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유의 대한민국 입성기 –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왜 ‘처분’이 아니었을까
스티브 유의 대한민국 입성기 – 법무부 장관의 입국금지 결정은 왜 ‘처분’이 아니었을까
  • 정진욱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 승인 2020.12.31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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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 속의 산하Law] 화제의 방송 드라마, 영화 콘텐츠 중 시청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법적 쟁점을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들이 칼럼으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합니다. /편집자 주

 

정진욱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정진욱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대한민국의 대중문화를 뒤흔들었던 남자 솔로 가수가 있었습니다. 춤과 노래를 겸비한 실력파에다가 바른 청년 이미지까지 보유하고 있어 수많은 팬을 보유했었던 스티뷰 승준 유(한국명 유승준, 이하 스티브 유)입니다.

스티브 유는 병역의무를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언론에 수차례 내비쳤음에도 돌연 미국으로 출국하였습니다. 그러고는 2002. 1. 18.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는 탈법적 방법을 통해 대한민국 병역의무를 수행하지 않아 20년쯤 지난 현재까지도 대한민국에 입국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병주 국회의원이 2020. 12. 17. 위와 같은 탈법적 수단을 방지하기 위해 유승준 방지 5법을 발의하자, 스티뷰 유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극대노하는 영상을 올려 큰 화제가 되었습니다. 스티브 유의 병역에 관한 이슈는 얼마 전에도 있었습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2020. 10. 26. “외교부는 앞으로도 비자 발급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는 입장을 내비치자, 스티브 유는 곧바로 SNS에 “저는 병역법을 어기지 않았습니다”라는 주장을 펼친 것입니다.

사실 스티브 유는 2015. 10. 21. 자신의 입국금지 결정 등에 대해 소를 제기하여 대법원 2020. 3. 12. ‘원고(스티브 유) 승소’라는 확정판결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대중들은 “혹시 스티브 유의 입국이 가능해진 건가?”라는 궁금증을 표하기도 하였습니다.

위 대법원 판결에서는 법무부 장관이 2002년 내린 스티브 유에 대한 입국금지 결정에 행정절차법상 문제가 없었는지, 입국금지 결정 당시 고려해야 할 점이 무엇이 있었는지 등 다양한 쟁점이 오고 갔습니다. 그 중 법무부 장관이 내린 2002년 입국금지 결정이 행정소송법상 ‘처분’에 해당하는지가 중요한 논점 중 하나였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스티브 유는 2002. 1. 18. 미국 시민권을 취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고, 법무부 장관은 2002. 2. 1. 스티브 유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는 언론에 대서특필로 보도되어 전 국민이 스티브 유의 입국이 금지된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2019년의 대법원은 2002년 당시 법무부 장관이 스티브 유에게 ‘처분’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으니, 대중들은 의아하게 생각할 만합니다.

법무부 장관은 2002. 2. 1.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 제3호, 제4호, 제8호에 따라 스티브 유의 입국을 금지하는 결정을 하였고,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하였습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전 국민이 위 입국금지 결정 사실을 알게 되었으나, 정작 외부에 이를 공식적으로 표시하지 않아 행정소송법상 ‘처분’을 했는지가 법률상 쟁점이 된 것입니다.

행정소송법에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란 행정청이 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합니다(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쉽게 말하면 ‘처분’은 행정청이 대등한 지위가 아닌, 우월적 지위에서 주체의 권리를 제한하거나 주체에게 의무를 부과하는 공권력의 행사(혹은 불행사)라고 보면 됩니다.

행정소송법상 ‘처분’의 개념이 중요한 이유는 ‘처분’에 해당하지 않으면 행정소송법상 항고소송으로 바로 다툴 수 없다는 점에 있습니다. 마치 민법에서 ‘계약’과 같은 법률행위가 있어야 이에 근거하여 계약의 내용을 다툴 수 있듯이, 행정청의 우월한 공권력 행정행위를 다투기 위해서는 ‘처분’이 그 전제 요건으로서 필요하다고 이해하면 됩니다.

조금 쉽게 설명하기 위해, 공무원이 햄버거를 파는 철수네 가게에 와서 손가락으로 철수네 햄버거를 찌르고 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손가락으로 햄버거를 찌르는 행위를 ‘처분’으로 본다면, 항고소송으로 다퉈 손가락을 치워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처분’으로 보지 않는다면 바로 손가락을 치워달라고 다투지는 못하고, 그로 인하여 생긴 손해를 당사자소송으로 청구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행위가 ‘처분’이 될지는 상황에 따라 다릅니다. 예를 들어 사립학교 교장의 학생 전학 처분은 사안에 따라 행정소송법상 ‘처분’이 될 수도 있고,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처분에 해당한다면 행정청은 처분을 외부에 표시해야 하며, 공표로 인해 행정청이 자유롭게 취소·철회할 수 없는 구속력이 발생한 상태가 되어야 행정소송법상 ‘처분’에 해당합니다.

대법원 역시 최근 판결에서 “일반적으로 처분이 주체·내용·절차와 형식의 요건을 모두 갖추고 외부에 표시된 경우에는 처분의 존재가 인정된다. 행정의사가 외부에 표시되어 행정청이 자유롭게 취소·철회할 수 없는 구속을 받게 되는 시점에 처분이 성립하고, 그 성립 여부는 행정청이 행정의사를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하였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대법원 2017. 7. 11. 선고 2016두35120 판결 등 참조)고 판시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대법원은 전 국민이 다 아는 스티브 유의 입국금지 결정을 왜 ‘외부’에 표시되지 않았다고 보았을까요? 이 사건 2002년 입국금지 결정은 법무부 장관의 의사가 공식적인 방법으로 외부에 표시된 것이 아니라, 단지 그 정보를 내부전산망인 ‘출입국관리정보시스템’에 입력하여 내부에서 관리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즉, 내부전산망의 입력·관리만으로는 행정청이 공식적으로 공권력을 행사한 것으로 볼 수 없기에 ‘처분’이라고 판단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처럼 행정소송에서 ‘처분’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항고소송이 아닌 당사자소송이 되어 향후 소송 진행 방향이나 절차가 달라집니다.

참고로 대법원은 위 소송에서 스티브 유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입법자가 정한 입국금지 결정의 법적 한계, 사증발급 거부처분과 같은 불이익 처분에 있어서 적용되어야 할 비례원칙 등을 근거로 스티브 유에 대한 재외동포 사증발급 거부처분이 위법하다고 보았습니다. 중요한 최신 판례이니 법학을 공부하시는 독자라면 꼭 참고하시길 바랍니다(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7두38874 판결 참조).

이에 주LA 총영사는 2020. 7. 행정소송법 제30조 제1항, 제2항에 근거하여 재량판단을 거쳐 스티브 유에게 비자 발급 불가라는 새로운 처분을 내렸습니다. 스티브 유는 2020. 10. 위 재처분에 불복하여 또 다른 소를 제기한 상태입니다.

스티브 유의 대한민국 입성기. 어디까지 진행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언젠가는 마무리되어 더 이상의 논란이 없기를 바랍니다.

정진욱 법무법인 산하 변호사 webmaster@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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