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는 지갑으로, 빈자는 몸으로 벌금 내나"... 국민 75.6% '일수벌금제' 도입 찬성
"부자는 지갑으로, 빈자는 몸으로 벌금 내나"... 국민 75.6% '일수벌금제' 도입 찬성
  • 장한지 기자
  • 승인 2020.12.22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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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 전문가는 찬성률 더 높아
"같은 죄엔 같은 형벌... 형법상 '책임주의 원칙'에 위배" 반론도

▲유재광 앵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이 경제력에 비례해 벌금을 부과하는 '일수벌금제 법안'을 발의했다는 뉴스, 앞서 전해드렸는데요. 장한지 기자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5.6%가 일수벌금제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는데 어떤 설문조사인가요.

▲장한지 기자= 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설문조사 결과입니다. 관련해서 '자산비례 벌금제의 입법방안'을 주제로 줌을 통한 온라인 세미나가 오늘 열렸는데요. 한인섭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의 개회사를 들어보시죠.

[한인섭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원장]
"벌금형은 개인의 재력에 따라 형벌 효과가 균등하지 않다, 그리고 가난한 사람의 경우에는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서 다시 구금되고 있어서 변형된 자유형이 돼버리는 폐단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세미나에서 박미숙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재산비례 벌금제에 대한 일반인 및 전문가 인식 분석'이라는 제목으로 앞서 말씀드린 설문조사 결과를 포함한 주제발표를 맡았습니다.

최호진 단국대 법과대학 교수가 '일수벌금형 제도의 정당성과 도입에 대한 정책방향'을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았고, 한영수 아주대 로스쿨 교수, 김진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 등이 토론자로 나섰습니다.

▲앵커= 자산비례 또는 재산비례, 일수벌금제가 뭔지 간략하게 다시 짚고 넘어가볼까요.

▲기자= 네, 일수벌금제는 범행의 경중에 따라 벌금 부과 일수를 정하고, 피고인의 경제력 정도를 기준으로 하루 벌금액을 산정해 일수와 일수정액을 곱해 최종 벌금액수를 정하는 식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경제사정과 관계없이 동일한 벌금을 내는 '총액벌금제'를 채택하고 있는데요.

벌금을 소득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달리 부과해야 징벌효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이른바 '형벌효과의 형평성' 문제의식에서 일수벌금제 도입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예를 들어, 1천만원의 벌금형에 대해 부자의 경우 별것 아닌 돈으로 여길 수 있지만, 경제적 취약계층은 생계유지도 곤란할 정도의 부담스런 금액이 될 수 있습니다. 최호진 단국대 교수의 말을 들어보시죠.

[최호진 / 단국대 법대 교수]
"벌금 미납자에 대해 자유형으로 다시 복귀하는 현상을 낳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현재 총액벌금제는 부자는 자신의 지갑에서 벌금을 지불하게 되고, 가난한 사람은 자신의 신체로 벌금을 지불하게 되는..."

▲앵커= 부자는 자신의 지갑에서 벌금을 지불하고, 빈자는 몸으로 지급한다는 평가가 인상적인데, 설문조사 결과 볼까요.

▲기자= 네, 형사정책연구원이 일반인 1천89명을 대상으로 지난 8월 4일부터 25일까지 일수벌금제 도입 찬반 온라인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75.6%가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반대는 24.4%였습니다. 응답자 10명 가운데 7~8명이 찬성한다고 응답한 건데요. 발제를 맡은 박미숙 박사를 포함해 줌 세미나 참가들은 '놀라운 결과'라고 표현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박미숙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민의 벌금형 제도에 대한 관심, 그리고 벌금형 제도가 갖는 형벌의 공정성 부분에 관심이 많지 않나, 라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는 표시로 읽을 수 있다는 말씀을 해주셔서 이 수치는 놀라운 결과를 드러낸 것으로..."

성별, 학력, 연령, 벌금 경험 유무에 따라 찬성률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은 점도 매우 주목할 만한 결과인데요. 일반 시민과 별도로 형사법 교수 등 38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서는 찬성이 78.9%, 반대가 18.4% 기타 2.6%로 일반 시민 조사보다 찬성 비율이 더 높게 나왔습니다.

▲앵커= 찬성 이유도 제시가 됐나요.

▲기자= 네, 도입 찬성 이유로는 '미납자가 감소할 수 있다'가 가장 많았고, '가난한 자가 벌금을 내지 못해 다시 교도소나 구치소에 구금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가 뒤를 이었습니다. 경제력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면 상대적으로 빈곤한 사람도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벌금을 부과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된 답변으로 풀이됩니다.

'경제적 능력의 차이에 상관없이 동등한 형벌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법원의 선고형량을 신뢰할 수 있게 된다' 등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앵커= 일반 시민 가운데 반대 의견을 나타낸 24.4%는 어떤 이유인가요.

▲기자= 반대하는 이유로는 '동일한 범죄에 대한 처벌이 빈부의 차이에 따라 다른 건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고, '가난한 자들의 벌금 미납 문제를 여전히 해결할 수 없다'가 뒤를 이었습니다. '현재 국가시스템이 개인의 경제상황을 충분히 파악할 수 없다'는 기술적인 문제도 지적됐고, '고액벌금자의 증가로 오히려 미납액수가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앵커= 찬반 의견이 나름 근거와 설득력이 있어 보이는데, 제도 시행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기자= 1차 관건은 피고인의 재산상태를 어떻게 확인할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2019년 기준 형사사건 148만건 중 벌금형이 선고되는 사건은 약 60만건으로 나타났는데요. 이 많은 벌금형 피고인들의 재산을 어떻게 또 정확히 확인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난 30여년간 '일수벌금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술적으로 시기상조다'라는 반론이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요.

사회를 본 형사정책연구원 안성훈 연구위원은 여러 세금이나 건강보험료 납입 자료 등 재산과 소득 파악 확인 시스템이 자리를 잡았다며 시기상조론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들어보시죠.

[안성훈 /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일수벌금제의 도입에 있어서 필요불가결한 전제인 재산을 추정하기 위한 조사와 관련하여 개인의 경제적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전산통합시스템의 비약적 발전에 따라서 관련 정보의 수집이 매우 용이하게 됐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과거 시기상조론의 근거는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됐고..."

다만 피고인이 개인이 아닌 법인의 경우 일수정액 산정 기준을 매출로 할지 영업이익으로 할지, 자본총계인지 기초자산이나 현금 보유 정도로 할지 등 논란이 있습니다. 이런 논란을 반영해 소병철 의원안에도 법인 또는 단체에 대해선 기존처럼 단순 총액으로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일수벌금제 도입 관련 다른 논란이나 해결해야 할 과제 같은 게 있다면 어떤 게 있나요.

▲기자= 크게 세 가지입니다. 우선 일수벌금제가 형벌의 양은 범죄나 불법의 정도, 즉 책임 정도에 따라 정해져야 한다는 형법상 이른바 '책임주의 원칙'과 배치된다는 지적을 해소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 한영수 아주대 로스쿨 교수는 일수벌금제는 벌금의 효과를 실효적으로 하자는 취지이지, 부자에 대한 징벌적 엄벌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한영수 / 아주대 로스쿨 교수]
"지나치게 부유한 계층에 대한 징벌적 엄벌주의로 비춰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마찬가지로 벌금액의 상한을 적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에서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은 일수벌금제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이나 일본 같은 나라는 도입하고 않고 있고, 영국의 경우는 도입했다가 폐지한 경우입니다. 일수벌금제를 도입하려면 해외 입법례도 적극 참조할 필요가 있는데, 김진우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의 말을 들어보시겠습니다.

[김진우 / 법무부 형사법제과 검사]
"'책임주의 원칙' 문제에 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는 여전히 충분히 경청할 필요는 있다고 판단됩니다. 해외입법례상 총액벌금제를 선택하고 있는 국가가 다수이고, 그에 있어서 책임주의 원칙에 대한 고려도 있는 것으로..."

용어 측면에선 일반 국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자산비례 벌금제'나 '재산비례 벌금제'를 사용할지, 부자 엄벌이라는 논란과 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일수벌금제'를 사용할지도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제 측면에서는요, 예를 들어서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죄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는데, 일수벌금제가 도입되면 이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에 처한다' 내지는 '일수벌금에 처한다' 이렇게 관련 형법 조항을 전부 수정해야 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합니다. 만만치 않은 작업들을 함께 해야 하는 것입니다.

▲앵커= 네, 만만치 않다고 하더라도 일수벌금제가 사법정의와 형벌 형평성에 더 부합한 제도라면 적극 검토해봐야 할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장한지 기자 hanji-j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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