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방송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문 앞, 하루가 멀다 하고 이런저런 1인시위나 기자회견이 벌어지는 곳인데요.   

지난 수요일부터 이 국회 정문 앞에서 변호사들이 오전·오후 두 차례씩 릴레이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고 합니다.

국회에 발의된 ‘세무사법 개정안’이 사단이 됐다고 하는데 무슨 일일까요. 이 내용은 왕성민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리포트] 

100여년만의 가을 폭우라는 기록적 가을비가 한반도를 강타한 어제 오전 국회의사당 정문 앞.

폭우는 지나갔지만 여전히 빗줄기가 흩뿌리는 가운데 양복에 넥타이 차림의 1인시위자가 우산을 받치고 서있습니다.   

앞에 세운 '테스형, 세무사들 욕심을 막아주세요'라는 문구가 눈길을 끕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대표발의한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해 변호사들이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는 겁니다. 

[홍성훈 변호사 /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대표]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이 발의된 것에 대한 항의를 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와 있습니다.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이..." 

양경숙 의원안은 변호사들이 회계장부를 만드는 기장대리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세무 전문가가 아닌 변호사가 기장대리 업무를 처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반영한 법안입니다.   

그 전에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면 세무사 자격도 자동 취득했는데 2003년 세무사법이 바뀌었습니다.  

세무 전문가가 아닌 변호사가 세무사 업무를 처리하는 건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입니다. 

나아가 2009년 개정 세무사법 제6조는 세무사 등록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세무사자격시험에 합격해 세무사 자격이 있는 자’로 한정했습니다.  

그리고 법안 제20조에선 "제6조에 따른 등록을 한 자가 아니면 세무대리를 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변호사는 '세무사시험에 합격한 자'가 아닌 만큼 세무사로 등록해 활동할 수 있는 방법이 막혀버린 겁니다.  

문제는 당시 같은 법 제3조에서 세무사 자격이 있는 사람에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를 여전히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무사 자격을 취득해도 세무사 등록은 할 수 없는 이율배반적인 상황이 벌어진 겁니다. 

이에 변호사들은 헌법소원을 냈고 헌재는 지난 2018년 4월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습니다.

"세무사 자격 보유 변호사가 일체 세무대리를 할 수 없도록 전면 금지한 것은 세무사 자격 부여 의미를 상실시켜 위헌"이라는 것이 헌재 결정입니다.  

헌재는 그러면서 "소비자가 세무사, 공인회계사, 변호사 중 가장 적합한 자격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납세자 권익 보호 입법목적에 부합한다"고 밝혔습니다. 

기왕에 세무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에 대해선 세무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의 결정입니다.

[홍성훈 변호사 /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대표] 
"변호사들이 세무대리를 하게 되면 최초 기장대리, 그 다음에 세무조정, 시작점부터 그 다음에 세무 소송, 조세 소송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헌재는 이에 세무사 자격이 있는 변호사의 세무사 등록을 차단한 해당 조항을 지난해 12월 31일까지 개정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이에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 변호사는 세무사로 등록해도 정작 '기장대리 업무'는 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세무 업무의 기초인 장부 작성 업무를 제외한 것은 결국 세무 업무를 하지 말라는 것과 마찬가지로, 헌재 결정 취지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것이 변호사들의 주장입니다.   

[차상진 변호사/ 차앤권 법률사무소]  
"기장업무는 세무대리 업무의 핵심으로 기장대리가 없는 세무대리만 허용한다는 것은 사실상 세무대리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과 같습니다. 장부가 없으면 당연히 신고나 세무 조정도 불가능한..."

이에 결국 헌재가 정한 기일 안에 세무사법 개정을 하지 못하고, 초유의 입법공백 사태를 맞게 된 겁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다시 헌재 결정 취지에 반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처리할 움직임을 보이자 변호사들이 강력 반발하며 1인시위에 나서고 있는 겁니다.

[홍성훈 변호사 / 한국청년변호사회 공동대표] 
"위헌적 세무사법 개정안이 다시 또 재발의 됐기 때문에 위헌적 세무사법이 철회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우리 변호사들은 계속해서 나와서 1인 시위를..".  

이에 대해 세무사들은 이번 사안은 밥그릇 싸움이 아니라며 제대로 된 세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변호사의 기장대리 업무를 제한하는 것이 맞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곽장미 세무사 /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세무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회계학을 모르면 이 기장을 한다는 것이나 세무조정을 한다는 거 자체가 이건 정말 말이 안 되는 것이거든요. 회계학을 모르고. 왜냐면 조정이라는 것은 회계학을 알고 세무학을 알고 그걸 조정하는 업무거든요. 그런데..."

곽장미 세무사는 그러면서 사회가 세분화하고 복잡해질수록 전문 직역의 업무도 그에 맞춰 분화하고 전문화되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곽장미 세무사 / 한국세무사고시회 회장]
"시대가 이렇게 변하면서 그런 것들이 세무사는 세무사, 세무일은 세무사에게, 회계는 회계사에게, 그리고 법률사무는 변호사에게 이런 식으로 지금 되고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런 상황에서 사실은 걱정스러운 게 단순히 기장해서 장부작성하고 그런 게 아니거든요." 

변호사단체와 세무사단체의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는 오는 24일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한 심사에 착수합니다.

법률방송 왕성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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