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다 5명 후보... 선거 초반은 '대세론'보다 다크호스 부상 분위기
대형로펌, 사내변호사, 청년변호사, 여성변호사 등 '단체표' 향배 관심

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 그래픽 김현진

[법률방송뉴스] 역대 가장 많은 후보자가 입후보한 제51대 대한변호사협회장 선거 열기로 연말 재야 법조계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유세가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데다, 최초로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는 등 변수가 많아 셈법이 갈수록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선거 레이스 초반인 현재는 어느 후보도 뚜렷하게 '대세'를 형성하지 못한 가운데, 각 후보자 선거 캠프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을 마련하느라 전력투구하고 있다. 

■ 단체표 확보가 관건... "어디서 '몰표' 나올까"

법조계에서는 이번 선거에서는 단체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공략해 '초반 세 결집'을 이뤄야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역대 가장 많은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어 결선투표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결선 없이 곧바로 당선할 수 있는 34%(유효투표 기준)의 고지를 넘기 위해서는 어떤 집단에서든 '몰표'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대형로펌 ▲사내변호사 ▲청년변호사 ▲여성변호사 집단을 단체표 구간으로 설정하고 있다. 하지만 소속 변호사의 정체성이 겹치는 경우에는 어느 쪽에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정하느냐에 따라 표심이 엇갈릴 수 있다

특히 모바일 투표 도입으로 그동안 투표에 소극적이었던 대형로펌과 사내변호사들의 참여가 활발할 것으로 기대돼 이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각 후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먼저 대형로펌은 연령과 기수에 따라 준거집단으로서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로펌 대표나 파트너·시니어 변호사가 지지를 선언해도 해당 로펌의 표가 특정 후보에 집중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현재 20대 로펌의 국내 변호사 수는 4천500여명 안팎이다. 

대형로펌의 한 6년차 변호사는 "그동안 변협회장이 누구인지도 몰랐을 정도로 회무에 관심이 덜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단체장 선거에 둔감하다보니 아무래도 대세에 편승하거나, 친분이 있는 사람을 찍게 될 것 같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로펌 선배나 파트너 변호사가 말하는 사람보다는 비슷한 연령·기수의 또래집단에서 거론되는 후보에 더 호감이 간다"고 덧붙였다. 

9천500여명에 달하는 여성변호사들의 표심도 '약한 고리' 중 하나다. 세대별로 젠더 이슈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1차 투표에서는 이들의 표심이 나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중론이다.  

다만 결선투표에서 '남성 대 여성' 구도가 확실하게 정립된다면 유일한 여성 도전자인 조현욱 후보에게 여성표가 결집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수도권의 한 여성변호사는 "변호사 생활을 통해 생긴 이런저런 인연 때문에 단 하나의 요소만 가지고 투표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1 대 1 결선투표에서 여성 후보가 남는다면 심리적으로 여성 후보에 기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법조인협회(한법협)의 위력을 재확인할 수 있을지도 이번 선거의 주요 관전 포인트다.

변호사시험 1~5회 출신 변호사들이 주축이 된 한법협은 과거 사법시험 존치 주장이 나왔을 때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의 입장을 강력하게 대변하면서 입지를 다졌다. 이후 어떤 법조단체보다 높은 조직력과 단결력으로 주목받았는데, 이 때문에 지난 두 차례 변협회장 선거에서는 한법협의 표심이 어디로 갈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실제로 한법협이 선거에서 지지했던 후보는 모두 당선됐다. 2017년 제49대 변협회장 선거에서는 한법협이 지지했던 김현 후보가 협회장으로 당선됐다. 제94대, 제95대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선거에서도 한법협이 공개 지지했던 이찬희 전 회장(현 변협회장)과 박종우 회장이 당선증을 손에 쥐었다. 한법협의 도움만으로 당선된 것은 아니었지만 이때부터 '한법협 불패 신화'가 생겼다.    

한법협 회원 규모는 3천500여명 안팎이지만 이들이 응집할 경우, 실제 선거에서 동원할 수 있는 표심은 그 2배 이상 될 것이라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한법협의 힘이 과대평가됐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사법시험 존치 목소리가 나오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법조인 양성 제도가 로스쿨로 확고하게 자리잡았기 때문에 더이상 세력을 결집시킬 소재가 없다는 이유다. 실제 변호사시험 6~9회 출신 변호사의 한법협 유입률이 현저하게 떨어진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로스쿨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법시험 존치론자와의 투쟁을 통해 형성했던 높은 단결력이 시간이 흐르면서 약화된 건 사실"이라며 "이번 선거에서 한법협의 힘이 실제로 발휘될지, 아니면 거품으로 드러날지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4천여명 규모로 추정되는 사내변호사들의 동향도 주목을 받고 있다. 

공공기관·기업에서 일하는 사내변호사들은 전통적으로 변호사단체장 선거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왔다. 

하지만 송무변호사와 사내변호사 간 인적 교환이 활발해지면서 선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데다, 모바일 투표 도입으로 직장내 눈치를 볼 일도 줄어들어 참여율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자적인 세력을 형성하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결집력이 높은 사내변호사들의 표심은 선거에서 '캐스팅 보트'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후보자들은 앞다퉈 사내변호사들을 위한 공약을 내걸고 있다. 

이종린 후보는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정규직화 △사내변호사회 활성화를, 조현욱 후보는 △준법지원인 변호사로 한정 △고충처리센터 신설 등을, 황용환 후보는 △사내변호사를 위한 분야별 전문 인증제도 신설 △사내변호사 전문성 제고 및 경력 지원 등을, 이종엽 후보는 △변호사-의뢰인 간 비밀특권 도입 △수사과정에서 사내 변호사에 대한 강제수사 제한 등을, 박종흔 후보는 △각종 위원회 위원 사내변호사 쿼터제 △비대면 회의 활성화를 통한 사내변호사의 회무 참여 기회 확대 등을 약속했다.   

■ 박종흔, 황용환 후보의 선전... "판세 뒤바꿀까" 

후보 등록 당시 최초의 여성 협회장을 노리는 기호 2번 조현욱 후보와, 한법협과의 연대를 선언한 기호 4번 이종엽 후보의 '양강 구도'를 예측하는 견해가 많았다. 

하지만 본격적인 레이스가 시작되자, 제3세력으로 거론되던 기호 3번 황용환 후보와 기호 5번 박종흔 후보의 선전이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다. 두 후보 모두 현재 선거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들의 선전이 다른 후보에도 영향을 미쳐 구도 자체를 새롭게 형성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먼저 황 후보는 50대 이상 중진 변호사들로부터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번에 출마한 후보 중 가장 연장자(1956년생)인 황 후보는 20년이 넘는 회무 경험과 구체적이고 실현가능한 공약 제시 등 연륜을 앞세워 중진 변호사들의 표심을 흔들고 있다. 

한 원로 변호사는 "변협회장은 전국의 모든 변호사들을 대변해 앞장서야 하는 존재"라며 "황 후보처럼 연륜이 있는 변호사가 대표가 돼야 국회나 정부기관에서도 무시받지 않고 우리 목소리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종흔 후보도 '합리적 중도 성향'과 '신선함'을 내세워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선거에 크게 관심이 없던 개업 변호사들 사이에서는 박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일종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서초동에서는 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점치는 견해도 조심스레 나온다.  

중견 로펌의 한 변호사는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조현욱 후보와, 한법협이라는 이미지가 강한 이종엽 후보는 둘 다 특정 집단의 색채가 짙다"며 "이 때문에 박종흔 후보가 두 후보의 대안을 모색하는 변호사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11년차 중견 변호사도 "현재 가장 뜨겁게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곳이 바로 '세무변호사 단톡방'"이라며 "자칫 네거티브로 흐를 수 있을 만큼 과격한 언사가 오가기도 하지만 유연하게 대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박 후보를) 지지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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