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투기자본에 한국 기업들 무장해제”... 전경련, 법무부 상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
“해외 투기자본에 한국 기업들 무장해제”... 전경련, 법무부 상법 개정안에 강력 반발
  • 왕성민 기자
  • 승인 2020.11.16 17: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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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남발, '법인격 독립' 상법 원칙 훼손" vs "기업활동 투명해질 것"

▲유재광 앵커=오늘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기업규제 3법의 쟁점과 문제점' 긴급좌담회가 열렸습니다. 왕성민 기자와 자세한 얘기 해보겠습니다. 긴급좌담회라고 하는데 어떤 좌담회였나요.

▲왕성민 기자= 전경련 주최로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법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의 문제점을 짚어보기 위한 좌담회였습니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좌장을 맡았고 상사법학회장을 지낸 최완진 한국외대 명예교수, 최준선 성대 명예교수, 김선정 동국대 석좌교수 등 3명이 대담자로 참석했습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공정경제 3법’이 아닌 기업들의 발목만 잡는 ‘기업규제 3법’”이라며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된다.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긴급 좌담회 개최 취지를 설명했습니다. 

▲앵커= 뭐가 그렇게 문제라는 건가요.

▲기자= 일단 오늘 좌담회 참석자 3명 모두 전임 상사법학회장들이어서 좌담회는 상법 개정안에 논의가 집중됐습니다. 관련해서 다중대표소송제가 기업들을 옭죄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지적됐습니다.  

▲앵커= 다중대표소송제가 뭔가요.

▲기자= 네, 모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50%이상 소유한 경우 모회사 주식을 1%이상 소유한 주주가 자회사 이사들을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제도입니다. 

주주대표소송은 소액주주가 투자기업 경영진의 불법행위 등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인데 그 대상을 자회사까지 확대했다, 이렇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앵커= 정부가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려는 이유나 취지가 있을 텐데 어떤 건가요.

▲기자= 네, 대주주가 자회사를 설립해서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 증여 등 대주주 일가의 이익을 위해 불법행위를 저질러도 현행 주주대표소송제로는 이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자회사가 대주주를 위한 불법행위의 통로처럼 이용돼도 현실적으로 이를 견제하거나 차단할 방법이 없어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입니다.

▲앵커= 이를 비판하는 쪽에선 뭐를 지적하는 건가요.      

▲기자= 좌담회 참가자들은 다중대표소송제는 ‘법인격 독립’이라는 우리 상법의 대원칙을 훼손한다는 입장입니다.  

모회사와 자회사는 엄연히 다른 ‘법인격’을 가지고 있는데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 이사의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건 각자 독립된 법인격을 훼손한다는 겁니다. 

이 경우 소송이 남발되는 남소(濫訴) 위험이 있고, 경영권 침탈이나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의 기업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다는 것이 참가자들의 지적입니다. 

더 적은 비용으로 더 손쉽게 해외 투기자본들에 악용될 수 있다는 건데, 2010년 제20대 상사법학회장을 지낸 최완진 한국외대 로스쿨 명예교수의 말을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최완진 한국외대 명예교수 / 제20대 상사법학회장]
“과거 우리나라도 엘리엇이라든가, 소버린, 론스타, 칼 아이칸 같은 투기 자본들이 우리 기업으로부터 단기 차익을 얻어내고, 먹튀를 하기 위해서 상당한 규모의 자본을 동원했지만 이 제도가 도입되면 과정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앵커= 다른 문제는 또 어떤 얘기가 나왔나요. 

▲기자= 상법 개정안 감사위원 분리선출 조항도 뜨거운 감자인데요. 이 조항은 감사위원 1명은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고 대주주 의결권은 3%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입니다. 

이른바 ‘3% 룰’인데 조항 취지는 대주주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난 감사위원을 선임해 독립적으로 경영활동을 감시하게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좌담회 참가자들은 취지와 상관없이 외국계 투기자본이 소수 지분만으로 자신들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이사회에 밀어 넣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감사위원이 기업의 핵심 정보 유출 창구로 변질될 가능성 등이 높다는 건데, 최완진 교수의 말을 다시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최완진 한국외대 명예교수 / 제20대 상사법학회장]
“감사위원은 회사 영업에 대한 보고·조사권, 각종 서류 및 회계장부 요구권, 이사회 소집 청구권 같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데 이것도 외국계 투기 자본 앞에 기업들을 무장해제하는 결과가 초래될 위험을...”

▲앵커=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게 더 있나요.   

▲기자= 최준선 성균관대 로스쿨 명예교수 같은 경우는 다중대표소송과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중견·중소기업에도 큰 타격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헤지펀드들은 이미 안정적인 거버넌스(governance)를 갖춘 대기업보다 탄탄한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떨어지는 강소기업들을 노릴 수 있다는 우려입니다.  

이에 최준선 교수는 일본은 최근 산업 기술보호를 목적으로 이른바 ‘엘리엇 방지법’까지 만들어 외국 투자자의 지분취득 신고를 강화하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오히려 빗장을 열어주는 형국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지옥으로 가는 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격언을 떠올리게도 합니다. 

▲앵커= 이에 대한 정부 반박이나 입장은 어떻게 되나요. 

▲기자= 네, 기우에 불과하고 상당 부분은 엄살이라는 것이 법안을 발의한 법무부 입장입니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편법 증여 등 기존에 저질러왔던 불법행위들만 되풀이 하지 않으면 다중대표소송이든 뭐든 소송에 휘말릴 일 없다는 것이 법무부의 기본적인 인식인데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가 해외 헤지펀드의 기술유출 창구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침소봉대라고 일축하고 있습니다.   

재무제표 같은 자료를 통해 경영 투명성을 감시하고 확보하는 것이 감사위원의 역할이지, 감사위원을 통해 기술 등이 유출될 거라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하다는 겁니다. 

법무부를 포함해 법안 처리를 주장하는 쪽에선 반대로 적절한 감시와 견제가 이뤄질 경우 우리나라 주요 기업들이 가치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적극 반박하고 있습니다. 

▲앵커= 같은 법을 두고 한쪽에선 공정경제 3법, 반대쪽에선 기업규제 3법, 간극이 커 보이는데 지켜봐야겠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왕성민 기자 sungmin-wang@lawt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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