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다리 밑부터 보라... '플렉스님' 논란 혜민과 현각 스님, 조고각하(照顧脚下)
자기 다리 밑부터 보라... '플렉스님' 논란 혜민과 현각 스님, 조고각하(照顧脚下)
  • 유재광 기자
  • 승인 2020.11.16 17: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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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유 아닌 '풀소유' 논란에 혜민 스님 "모든 것 내려놓고 다시 수행 정진"
현각 스님, "기생충" 혜민 스님 원색 비판 하루 만에 "아름답고 순수한 사람"

[법률방송뉴스]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의 이른바 ‘풀소유’ 논란 관련, 혜민 스님을 원색적으로 비판했다가 하루 만에 태도를 180도 바꿨습니다.

자기 다리 밑부터 돌아보라. 오늘 ‘뉴스 사자성어’는 조고각하(照顧脚下) 얘기해 보겠습니다.

조고각하(照顧脚下). 비출 조(照), 돌아볼 고(顧), 다리 각(脚), 아래 하(下), 직역하면 ‘자기 다리 아래부터 살피어 보라’, ‘자신부터 돌아보라’는 뜻입니다.

불교에 나오는 말인데 중국 송나라 때 선(禪)의 뜻을 밝힌 선종 입문서 오등회원(五燈會元)의 ‘삼불야화‘(三佛夜話)라는 얘기에서 나오는 단어입니다.   

오조법연 선사가 세 제자들과 밤길을 가다 등불이 꺼져 칠흑 같은 어둠에 쌓이자 어떻게 해야 할 지 묻는 화두를 던진 데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앞의 두 제자는 ‘붉게 물든 노을‘이나 ’쇠로 된 뱀‘ 얘기를 하는데 마지막 세 번째 제자 원오 스님은 조고각하, 발밑을 비추어보라고 말합니다.   

‘각하’(脚下)는 다리 밑, 발밑으로 해석해도 뜻이 이어지지만 불교에서는 각하를 ‘본래 진면목’의 뜻으로 읽기도 한다고 합니다. 

진리를 밖에서 구하지 말고 자신에게서 구하고, 깨달음을 다른 곳에서 구하지 말고 본래 자신의 마음에서부터 찾으라는 정도의 의미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겐 ‘푸른 눈의 수행자’로 알려진 현각 스님이 3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의 저자 혜민 스님을 “도둑놈”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습니다.

혜민 스님은 지난 7일 tvN '온앤오프‘에서 절이 아닌 남산이 보이는 서울 도심 단독주택에서의 생활 등을 공개한 뒤 이른바 ’풀소유‘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과거 여러 발언과 행적들이 재조명되며 평소 말처럼 모든 것을 내려놓는 무소유의 삶이 아닌 모든 것을 다 가진 ‘풀소유’의 삶을 살고 있다는 비판입니다.   

이에 현각 스님은 어제 자신의 SNS에 “연예인일 뿐”,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전혀 모르는 도둑놈”, “부처님의 가르침을 팔아먹는 지옥으로 가고 있는 기생충”이라고 적었습니다.

혜민 스님을 향해 정제되지 않는 막말 수준의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낸 겁니다.

미국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현각 스님은 지난 1990년 듣게 된 숭산 큰스님의 법문에 감화돼 이후 한국에서 출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999년엔 ‘만행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를 펴내 큰 관심을 받은 현각 스님은 화계사 국제선원 선원장 등을 지내며 한국 선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데 열정적으로 헌신하기도 했습니다.

현각 스님은 하지만 지난 2016년 7월 “주한 외국인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장식품”이라며 조계종으로 대변되는 한국 불교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한국을 떠났습니다. 

혜민 스님도 현각 스님처럼 미국 시민권자로 캘리포니아 버클리대와 하버드, 프린스턴에서 각각 종교학 학사, 석사, 박사를 취득하고 나중에 한국으로 돌아온 케이스입니다.

마음의 평안과 무소유를 얘기하는 2012년 펴낸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300만 부 이상 팔려나가 2010년대를 통틀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습니다.       

혜민 스님은 이후 각종 TV 프로그램이나 강연 등을 종횡무진하며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고, 이후 출간한 책들도 줄줄이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그런 가운데 평소 ‘무소유’를 얘기해 온 조계종 승적을 가진 혜민 스님이 여느 다른 스님처럼 절 생활을 하지 않고 삼청동 단독주택에서 지내는 모습이 방영되자 비판이 일고 있는 겁니다.

여기에 혜민 스님이 운영하는 ‘마음치유학교’에서 타로카드 읽는 법 가르치기 같은 활동과 명상앱 개발 등 이런저런 활동까지 논란이 더해지며 ‘플렉스님’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습니다. 

값비싼 것을 자신의 행복을 위해 또는 과시용으로 내지른다는 ‘플렉스’와 ‘스님’을 합쳐 ‘플렉스님’이라고 비꼬는 말까지 등장한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혜민 스님은 오늘 자신의 SNS에 "저의 부족함으로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했다“며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겠다”고 밝혔습니다.

혜민 스님은 “이번 일로 실망하신 모든 분들게 참회한다”며 “대중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기도에 정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습니다.

어제 자신의 SNS에서 혜민 스님을 “도둑놈”, “기생충”이라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던 현각 스님은 오늘은 혜민 스님과의 통화 사실을 전하며 어제와는 180도 다른 평가를 남겼습니다.  

"혜민 스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는 나의 영원한 도반이며 그의 순수한 마음을 매우 존경한다"는 것이 현각 스님의 말입니다.

현각 스님은 "영적인 삶은 비행기와 같다. 난기류가 있을 수 있고, 나 또한 비행 계획에서 많이 벗어났었고 인간이기에 때론 그럴지 모른다“며 이같이 적었습니다.

일각에선 스님은 부동산 소유하면 안 되냐는 말도 있고, 집 문제가 아니라 '무소유'를 설파해온 스님의 언행이 일치되지 않으니 비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아무튼 모든 것이 영원히 뜻대로만 되는 삶은, 현각 스님 말을 빌리자면 난기류 없이 계획대로만 가는 삶은 천지에 드문 것 같습니다. 

그럴수록 일이 어긋났을 때 조고각하(照顧脚下), 다른 곳이 아닌 나 자신부터 돌아보는 건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론 70분간 현각 스님과 혜민 스님이 어떤 말을 나눴기에 “기생충”에서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으로 평가가 바뀌었는지 궁금하긴 합니다. ‘뉴스 사자성어’였습니다. 

 

유재광 기자 jaegoang-yu@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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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봉걸 2020-11-19 03:36:02
용서를 실천하시는 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