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주권면제 원칙' 들어 우리 법원 재판에 무대응으로 일관
이번 주 위안부 피해자 일본 정부 상대 손배소송 또 다른 선고 예정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연합뉴스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서울중앙지법의 위안부 피해자 1억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아사히신문을 인용해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가 (ICJ) 제소는 유력한 선택지라며 한국 측이 응하지 않을 경우 입장이 어렵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지난 8일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에게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전부승소로 판결했다.

이 판결은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 낸 여러 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가운데 처음 나온 법적 판단이서 주목을 받았다. 

이와 관련 피고 측인 일본 정부는 2016년부터 진행된 이 소송에서 이른바 ‘주권면제 원칙’을 내세워 소송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소송 각하를 요구해 왔다.

‘국가면제 원칙’으로도 불리는 주권면제 원칙은 특정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삼아 재판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의 원칙을 말한다.  

재판부는 하지만 일본 정부의 주권면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재판을 진행해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이 사건 행위는 일본 제국에 의해 계획적·조직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된 반인도적 범죄행위로 국제 강행규범을 위반한 것으로 주권면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게 재판부 판단이다. 

우리 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브라질을 방문 중인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전날(9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전화 회담 뒤 기자들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모든 선택지를 염두에 두고 의연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모태기 외무상은 "국제법상이나 양국 간 관계로도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異常) 사태가 발생했다. 그간 상식으로 말하면 생각할 수 없는 판결이 나온 것"이라고 판결에 강한 유감과 불만을 드러내며 이같이 말했다.  

관련해서 아사히신문은 피해자 할머니들을 대리하고 있는 원고 측의 판결 집행을 위한 한국 내 일본 정부 자산 압류 추진 상황 등 향후 소송 추이와 한국 정부 대응을 보면서 일본 정부가 ICJ 제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본 정부 내에서는 소송 실익 등을 고려해 이번 판결을 ICJ에 제소하는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기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연합뉴스는 “ICJ에서 다툴 경우 주권면제를 인정받더라도 위안부 문제가 다시 쟁점으로 떠오를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도 일본 정부 내에 있다고 요미우리 신문이 보도했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가 해당 사안을 ICJ에 제소하더라도 ICJ 강제 관할권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우리 정부가 ICJ의 관할권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소송 자체도 성립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요미우리신문은 “ICJ 강제 관할권을 받아들이지 않은 한국 정부가 일본 측이 제소해도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5부(민성철 부장판사)는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1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또 다른 손해배상 소송의 판결을 선고한다.

해당 소송은 한일 위반부 합의 1주년을 맞아 2016년 12월 18일 고(故) 곽예남·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이용수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 등 21명이 일본 정부의 책임을 묻겠다며 낸 손해배상 소송이다.

원고 중 1명이 소송을 취하해 현재 소송인단은 20명으로, 일본 정부는 이 소송에 대해서도 `주권면제'(국가면제)를 내세워 소송에 불응해왔다.

이에 일본 외무성이 소장 송달조차 거부해 재판부는 공시 송달 끝에 6차례 변론을 열었고 오는 13일을 선고기일로 잡았다. 

앞선 8일 선고에 이어 13일 선고에서도 원고 승소 판결이 예상되는 가운데 두 사건은 모두 1심 판결을 끝으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재판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일본 정부가 패소 판결을 받더라도 판결 결과에 불복해 항소하지 않고, 전부승소를 받을 경우 원고 측에서도 항소하지 않으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지난 8일 선고에 대해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은 매우 유감"이라며 “주권면제 원칙에 따라 한국의 재판권을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1심 패소에 항소할 생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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