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진행요원 "격리시험장 있는지 없는지 답변하지 말라는 전달 받았다"

[법률방송뉴스]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 속에 제10회 변호사시험이 오늘(5일)부터 닷새 간의 일정으로 시작됐습니다.

법무부는 애초 확진자 등 고위험군 수험생들의 변시 응시를 불허했는데, 헌재가 어제 저녁 확진자들도 시험을 볼 수 있게 해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시험은 일단 시작됐습니다.

법무부는 "확진자들을 격리된 장소에서 별도의 감독 하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현장을 장한지 기자가 점검했습니다.  

[리포트]

오늘 오전 제10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지는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입니다.

시험장 건물 밖에 파란 컨테이너로 임시 검역소가 설치돼 있습니다.

마스크를 쓴 응시생들은 길게 줄을 지어 서서 검역소 진입을 기다립니다.

[검역소 방문자 확인 담당자]
"오시면 외부인의 경우 QR코드를 찍거나 휴대폰이 없으신 경우에는 외부인용으로 (방문사실 확인서)를 작성해주시고..."

검역소에 들어서면 우선 방문자의 신원을 확인한 뒤 열화상 카메라로 발열 여부를 체크합니다.

[검역소 열화상 카메라 담당자]
"열화상 카메라가 있어서 들어오시는 분들 열 체크 하고..."

발열검사에서 이상이 없으면 검역 확인 스티커를 응시생에 붙여줍니다.

[검역확인 스티커 부착 담당자]
"바코드 찍으면 스티커 나눠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건물 안 시험장 입실 전에 다시 2차 발열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안내방송]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주시길 바랍니다."

줄을 서서 기다리며 입실 직전 마지막 순간까지 책을 놓지 않는 응시생들은 한 번 더 발열 체크를 하고, 손을 소독한 뒤 응시표 및 신분증 검사를 마쳐야 비로소 입실이 가능합니다.

문제는 확진자나 발열 증상 등 고위험군이 감지되었을 때입니다.

고위험군 응시생들이 따로 시험을 볼 수 있는 격리시설이 있는지 묻자 방역요원은 난감해하며 "모르겠다"고 말합니다.

[방역절차 진행요원]
"(격리시설이 있는지에 대해서는요?) 저도 그것은 모르겠습니다."

중앙대 기숙사에서는 앞서 지난해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로스쿨생 1명을 포함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발칵 뒤집힌 바 있습니다.

중앙대 기숙사에는 오늘부터 치러지는 변시 응시생 10여명도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관련해서 지난해 12월 29일 헌법재판소엔 코로나 확진자나 고위험군의 변시 응시를 제한하는 법무부 지침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헌법소원과 가처분이 신청됐습니다.

로스쿨 졸업 후 5년 이내 5회 제한 규정에 따라 만에 하나 올해 응시를 못하게 되면 영영 변호사가 될 기회를 놓치게 되는 만큼 아무런 대책도 없이 응시를 금지하는 법무부 지침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취지입니다. 

[방효경 변호사 /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
"5년 5회 제한이 있는데 시험을 못 보게 만드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증상을 숨기고 해열제 먹고 숨기고 시험을 볼 확률이 높기 때문에 그로 인해서 집단감염 사태가 일어날 확률이 높다..."

이에 헌재는 어제 저녁 8시쯤 "확진자의 변호사시험 응시제한 부분 등에 대한 효력을 헌법소원 본안 판단 전까지 정지한다"며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정했습니다.

확진자와 고위험군 응시생도 변시를 볼 수 있도록 한 가처분 신청 6일 만의 신속한 결정입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어제 저녁 늦게 입장문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결정 취지를 존중하여 확진자도 격리된 장소나 병원에서 별도의 감독 하에 시험을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법률방송 취재진이 찾은 중앙대 시험장 방역담당 요원은 "격리 시험장이 따로 있냐"는 계속된 질문에 크게 난감해 하며 "그 부분에 대해선 답을 하지 말라는 전달이 왔다"는 알듯 모를듯한 답변을 내놓습니다.

[방역절차 진행요원] 
"저희가 진행요원인데 따로 그 부분에 대해서 답을 드리지 말라고 그렇게 전달이 왔습니다. (어떤 답이요?) (격리시설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헌재에 헌법소원과 가처분을 신청한 방효경 변호사는 법무부가 아무 대책도 없이 확진자는 시험을 못 보게 하는 걸로 일관하다 헌재 결정이 나자 부랴부랴 헌재 결정을 따르는 시늉만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방효경 변호사 /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
"한두 시간 만에 확진자 응시대책을 마련할 수가 없어요. 수능에서 보셨다시피 병원에서 보고 감독관들이 방호복도 입어야 할 것이고 온갖 여러 가지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두 시간 만에 확진자 볼 수 있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확진자 나올 확률이 없다고 생각하고 밀어붙이는..."

법무부가 했어야 하는 조치는 '시험 강행'이 아니라 확실한 시험장 방역 대책과 함께 만에 하나 있을지 모를 확진자나 고위험군 응시생에 대한 준비를 위한 '시험 연기'였어야 한다는 비판과 지적입니다.

[방효경 변호사 / 헌법소원 청구 대리인단]
"법무부가 헌재 결정을 지키려면 사실은 확진자, 자가격리자, 발열자들에 대해서 정확히 어떻게 시험을 볼 수 있게 할 것인지 정확한 대책을 마련하고 그것을 확실하게 지침, 공지를 하고 학생들이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도록 마련을 해서 공지를 한 후에 시험을 봐야 한다..."

일단 "현재까지 응시자 중 자가격리자와 확진자는 없고, 시험은 차질 없이 진행된다"는 것이 법무부 해명입니다.

하지만 응시생들이 해열제를 먹는 등의 방법으로 증상을 숨기고 변시에 응시할 가능성을 자초한 법무부가 헌재 결정 뒤에도 정밀한 대책도 없이 무조건 변시를 일정대로 밀어붙이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는 일각의 지적과 비판을 피하긴 힘들어 보입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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