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에서 ‘핑크퐁’까지, 시나리오 작가 수난사... “그냥 다 같이 죽자는 것“
‘부러진 화살’에서 ‘핑크퐁’까지, 시나리오 작가 수난사... “그냥 다 같이 죽자는 것“
  • 신새아 기자
  • 승인 2020.12.01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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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작가 열악한 처우, 업계 경쟁력 갉아먹어"
“표준계약서 만들어 이행 강제하고 처우 개선 필요"

[법률방송뉴스] 법률방송에서는 최근 영화 ‘부러진 화살‘부터 애니메이션 ‘핑크퐁 원더스타‘까지 시나리오 작가들의 열악하고도 부당한 처우와 현실에 대해 집중 보도해 드렸습니다.

크레딧 끼워넣기와 저작인격권 부정으로 대변되는 만연한 갑질,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김병인 대표를 만나 국내 시나리오 작가들의 현주소와 해결방안 등을 들어봤습니다. 신새아 기자입니다.

[리포트]

‘정지영 감독’이라는 우리 사회의 묵직한 화두를 다루는 거장과 영화 ‘부러진 화살’ 작업을 함께 한 시나리오 작가도,

[한현근 영화감독 겸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이 대표적으로 그렇고 제작자들도 그런 경우들이 있는데 시나리오 작가의 크레딧에 ‘끼어들기’를 많이 해요. ‘그러면 안 된다’라는 그런 합의가 있는데 여전히 구시대적인 작태를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어요. 그리고 그것으로 인해서 고통 받는 작가들이 있고...”

‘아기상어’라는 전 세계를 휩쓴 동요가가 주제가로 삽입된 애니메이션 ‘핑크퐁 원더스타’ 시나리오 작가도,

[윤성제 애니메이션 시나리오 작가]

“정말 그 때 처음부터 제가 다 만들었기 때문에 핑크퐁 같은 경우는 혼자서 다 했거든요. 설정부터 시나리오까지. 그런데 작품을 썼을 때 작가가 비용을 떠나서 이름을 안 넣는다는 건 상상할 수 없거든요. 그러니까 돈을 못 받는 경우는 있어도 이름을 빼는 경우는...”

크레딧에 이름이 더해지거나 빠지거나, 자신이 쓴 시나리오 관련해 부당한 일을 겪은 건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리고 그 부당함은 꼭 이 두 사람에 국한된 일이 아닙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너무 오랫동안 관행처럼 돼 있는 것이 감독님이 이제 대본을 별로 쓰시지 않고 대본회의를 했다는 이유로 ‘나도 각본에 이름을 넣겠다, 각색에 이름을 넣겠다’는 경우가 굉장히 많았고...”

내 자식 같은 시나리오를 남들이 자기 자식이라 태연하게 우기는, 더 기막힌 건 내 자식을 내 자식이라 부르지 못하는 일들이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너무도 쉽게 자행되어 온 겁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분명히 내가 내 영혼을 갈아 넣어서 열심히 좋은 작품을 썼는데 이 작품이 내 작품이라고 정당하게 성명을 기재할 수 없고 거기 다른 사람 이름을 덕지덕지 붙여서 물타기가 돼 버리는, 희석이 돼 버리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되면 정말 인격이 무너지는...”

그럼에도 피해를 당한 시나리오 작가 10에 7명은 ‘단지 그대가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아무런 항의나 문제제기도 하지 못하고 ‘그거라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왜냐하면 이걸 얘기해봤자 바뀔 가능성이 없다. 내가 그럴 위치가 아닌 것 같다’, 주로 이런 대답들 때문에 그리고 ‘내가 이런 것 가지고 바른 소릴 했다가 까다로운 사람으로 찍히게 되면 앞으로 또 일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적인 판단들 때문에...”

관행이라는 이름의 부조리, 만연한 갑질. ‘저작권료’ 얘기가 나오자 김병인 대표는 쓴웃음을 짓습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저작권료는 뭐 크레딧보다 더 처참하죠. 저작권료는 아예 받은 적이 없으니까요, 영화작가들이. 그... 모르겠습니다. 제가 아는 한은 어떤 작가도 저작권료를 받은 사람이 없습니다.”

김병인 대표는 그리고 시나리오 작가에 대한 정당한 처우는 단순히 크레딧에 이름을 넣고 말고, 돈 조금 더 받고 말고 정도의 문제가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넷플릭스 같은 OTT용 드라마나 웹툰, 웹소설 같은 새 장르와 형식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이는 한국영화의 생존이 걸린 문제고,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이런 상태가 계속 고쳐지지 않고 누적이 되면 누가 이제, 잘 쓰는 작가들이 영화(시나리오)를 쓰겠습니까. 그럼 결국 영화 체질 자체가 허약해질 수밖에 없고 그럼 영화산업은 결국 붕괴의 길로 갈 수밖에 없는...”

김병인 대표는 우선 표준계약서부터 영화계 종사자들이 합의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개선한 뒤 이를 제대로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그럼 그것을 지키지 않았을 때 확실한 페널티가 뭐가 돌아갈 것이냐를 명시해서 강제성을 부여하도록, 그러니까 표준계약서의 강제성, 표준계약서의 한계성 이런 것들을 한 단계 높여서 새로 제정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아직도 열악하고 영세한 시나리오 작가들의 처우를 전반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김병인 대표는 거듭 강조합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2~30대 젋은 작가들은 영화를 거들떠보지 않아요. 다들 뭐 웹툰이 얼마 번다, 웹소설이 얼마 번다, 드라마 작가들이 얼마 번다, 그쪽 대우들이 훨씬 좋기 때문에 사회적 명예도 있고. 다 그쪽으로 관심 있고 그쪽으로 하고 싶어 하지...”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영화관람 편수는 4.37회, 지난 2013년 이후 7년 연속 세계 1위입니다.

애니메이션도 그렇고, 시나리오 작가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되지 않는 한 한국영화가 쌓아올린 금자탑들은 어느 순간 썰물처럼 꺼질 수도 있다는 것이 김병인 대표의 나지막하지만 강력한 경고입니다.

[김병인 한국시나리오작가조합 대표]

“‘영화작가를 해야겠어’하는 2~30대는 없습니다, 요즘에. 그러니까 기존 인력들은 빠져나가고 새로운 인력들은 없고 그러면 뭐 그 결과는 뻔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런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가지고 이걸 좀...”

법률방송 신새아입니다. 

 

신새아 기자 saeah-shin@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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