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파기환송심 6차 공판... 재판부 "수동적 뇌물공여라고 한 적 없다" 특검에 언성
특검 "준법감시위 평가사항 145개, 제대로 할까 싶다" vs 삼성 "고의적 소송지연 전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3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법률방송뉴스] 박영수 특검팀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이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두고 다시 충돌했다.

23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6차 공판에서 특검팀은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진정성에 의구심이 간다"며 그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삼성은 능동적인 입장에서 정치권에 뇌물을 공여했다"고 강조했다.

준법감시위 설치운영을 양형사유로 참작하려는 의도를 비쳤던 재판부를 압박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특검 "삼성은 능동적 뇌물공여자, 허위 주장 일삼아"

특검팀은 삼성이 역대 정권에 뇌물을 공여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특검팀이 지적한 사례는 ▲1983년 12월~1987년 10월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220억 뇌물공여 사건 ▲1990년 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100억원 뇌물공여 사건 ▲이병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삼성의 뇌물공여 사건 등이다.

특검팀은 "정치자금을 지원하면 대통령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하에 뇌물을 공여했다"며 "삼성그룹의 역대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범행은 반대이익을 기대하면서 제공한 적극적 공여"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의 요구를 들어줘야 자신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사람으로 스스로 인식했고, 이 부회장 또한 정부가 사안에 따라 자신에게 청탁을 해야 하는 상대로 인식하고 있었다"면서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최고 경제권력자인 이 부회장은 상호 '윈윈'하는 지위에 놓여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날 특검팀은 양형 심리와 관련해 재판부를 향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정준영 부장판사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복현 특검팀 부장검사는 서증조사에서 "재판부가 대통령의 요구에 따른 공여라는 취지로 오해할 수 있는 발언을 여러 번 했다"며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청탁 동기와 배경, 목적, 진행경과 등을 밝힐 수 있는 추가 증거를 제출했지만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정 부장판사는 "재판부가 대통령 요구에 의한 수동적 뇌물공여라는 말을 한 적은 없다"며 "재판부가 실제로 한 이야기만 하라"고 언성을 높였다. 이어 "대통령이 요구한 건 정확한 것 아니냐"며 "재판부는 사실만 이야기하고 평가한 적은 없다"고도 했다.

특검팀은 "혹시 오해하고 계실까봐 염려되어 말했다. 앞으로 유념하겠다"면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밝힌 것처럼 적극적 뇌물공여임을 입증할 필요가 있으며, 이것이 양형 관련 항소 이유"라고 말했다.

■ 특검팀 "준법감시위 진정성 의문" vs 이재용 측 "소송 지연 전략"

특검팀은 이날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진정성에 의심이 간다고 거듭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열린 첫 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실효성 있는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지난 9일 준법감시위 운영을 평가할 수 있는 전문심리위원단 구성도 마무리한 상태다.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평가가 사실상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된 것이다.

특검팀은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파기환송심 변론 과정에서 대법원에서 확정된 사실과 다르게 '수동적 뇌물공여' 등 허위 주장을 이어나가고 있다"며 "진지한 반성을 전제로 한 준법감시제도에 대해서도 진정성이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준법감시위 평가사항을 세어보니 145개인데, 이걸 짧은 시간에 평가하기는 어렵다"며 "몇 달이 걸려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러자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은 특검팀이 고의적으로 '소송 지연 전략'을 펴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변호인은 "정해진 기간에 평가할 수 없다는 특검의 주장은 소송 지연 외엔 목적이 없다"며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검증은 10개월간 자료가 축적돼 있어 충분히 기간 내에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앞서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횡령액수를 86억여원으로 판단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르면 횡령액 규모가 50억원을 넘을 경우,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집행유예는 징역 3년 이하인 경우에만 선고할 수 있기 때문에, 특검팀은 준법감시위 활동을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양형 사유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해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실효적 준법감시제도를 마련하라"고 주문하자 "재벌 봐주기"라며 재판부 기피 신청을 냈고, 이 때문에 10개월간 재판이 지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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