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 요한복음 8장 7절에 나오는 말입니다.

사랑과 용서를 설파하는 예수에게 바리새인들이 간음한 여인을 앞에 두고 ‘모세는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죽이라 했다. 이 여인을 어떻게 처리할 거냐’고 예수를 조롱하며 묻자 예수가 바리새인들에게 한 말입니다.

어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재판에서 성경의 저 장면,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장면을 연상시키는 풍경이 나왔습니다.

박 전 대통령 변호인 유영하 변호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유영하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고 기소하고 이날 재판에 공소유지 검사로 나온 검찰 특수본 핵심 두 부장검사를 향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 봉투 사건의 논리를 검찰에 적용하면 ‘부정처사 후 수뢰죄’로 얼마든지 기소가 가능하다”

유 변호사가 지칭한 검사들은 이원석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검사와 한웅재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검사를 말합니다.

검찰을 아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돈 봉투 만찬에 두 부장검사가 참석한 것을 비꼰 겁니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이면 검찰 당신들도 뇌물이다. 그래도 박 전 대통령이 뇌물이라고 당신들이 주장할 수 있느냐. 뭐 이런 논리입니다.

개인적으로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가 연상됐던 장면입니다.

유영하 변호사의 논리는 논리랄 것도 없는 비약입니다.

검찰의 부적절한 처신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감찰과 필요하면 수사로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박 전 대통령의 혐의는 완전히 별건입니다.

바리새인들에게 죄가 있다고 해서 바리새인들이 돌을 놓고 돌아섰다고 해서 여인이 죄를 범했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건 아닙니다.

마찬가지로 검찰의 처신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박 전 대통령이 희대의 국정농단 피고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예수도 바리새인들이 돌아가고 혼자 남은 여인을 향해 “나도 너를 정죄하지 아니하노니 가서 다시는 죄를 범하지 말라“고 말씀합니다.

죄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다시 죄를 짓지 말라고 사랑으로 용서를 한 겁니다.

용서도 자격이 있어야 합니다. 이런 용서는 예수님쯤 되는 존재나 할 수 있는 겁니다.

유영하 변호사는 예수님이 아닙니다.

물론 법에도 눈물이 있으니 박 전 대통령도 선처를 호소하고 선처를 받을 순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제는 필히 자신의 죄와 잘못에 대한 인정과 반성을 전제로 합니다.

“엮어도 너무 엮었다”며 18개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경우는 아닙니다.

유영하 변호사가 더 잘 알겠지만, 이렇게 부인과 떠넘기기로 일관하다 유죄를 받게 되면 통상 ‘죄질이 불량하다’며 가중 처벌합니다.

내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2차 공판이 열립니다. 법률방송은 열린 눈과 가슴으로 지켜보겠습니다.

앵커 브리핑이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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