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유도는 되고 헬스장·필라테스는 안 되고... 곳곳 '집단 반발' 확산

[법률방송뉴스] 태권도장은 되지만 헬스장은 안 되고, 발레 학원이나 유도관은 되지만 필라테스나 주짓수는 안 되고.

무슨 이야기인지 짐작하시겠습니까. 바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에서 문을 열 수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사례들인데요.

영업을 금지당한 업주들은 도대체 이게 무슨 기준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 정세균 총리가 오늘(6일)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보완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관련해서 헬스장 업주들을 만나 이들의 하소연을 들어봤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서울 강남의 한 대형 헬스장입니다.

조명을 밝힌 헬스장에 러닝머신과 사이클, 각종 헬스기구들이 가지런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제자리에 있는데, 정작 시설을 이용할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습니다.

지난달 8일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한 달째 개점휴업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최상만(가명) / 서울 소재 헬스장 운영]
“이제 (저희) 헬스장은 큰 규모로 운영되다 보니까 인건비·관리비가 적게는 500만원에서 많게는 2천만원 이상 발생이 되는데 헬스장 고정지출만 따지면 거의 한 3천만원 가까이 나간다는 겁니다. 현재도 이제 대규모의 환불이 진행되고 있어서 매출조차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마이너스가...”

언제 다시 영업을 재개할지 몰라 트레이너들 고용은 일단 유지해야 하고, 헬스장 임대료나 운동기구 임대비용은 계속 나가고, 회원들의 탈퇴는 계속 이어지고.

이중 삼중의 어려움에 산 넘어 산인 상황입니다.

더 답답한 건 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언제 완화될지 기약을 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최상만(가명) / 서울 소재 헬스장 운영]
"그런데 3주 금지에서 1주 연장하더니 2주 더 연장을 하라고 하네요. 과연 17일 이후에도 연장이 안 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저희는 이제 희망이 점차 줄어들고 있죠. 지금 상황은 솔직히 아무도, 아무것도 해볼 수가 없는 게 너무 억울합니다.“

헬스장 업주들이 이렇게 억울해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태권도나 유도, 발레 학원 등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는 일부 시설들은 제한적이나마 영업을 할 수 있는데, 헬스장만 왜 아무것도 못하게 꽉 막아놓고 있냐는 겁니다.

[최상만(가명) / 서울 소재 헬스장 운영]
"왜 다른 업종은 오픈을 시켜주면서 우리만 희생돼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겁니다. 문제는 형평성인데 얘기조차 안 들어주거든요. 우리는 얘기를 들어달라고 소리쳐서 울부짖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왜 이야기조차 들어주지 않고 방관하고 있는지 생계가 걸려있는 우리에게는 진짜 너무나도 절망스럽고 이해가 안 되는...“

이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헬스장 업주들 사이에선 최근 들어 이른바 ‘헬스장 오픈 시위’가 번지고 있습니다.

정상 영업을 하는 것처럼 헬스장 문을 열고 조명을 켜고 운동기구들을 정상 가동하며 방역지침 형평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겁니다.

굳게 잠겨있는 탈의실 사물함들이 헬스장 업주들의 답답하고 절박한 처지와 마음을 보여줍니다.

[정태영 / 태영휘트니스 운영]
“실질적으로 영업은 하진 않고 저희 영업시간 내에 계속 불을 켜놓고 있는 행위로 좀 저희가 목소리를 내고자 문을 열어놨습니다. 저희도 더 이상 가만히 있을 수 없고 그래서 뭐 ‘어떤 행동을 보여주자’ 이런 의미에서...”

정부 지원금으로는 임대료는커녕 직원들 월급 주기도 벅차 당장 생계를 위해 대리운전과 배달 아르바이트까지 나섰다는 게 정태영 관장의 하소연입니다.

정태영 관장은 이게 단순히 한 달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해서 이렇게 어려워진 게 아니고 지난 1년간 누적된 피로감과 손실의 결과라고 말합니다.

[정태영 / 태영휘트니스 운영]
“저희가 사실 2.5단계로 문을 닫기 전에도 힘든 상황이었어요. 전에도 이용객이 많이 줄었고 진짜 딱히 확진자가 나왔던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갑작스럽게 위험시설로 분류되면서 사회적으로 낙인이 찍힌 상황에서 굉장히 힘든...”

이처럼 절박한 상황에 처한 헬스장 업주들은 SNS에 헬스장 사진을 올리며 ‘영업 정상화를 위한 릴레이 오픈 시위’를 서로서로 독려하고 있습니다.

“어두웠던 체육관의 불을 환하게 밝혀 저희의 간절함이 비춰지길 바란다”는 게 업주들의 바람입니다.

[정태영 / 태영휘트니스 운영]
“사람을 너무 사지로 모는 것 같아요. 앞으로는 조금 더, 저희들이 너무 많이 힘들거든요. 저희들의 목소리를 듣고 실효성 있는, 형평성 있는 정책을 내놓았으면...”

더 큰 문제는 이런 형평성 논란이 비단 헬스장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필라테스나 피트니스 사업자 등 집합금지 시설로 묶인 업주들이 여기저기서 반발하며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항의성 기자회견을 여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실내체육시설의 제한적·유동적 운영을 허용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올라온 지 열흘도 안 돼 청와대 답변 기준 20만명을 훌쩍 넘겼습니다.

코로나 방역도 좋고 다 좋은데 먹고는 살게, 숨은 쉬게 해줘야 하지 않겠냐는 게 이들의 하소연입니다.

법조계에서도 방역 필요성 취지를 감안하더라도 형평성에는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김덕 변호사 / 법률사무소 중현]
“지금 감염병예방법은 두루뭉술하게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할 수 있다고 해서 기준이 분명하게 정해져 있지 않아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특정 헬스장이라든지 특정 실내체육시설만 집합금지, 아예 원천적으로 영업을 중단시켜버리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고요. 이 부분은...”

이런 가운데 어제까지만 해도 코로나 방역을 위해 비말을 많이 발산하는 특정 체육시설에 대한 집합금지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던 방역당국이 오늘은 진전된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정부가 고심 끝에 정한 기준이지만 현장에서 받아들여지지 못하면 보완해야 한다”고 밝힌 겁니다.

정 총리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실내체육시설 방역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있다. 유사한 시설인데도 헬스장은 운영을 금지하고 태권도장은 허용되는 게 대표적인 사례”라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호프집과 PC방 업주들이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당했다고 시민단체와 함께 헌법소원을 내는 등 사상 초유 코로나 사태로 누적된 상실감과 박탈감이 여기저기서 집단 반발과 불협화음으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추가 보완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정부가 이런 불협화음과 집단 반발을 어느 정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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