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묵비권 행사 피의자 처벌하라는 격... 인권침해 반헌법적 발상" 비판

▲신새아 앵커=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휴대전화 잠금해제법’을 놓고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윤수경 변호사의 이슈 속 법과생활’에서 자세히 얘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단 논란 내용부터 좀 살펴볼까요.

▲윤수경 변호사=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이른바 '검언유착' 수사를 이유로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강제로 해제하는 법안 제정을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5일 추 장관은 대검찰청 감찰부에 한동훈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인 정진웅 차장검사의 기소 과정이 적절했는지 진상조사를 면밀히 할 것을 지시했는데요. 

'검언유착' 의혹 수사팀장인 정 차장검사는 지난 7월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면서 한 검사장과 몸싸움을 벌였다가 독직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대검찰청은 정 차장을 직무에서 배제해달라고 법무부에 요청한 상태인데요. 

법무부는 "서울고검 감찰부 윗선이 주임 검사를 배제한 채, 정 차장검사 기소를 강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또 대검찰청이 직무배제를 요청할 때도 이의를 제기한 대검 감찰부장은 배제한 점이 확인됐다"고 지시 배경을 설명했고요. 그러면서 앞서 말한 휴대전화 잠금해제를 강제하는 법안 제정을 하겠다고 추 장관이 선포한 것입니다. 

이에 어제인 12일 법무부는 추미애 장관이 "외국 입법례를 참조해 채널A 사건 피의자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처럼 피의자가 휴대전화 비밀번호를 악의적으로 숨기고 수사를 방해하는 경우 법원의 명령 등 일정 요건 아래 그 이행을 강제하고 불이행 시 제재하는 법률 제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추 장관이 겨냥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당사자죠. 한동훈 검사장은 어떤 입장이죠.

▲윤수경 변호사= 일각에선 ‘한동훈 방지법’이라고도 불리우는 만큼 당사자인 한동훈 검사장은 당연히 반발하는 입장입니다.  한 검사장은 입장문을 내고 "당사자의 방어권은 헌법상 권리"라며 "헌법과 인권 보호의 보루여야 할 법무부 장관이 당사자의 헌법상 권리 행사를 '악의적'이라고 공개 비난하고 이를 막는 법 제정을 운운하는 것은 황당하고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여기저기서 비판적 의견이 좀 나오는 것 같은데요. 법조계에선 어떤 분위기인가요.

▲윤수경 변호사= 법조계 안팎에서는 인권 침해 우려 등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습니다. "추 장관의 인식대로라면 앞으로 묵비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도 처벌해야 하는 것이냐"며 "그렇다면 법정에서 여러 차례 진술 거부권을 행사한 조국 전 법무부장관도 처벌해야 하는 것 아닌가"하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인 건데요. 

또 "휴대전화 비밀번호 잠금장치를 수사기관에 공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가하겠다는 건데, 헌법에 문제가 된다"며 "범죄를 입증한다는 것은 검찰의 의무인데 적어도 묵비권과 진술거부권을 헌법에 보장한 나라라면 이런 법률은 있을 수가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법이 제정되면 한 검사장이 문제가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불이익을 보게 될 텐데, 인권 보장이나 헌법 가치에 들어맞질 않는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앵커=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와 관련해서 입장 표명을 했죠. 

▲윤수경 변호사= 네. 변호사이기도 한 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사안을 두고 “부끄럽다”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대해 "법률가인 게 나부터 부끄럽다"고 밝힌 건데요. 금 전 의원은 어제인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휴대전화 비밀번호 공개를 강제하고 응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는 법을 만들겠다니... 그런 법이 '자백을 강제하고 자백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법과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면서 "인권보장을 위해 수십 년간 힘들여 쌓아 올린 정말 중요한 원칙들을 하루 아침에 이렇게 유린해도 되나"라며 "이런 일에 한마디도 안 하고 침묵만 지키는 민변 출신 민주당 국회의원들한테도 솔직히 참을 수 없이 화가 난다"고 날선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앵커= 반대 의견을 종합해보면 대체적으로 “근본적으로 헌법에 맞지 않는다”라는 게 지배적인데, 또 다른 입장이 나온 게 있나요. 

▲윤수경 변호사= 관련해서 참여연대는 오늘 “(추 장관의 전날 지시는) 과거 이명박 정부가 도입을 추진했다가 인권침해 논란이 일어 폐기된 바 있는 ‘사법방해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무소불위 검찰 권한의 분산과 축소라는 검찰개혁에도 역행하는 만큼 법무부는 이같이 반인권적이고 검찰개혁에 역행하는 제도 도입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논평을 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며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관행을 감시, 견제해야 할 법무부가 개별사건을 거론하며 이러한 입법을 검토하겠다는 것은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며 “검찰개혁 요체는 검찰의 무제한적 형사사법 권한을 분산 및 축소하고 권력기관 간 상호 견제 하에 인권수사 관행을 정착해나가는데 있다”고 강조했는데요. .

이어 “‘사법방해죄’ 도입을 통해 검찰에게 또 하나의 반인권적 권한을 부여하겠다는 발상은 검찰개혁 취지에도 정반대로 배치된다”며 “법무부는 즉각 이번 검토지시를 중단하고, 검찰 권한을 축소, 분산하는 제대로 된 검찰개혁에 매진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추 장관이 말한 이러한 내용이 헌법상 위배된다는 말이 많은데, 변호사님께선 어떻게 보시나요. 

▲윤수경 변호사= 법조계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헌법에는 ‘자기부죄의 권리’라는 게 있습니다. 피의자나 피고인 본인의 죄가 아니라고 죄를 부인할 권리가 있다는 건데요. 

헌법은 모든 국민이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강요당하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할 헌법상 권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휴대폰은 그 특성상 범죄와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개인의 사생활 거의 전부가 들어 있기 때문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요. 자기 방어를 위해 휴대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를 처벌하겠다는 것은 헌법의 취지에 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검찰과 법무부의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은데, 비판적 의견이 지배적인 만큼 좀 냉정을 찾고 적법한, 모든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조치를 했으면 하네요. 오늘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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