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연관성 배제 못해"... 한문철 변호사 "교통사고 원인 판단에 불법선팅 반영해야"

[법률방송뉴스] 얼마 전 광주 북구 운암동의 한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에서 8.5톤 트럭이 만 4살, 2살, 1살 3남매와 엄마를 덮쳐 유모차에 타고 있던 2살 여아가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엄마와 4살 언니도 중상을 입었다고 하는데, CCTV 화면을 보면 도대체 이런 사고가 어떻게 났는지 이해가 안 가 아연할 정도입니다.

관련해서 해당 트럭 앞유리 하단에 진한 선팅이 돼 있어 이 선팅이 사고에 영향을 준 건 아닌지 경찰이 들여다봤다고 하는데요.

법률방송에선 짙은 불법 선팅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보도를 지속적으로 해드리고 있는데, 장한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17일 오전 8시43분쯤 광주 북구 운암동의 아파트단지 앞 어린이보호구역 스쿨존에 위치한 횡단보도입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인데 횡단보도를 넘어서 승용차가 서 있고, 횡단보도 바로 앞에도 8.5톤 트럭이 정차해 있습니다.

그 사이로 2살 딸과 1살 아들을 2인용 유모차에 태운 30대 엄마가 4살 딸은 오른쪽 옆에 데리고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반쯤 건넜는데 상대편 차선에선 계속 차들이 지나가고 있어 삼 남매와 엄마는 일단 횡단보도 중간에서 멈춰섭니다.

그런데 신호가 바뀌어 승용차가 출발하고 트럭도 그대로 따라 출발하면서 순식간에 3남매와 엄마가 트럭에 깔리는 참변이 벌어졌습니다.

1살 아들은 튕겨 나가면서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유모차에 타고 있던 2살 딸은 숨졌고, 4살 딸과 엄마도 중상을 입었습니다.

[경찰서 관계자]
"왼쪽에 어린이 유치원 버스가 정차돼 있어서 피해자가 거기에 타려고 가는 중이었거든요. 그쪽을 쳐다봤대요. 그쪽을 관심 있게 보다가..."

어이없는 스쿨존 횡단보도 참변 사고를 낸 트럭입니다.

전면 유리창 절반 가까이 하단 부분이 이른바 반사선팅이 돼 있습니다.

전면 유리창 하단 부분의 짙은 선팅 때문에 운전자가 트럭 아래에 있던 피해자 가족을 발견하지 못한 건 아닌지 안타까운 의심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와 관련 담당 교통사고 조사 경찰은 법률방송 질의에 경찰도 그 부분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했는데 사고 연관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서 관계자]
"그것(선팅)도 연관이 있다고 본다면 있을 수는 있겠죠, 아래 부분에 있었으니까. 연관성이 없다고는... 없다고 볼 수는 없죠."

그럼에도 경찰은 사고와 짙은 선팅 사이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어려워 결국 '운전자 부주의'로 결론을 내리고, 구속된 50대 트럭 운전자 A씨를 그제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등이 적용됐습니다.

[경찰서 관계자]
"운전자 부주의에요, 부주의. 운전자가 선팅하고 상관없이 자세히 보면 보이는데 막연하게 앞차 출발하니까 따라 출발하고 못 보고 들이받은 거예요."

그럼에도 짙은 선팅 없이 시야가 선명했더라면 출발 전후에 운전자가 이들 가족들을 발견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짙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전문가들은 가시광선 투과율이 40% 이하로 내려가면 돌발 상황에서 위험성은 높아지고 대처 능력은 떨어진다고 지적합니다.

[조경근 수석연구원 /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중요한 건 뭐냐면 이게 사람이라는 게 어느 수준이 되면 급격하게 (시인성이) 뚝 떨어지는 이런 값이 있어요. 저희가 실험을 해봤더니 (투과율이) 40% 기준으로 해가지고 급격하게 떨어지는..."

이와 관련 도로교통법 시행령은 앞 유리창의 경우 가시광선 투과율이 70% 이상 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안 지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심지어 옆 유리창은 물론 앞 유리창까지 시커멓게 선팅을 해서 운전자가 전혀 들여다보이지 않는 차들도 수두룩합니다.

[한문철 교통전문 변호사 /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선팅 35%가 보통인데 혹시 그것보다 더 어둡게 전방을 15%로 하신 분들은 빨리 벗기고 35%도 위험해요.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나니..."

이렇게 불법 선팅이 만연한데도 마치 불법이 정상인 양 단속은 사실상 개점휴업, 손 놓고 있는 게 오래된 현실입니다.

[경찰청 관계자]
"틴팅 자체는 지금 경찰청에서는 단속을 안 하고 있어요. 어느 정도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고, 거기에 대해서 단속이 이뤄지는 것인데, 거의 10대 중에 8~9대 정도가 지금 틴팅 규정 자체를 지키지를 않고 있어요."

이번 '광주 스쿨존 횡단보도 참변 사건'에서도 나타났듯 분명 위험성은 있어 보이는데 사고와 짙은 불법 선팅 사이 인과관계를 계량적, 객관적으로 입증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분명 불법임에도 단속에서도 사고 원인에서도 처벌에서도 모두 비켜서 있는 겁니다.

[오주석 /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
"윈도우 틴팅이라는 게 운전자의 시야 확보와 관련된 문제이다 보니까 사고 발생에 있어서 원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게 '메이저다 아니다'를 개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은 지금으로서는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불법의 일상화.

심지어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티커를 붙이고 정작 안은 들여다보이지도 않게 시커멓게 선팅을 해놓은 게 외국인들의 눈에는 기이한 한편의 블랙코미디처럼 비치기도 합니다.

[알파고 시나씨 / 터키]
"아기가 있는 사람이 검은색으로 (선팅을) 한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닌가. 차라리 스티커를 (떼든지)..."

[랑카 / 감비아]
"한국에서 짙은 틴팅이 흔하지만 불법인지는 몰랐어요. 불법이라면 안 하는 게 맞죠. 그리고 경찰은 자신의 일을 해야죠."

관련해서 교통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불법 선팅 여부를 사고 운전자의 과실이나 고의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문철 교통전문 변호사 / 유튜브 채널 '한문철TV']
"앞으로는 법원에서 '선팅 몇 퍼센트인가요?' 이거까지 감안해서 운전자에게 잘못이 있느냐 없느냐를 판단해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그렇게 하겠죠."

이와 함께 현재 도로교통법상 가시광선 투과율이 적절한지, 과도하다면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 점검해서 운전자들이 공감하고 합의할 수 있는 기준과 스탠더드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오주석 /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
"지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안 지키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그러면 외국 같은 경우에는 단속규정이나 처리지침이 어떻게 되는지 우리나라에서 어떻게 하고 있는지 상대적인 벤치마킹이나 여러 가지 국제기준 비교 같은 것들을 통해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정립된 기준을 만들어 이를 위반하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를 가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자동차 정기검사 시 불법 선팅 필름을 제거하도록 유도하는 등 당국이 정책적으로 불법 선팅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법률방송 장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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