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중알코올농도 0.054%... 면허정지 수치인데 법원서 음주운전 무죄 이유는
혈중알코올농도 0.054%... 면허정지 수치인데 법원서 음주운전 무죄 이유는
  •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 승인 2020.11.26 16: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주운전 시점과 측정 시점 달라... 면허정지 수준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워"

▲유재광 앵커= 음주 측정기에서 면허정지 수치가 나온 화물차 운전자가 법원에서 음주운전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 생활'입니다. 사건 내용부터 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운전자 A씨는 지난해 4월 22일 오후 3시 50분경 인천시 서구 한 식당 앞 도로에서 술을 마신 상태로 화물차를 운전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A씨는 음주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따라 인근 지구대로 갔고, 음주 감지기를 3차례나 불었으나 음성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4번째 음주 감지기를 불었을 때 양성반응이 나와 음주 측정을 했더니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054%로 나왔었다고 합니다. 음주 감지기는 거리를 두고 숨을 허공에 부는 방식이며 음주측정기는 일회용 불대를 입에 물고 숨을 불어넣는 기계인데요. 음주 감지 후에 양성 반응이 나오면 음주 수치를 측정을 하게 됩니다.

▲앵커= 0.054%면 면허정지 수준 아닌가요.

▲윤수경 변호사= A씨가 적발된 당시는 음주운전 단속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제2 윤창호법'이 시행되기 2개월 전이어서 당시 면허 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5%였습니다. 지금은 기준이 강화돼서 0.03%로 기준이 낮춰졌습니다. 0.03%~0.08% 미만의 경우, 형사처벌과 100일간 면허 정지에 처해질 수 있고요. 0.08% 이상의 경우엔 형사처벌이나 면허취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알코올농도와 상관없이 측정에 불응할 경우엔 형사처벌이나 면허취소가 될 수 있고요. 여기서 말하는 형사처벌 시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됩니다.

A씨는 경찰에서 "혼자 식사하면서 소주 1병을 시켰고 1잔만 마셨다"고 진술했습니다.

▲앵커= 어쨌든 술을 마셨다는 건 인정한 거네요.

▲윤수경 변호사= 그렇습니다. 검찰은 이를 근거로 "A씨에게 유리한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계산한 결과 그의 최고 혈중알코올농도는 0.056%로 나왔고, 음주운전 시점의 혈중알코올농도도 처벌기준인 0.05%를 넘는다"며 A씨를 기소했습니다. 위드마크 공식은 마신 술의 농도, 음주량, 체중, 성별 등을 고려해 시간 경과에 따른 혈중알코올농도를 역추산하는 수사 기법입니다.

음주측정 시점과 운전을 한 시점에 차이가 나서 이를 보정하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를 산정해 이를 바탕으로 음주운전 혐의로 기소하는 것입니다.

▲앵커= 그런데 왜 무죄가 나온 건가요.

▲윤수경 변호사= 통상 술을 마신 뒤 30분 이후부터 1시간 30분까지 혈중알코올농도가 상승하고 이후부터는 다시 감소하게 됩니다. 이에 대해 인천지법 형사13단독 선민정 판사는 검찰의 증거만으로는 A씨가 혈중알코올농도 0.05%를 넘은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확신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선 판사는 "검사가 계산한 A씨의 최고 혈중알코올농도는 소주 1병을 마신 상태를 전제로 산정한 것"이라며 "피고인이 소주 1잔 이상을 마셨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어 맞는 수치로 볼 수 없다"고 봤는데요.

이어 "피고인은 '소주 1잔을 마셨다'고 진술했고 실제로 그가 마신 술의 양을 알 수 있는 증거가 없다"며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정도로 음주운전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덧붙였습니다.

▲앵커= 조금 복잡한데 어쨌든 불었을 때 나온 수치를 가지고 위드마크 공식을 적용해 역산한 거 아닌가요. 1병, 한 잔 이런 얘기는 뭔가요.

▲윤수경 변호사= 복잡하실 순 있는데요. 형사처벌과 행정처분의 기준은 음주량이 아니라 운전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입니다. 만약 술을 아무리 마셔도 아무 이상 없는 정상적인 신체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면 음주행위 자체를 처벌하기 어렵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혈중알코올농도를 기준으로 처벌 및 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 실제로 A씨가 음주를 했던 시점과 운전을 했던 시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측정 시점과도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운전할 당시에 혈중알코올농도를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해서 산정을 한다고 하더라도 위드마크 공식의 경우에는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를 찍고 떨어지는 것을 전제로 돼 있는 공식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입증이 조금 불분명했다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앵커= 네티즌들 반응을 보니 엉터리 판결이다며 판사에 대한 원색적 비난이 많고, 일부긴 하지만 확실하지 않으면 처벌 안 하는 게 맞다 등 의견이 엇갈리는데 이번 판결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음주 후 혈중알코올농도는 일정 시간 상승하다가 알코올 분해에 따라 다시 점점 하강하기 때문에 만약 상승기에 측정한 경우라면 측정치보다 실제 운전 시 혈중알코올농도가 더 낮을 것이고 그 반대의 경우라면 더 높게 되겠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위드마크 공식은 혈중알코올농도 하강기의 알코올농도 변화에 관한 공식입니다.  따라서 혈중알코올농도가 최고치에 도달하기 전의 알코올농도에 대해서는 기준이 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드마크 공식은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를 추산하는데 유용한 도구여서 미국에서도 많이 사용되고 우리나라도 10년 전부터 법원 판결에 많이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법원 실무상으로 위드마크 공식만으로 판단하는 경우는 없고, 다른 여러 가지 판단 기준과 보조적으로 이용하되 그 경우에도 위드마크 공식을 운전자에게 가장 유리한 수치로 적용해서 보조자료로 삼고 있습니다.

논란은 있을 수 있지만,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생각하고요. 동일한 양의 음주를 하더라도 개개인별로 혈중알코올농도에 차이가 있고, 음주 후 얼마나 시간이 경과됐는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실제 운전을 할 당시의 혈중알코올농도가 입증되어야 음주운전으로 처벌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찌 되었든 음주한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판단능력과 운동능력이 떨어져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교통사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한 잔의 술이라도 마셨을 때는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앵커= 뭔가 상당히 복잡해 보이기도 하는데, 일단 술먹고 운전 안 하면 이런 복잡한 일에 휘말릴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유재광 기자, 윤수경 변호사 jaegoang-yu@lawtv.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