목하며 최근 전문 부검의들에게 정인양 사망 원인에 관한 재감정을 의뢰함에 따라, 피고인들에게 살인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지 관심이 쏠린다.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최근 검찰에 "췌장 절단 등의 소견은 '살인의 고의에 의한 죄' 내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가 적용되는 것이 마땅하다"는 의견을 검찰에 회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인 혐의가 적용되면 장씨의 형량은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살인죄는 기본 양형이 징역 10∼16년으로, 가중 요소가 부여되면 무기징역 이상의 중형도 선고가 가능하다. 반면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기본  4∼7년, 가중 6∼10년으로 상대적으로 양형 기준이 낮다.

한편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정인이를 두 번 죽인 양부모 처벌을 중형으로 바꿔주세요", "16개월 입양아 학대 살인사건 가해자 부부의 신상공개와 살인죄 혐의 적용으로 아동학대의 강한 처벌 선례를 만들어주세요"라는 청원은 각각 20만명 넘는 시민들이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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